달력은 날과 달, 요일을 기본 요소로 한다. 날은 지구의 자전이고, 한 달과 한 해는 지구의 공전 주기에서 온다.
자전과 공전은 그 비율이 정수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달력과 천체 운행 사이에는 늘 오차가 생긴다. 현행 그레고리우스력은 오차가 심했던 율리우스력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사용에 불편한 점이 많다.
우선 한 달의 길이가 들쭉날쭉하다. 1분기, 상반기, 하반기의 길이도 서로 다르다. 그러니 각종 통계를 액면 그대로 활용할 수 없다. 요일도 제멋대로이다. 날짜와 요일 사이에 아무런 규칙성이 없다. 생일이나 국경일이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없으니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모두가 불완전한 달력에서 오는 불편이다.
교회의 전례력도 어지러운 영향을 받는다. 성탄과 부활을 비롯한 각종 축일과 기념일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요일에 맞추면 날짜가 달라지고, 날짜에 맞추면 요일이 달라진다. 교회 일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방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고집하고 부활절도 달리 지낸다.
날과 달, 요일이 정확히 일치하는 달력은 없을까. 국제고정달력동맹이라는 단체가 제안한 달력이 있다. 한 달을 28일, 정확히 4주로 설정해 요일 문제를 해결했다. 모든 달은 일요일에 시작해 토요일에 끝난다. 이렇게 하면 1년은 13개월, 364일이 된다. 평년에는 하루, 윤년에는 이틀이 남는다. 이날은 1년의 마지막 또는 중간에 넣되 요일을 지정하지 않는다. 일종의 보너스 휴일인 셈이다. 이 달력은 날짜만 알면 요일은 자동으로 결정된다. 생일이나 국경일의 요일도 미리 알 수 있다. 인쇄된 달력은 그리 필요하지 않다. 몇 년 후의 일정도 머릿속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다만 1년이 13개월이라는 점이 좀 걸린다.
또 다른 시도는 ‘세계력’ 또는 ‘영구력’이다. 이 달력은 1년을 12달로 그대로 두되, 1분기를 정확히 91일로 통일시킨다. 한 달은 30일이 되고, 석 달에 한 번은 31일로 한다. 이렇게 하면 1년은 364일이 된다. 역시 하루 또는 이틀이 남으므로 요일이 없는 휴일로 둔다. 이 달력의 날짜와 요일은 분기 단위로 정확하게 반복된다.
달력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달력을 만들어도 정서적 종교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그레고리우스력은 1582년에 선포됐지만, 독일은 1700년, 영국은 1752년, 러시아는 1917년에야 이 달력을 받아들였다. 이제 달력 개혁은 유엔의 몫이다. 현재 유엔에 제출된 달력 개혁안은 백 개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달력은 전례와 신앙생활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교회도 달력 개혁 논의에 무심할 수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채택한 전례헌장에는 짧은 부록이 붙어 있다. ‘달력 개정에 관한 선언’이다. “거룩한 공의회는 국가 사회에 영구적 달력을 도입하려는 시도들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요일이 없는 휴일’에는 분명한 거부를 표시했다. “주일과 함께 일곱 날로 구성된 주간을 지키고 보호하며, 주간 외에는 어느 날도 두지 않으며, 그리하여 주간들의 연속성이 온전히 보존되는 체계만을 교회는 반대하지 않는다.”
새해를 맞으며 달력을 바라본다. 천체는 영원의 시간 속을 무심히 운행한다. 우주에는 달력이 없다. 인간이 그 어딘가에 선을 긋고 날을 센다. 순간을 사는 존재의 애처로운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