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전쟁이 끝난 직후가 배경, 인디언을 증오하던 미군 대위
추장 일가족을 고향 몬태나로 무사히 데려다주는 임무 맡아
미국 인디언 전쟁(American Indian Wars)은 1622~1890년에 미국 백인 정착민과 대륙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 사이에 벌어진 정복 전쟁을 말한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백인들은 넓고 싼 땅을 얻기 위해 서부로 향했으며 그곳에 살던 인디언은 갈 곳을 잃었다.
인디언 전쟁은 19세기 말을 끝으로
당시 미국 정부는 인디언 박멸 전쟁을 벌였다. 인디언들은 저항했다. 연방정부는 쫓겨난 인디언들에게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에 들어가 살 것을 강요했지만, 일부 인디언들은 끝까지 싸웠다.
인디언 전쟁은 작은 전쟁의 연속이었다. 인디언은 각각 나름의 역사를 가진 다양한 집단이었다. 백인처럼 일사불란하게 동원할 수 있는 체계화된 단일 부족은 없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설된 사회에서 살고, 전쟁과 평화도 지역적 수준에서 결정했다.
연방정부와 인디언이 아메리카 전역에서 300년 가까이 싸운 인디언 전쟁은 19세기 말 사우스다코타주(州)의 라코타족 ‘파인 리지 인디언 보호구역’(Pine Ridge Indian Reservation)’에서 벌어진 제7 기병대 500여 명과 수족 간 싸움인 ‘운디드 니 전투’(Battle of Wounded Knee, 1890년 12월 29일)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백인과 인디언, 증오·복수 그리고 용서
서부극 ‘몬태나’는 1892년, 공식적으론 인디언 전쟁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오랜 원수였던 미 기병대와 인디언 간 용서와 화해를 담았다. 원제 ‘Hostiles(적들)’가 말하듯 적대적인 백인과 인디언 간의 증오와 복수, 그리고 용서가 주제다. 서부극에서 으레 나오는 흰 모자를 쓴 정의로운 영웅 이야기 대신에, 드물게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이해와 용서, 구원을 그렸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기병대와 인디언 간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황혼녘의 서정적인 서부의 풍경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피로 얼룩진 황야였다는 사실을 새삼 들춰낸다.
영화는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호송 책임자 미 기병대 대위 블로커(크리스천 베일) 일행이 인디언 추장가족을 고향 몬태나로 데려다주는 여정이 전부다.
19세기 말 당시 미국은 서부로 지배권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인디언과 전투를 벌였다. 하지만 인디언의 생존권을 빼앗는 전투에 대한 반성 어린 여론이 일면서 원주민과의 공존을 고민하던 연방정부는 1892년 옐로 호크 추장을 그들의 성지인 몬태나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그 여정에 인디언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백인 퀘이드 부인(로자먼드 파이크)과 인디언을 몰살한 사형수 백인 병사가 합류하고, 한번은 인디언 코만치 족의 습격을,
또 한번은 백인 사냥꾼들의 공격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증오가 증폭되고 위기를 맞아 추장가족 대부분이 죽는 등 희생을 치르지만,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해 여정 종착점 몬태나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임무, 추장 일가족 호송
인디언 호송 책임자 기병대 조셉 블로커 대위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즐겨 보는 그는 말이 없고 사색적이다. 인디언에 대한 증오심만 가득하다.
아마 영화 속에서 보여주진 않았지만, 가족은 많은 동료가 죽은 것처럼 인디언에게 살해된 듯하다.
그의 미션은 원수 같은 인디언 추장가족을 몬태나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여러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상관의 협박성(?) 명령에 마지못해 전역하기 전 마지막 임무가 된다. 미국 이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기병대가 거꾸로 인디언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데에 상당한 불만이 있다. 하지만 긴 여정은 그의 적대감을 용서로 바꾸어 간다.
기병대 대위역의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가 종래 서부극 존 웨인 식의 연기와는 다르게 정적이고 사색적이다. 가족을 잃은 퀘이드 부인 역엔 스릴러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 감독은 배우 출신의 스콧 쿠퍼가 맡았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영화 엔딩 부문, 우여곡절 끝에 몬태나에 도착한 기병대 블로커 대위와 퀘이드 부인, 그리고 인디언 손자는 시카고행 기차를 사이에 두고 이별을 하고 있다.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제대한 주인공이 잠시나마 동행했던 부대원 아닌 대원들을 전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하고 역을 떠난 블로커 대위는 오랜 망설임 끝에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인디언에 의해 가족을 잃은 블로커 대위와 퀘이드 부인의 동병상련, 백인들에 의해 할아버지와 부모를 잃은 인디언 손자가 용서하고 화해하는 ‘가족 탄생’이다.
이 가족 구성은 미국 개척사의 트라우마이면서 치유다. 생존을 위해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뒤로하고 서로의 상처가 아물도록 보듬어 주는 것이다. 이 결말은 미국 인디언 전쟁(American Indian Wars)을 끝낸 미국인의 고해성사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