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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의 새벽 편지-530
천자문147
동봉
0505높을 고高
0506갓 관冠
0507모실 배陪
0508수레 연/연輦
가오꾸안페이니엔Gaoguanpeinian
-높은관에 천자수레 모시게하니-
(흔들리는 관끈이여 장관이어라)
0505높을 고高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고
겨우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산마루와 산마루를 칡으로 연결하여
거기에 빨래 너는 이야기가 고작이었는데
동네 형이 찾아와 서울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나는 가능한 한 두 귀를 쫑끗 세웠고
형은 서울 얘기에 신이 났습니다
특히 동대문과 남대문 이야기는
그의 서울 이야기 중에서 백미였습니다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이라 하고
동대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 하며
남대문은 서울의 남쪽에 세운 문이고
동대문은 서울 동쪽에 세운 문이라 했습니다
50여 년 전의 일입니다
한 번도 서울을 밟아본 적 없는 내게 있어서
서울 이야기는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렇다고 정규교육을 받은 것이라고는
국민(초등)학교 4학년이 다였는데
서울의 개념 자체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킬리만자로Mt.Kilimanjaro
마랑구Marangu 게이트Gate 옆에 위치한
마라웨Marawe라는 작은 산마을에는
킬리만자로의 청초함이 몸에 밴
수더분한 이웃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마랑구 게이트가 해발 1970m 고지이고
마라웨는 2000m 고지를 약간 웃도는데
외국인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매일 4~50여 명은 늘 놀러왔습니다
마을 주민들 중에는 내 또래도 많았는데
아직 한 번도 킬리만자로의 주도州都
모시Moshi를 본 적이 없는 이가 있었습니다
마랑구 타운 버스정류장에서
달라달라Daladala(타운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
일부 주민들에게는 그런 여유조차
평생토록 주어지지 않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태어난 자리에서 자라
그나마 형편이 닿으면 초등학교를 가고
자란 자리에서 가정을 이루고
농사를 짓고 가축과 함께 살다가
다시 태어난 그 마을에서 떠나가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그야말로 벽지중 벽지였습니다
주어진 공간이 벽지이기도 했지만
정작 엄청난 벽지는 벅찬 삶이었습니다
코리아 쿠시니Korea Kusini(대한민국)에서
미국이나 유럽, 또는 일본 등 선진국도 아니고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구석진 산골 마을
2000m 고지 높은 곳에 와서 산다는 게
산기하다면 신기했을 것입니다
가까운 읍내도 나가보지 못한 채 살다 죽는데
외국에서 그 먼 곳 킬리만자로까지 와서
땅을 매입해 산다는 게 말입니다
그들이 내게 아프리칸 네임을 지어준 게
바로 그때, 그게 동기였습니다
그들 얘기로는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킬리만자로 땅을 산 외국인이 없었답니다
원체 유명한 산악 관광지니까
사글세로 방을 얻어 온 사람은 있었겠으나
땅을 매입한 외국인은 내가 처음이랍니다
킬리만자로 정상이 키보kibo(봉)입니다
이는 영국의 탐험가 리빙스턴(1746~1813)이
킬리만자로를 발견하고 붙인 이름이고
현지인이 부른 이름은 키포- Kipoo입니다
스와힐리어로 모음의 중복은 장음이지요
따라서 Kipoo는 '키푸'가 아니라 '키포'입니다
다만 '포-'를 길게 발음할뿐입니다
'기포의 새벽 편지'의 바로 그 '기포'입니다
그때부터 내 아프리칸 네임은 키포가 되었고
나는《금강경》<제32 응화비진분>의 게송
포영泡影에서 '포泡'른 따온 뒤
움직씨 '기起'를 접두어로 붙였습니다
키보Kibo> 키포Kipoo> 기포起泡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2009년 여름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주명덕 선생의
성철 큰스님 사진집《포영집》을 받았습니다
나도 어렸을 적 그랬습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면
되려 나를 이상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 방에서 얼어 죽고 데어 죽는 법입니다
킬리만자로 마랑구 마라웨에서도
어떤 이들은 마랑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탄자니아 전역은 물론
심지어 잉글랜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연구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요즘 와서 천문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세상은, 우주는 멀티플렉스Multiplex라고요
거대한 우주만이 멀티플이 아닙니다
작은 마을에서도 멀티플이 있고
같은 가족 내에서도 다중 세상이 펼쳐집니다
너와 나라는 둘 이상의 존재만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라는 하나의 마음 속에서도
동시에 두서넛 이상의 갈등이 일고
대여섯 예닐곱 가지 갈등이 같이 일어납니다
청소년기에 가장 부러운 게 있었습니다
높을 고高자 배지를 한가운데 붙인
고교생 친구들의 모자였습니다
교복은 둘째 치고라도 모자는 써보고 싶었지요
고高 자가 고髙 자로 된 친구도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고高 자보다 고髙 자가 더 좋아보였습니다
글자가 늘씬해 보여서였을 것입니다
내게 있어서 고관高冠은 교모였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친구들의 모자가
내게는 높은 관高冠이었습니다
고등학교가 최종 교육기관은 아니지요
대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석박사에서 전문교수로 이어지겠지요
고교 모자에 대해 부럽다고 하면
요즘은 그게 뭐 그리 부럽느냐고 할 것입니다
킬리만자로 산기슭에 태어나 살아가면서
그 지역의 주도州都인 모시Moshi에
한 번 나가보는 게 소원이라 하면
그게 무슨 소원이 되겠느나며
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죽 삶이 어려웠으면 읍내 한 번 못나갔을까요
고등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누구든 다니는 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교모를 쓰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교모가 고관高冠이었는데
지금은 일반화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높은 관
높은 벼슬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는 고교가 의무화되듯
국민들과의 소통에서 같은 높이였으면 합니다
길리만자로 마라웨에 있던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매스터! 여기가 높은 지대라 하는데
알고 보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여기가 뭐가 높습니까
며칠 뒤면 바로 적응됩니다."
그 말이 있고 나서 이틀 쯤 지나니까
산소가 약간은 부족하다고 느껴지던 것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로 정상화 되었습니다
높을 고高 자는 그 자체로 부수입니다
높을 고高자는 상형문자입니다
글자 자체가 높은 망루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0506갓 관冠
갓이란 머리에 쓰는 모자입니다
고관高冠과 고관高官은 다릅니다
고관高冠은 모자가 높은 것이고
고관高官은 벼슬이 높은 것입니다
벼슬이 높은 자가
모자도 높게 쓰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결국 같은 말이기는 합니다
갓, 관, 닭의 볏, 관례, 관례를 올린 성인
성년, 나이 스무살을 일컽는 말, 으뜸
우두머리, 갓을 쓰다, 무리에서 뛰어나다
덮다 따위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갓 관冠자는 민갓머리冖가 부수입니다
늘 얘기하지만 부수가 뜻을 상징하지요
그리고 아래에는 으뜸 원元 자와
마디 촌寸 자로 되어 있습니다
갓머리宀와 민갓머리冖는 같이 쓰입니다
둘 다 집이거나 머리, 우주, 하늘의 뜻입니다
으뜸 원元도 뜻은 머리지요
머리에 마음寸을 쓰니
마음씀이 무엇입니까
손질입니다
따라서 갓을 뜻하거나 갓 만드는 일입니다
관冠은 머리에 쓰던 쓰개이기도 합니다
검은 머리카락이나 말총 따위로
정교하게 엮어 만드는데
사각으로 된 방형方形이 있고
겹친 날개 모양의 복익형複翼形이 있으며
조그만 형태의 편형扁形의 관이 있습니다
0507모실 배陪
모시다, 수행하다, 돕다, 보좌하다, 다하다
보태다, 견주다, 물어주다, 상환하다
흙덩이, 배신陪臣, 가신家臣의 뜻입니다
배陪자를 놓고 보면 부수 좌부방阝에
침 부/침 뱉을 부咅를 쓰고 있는데
침은 입口에서 나오고
침을 뱉으려면 돋구어立야 합니다
따라서 '북돋울 배培는 흙토변土에 쓰지요
누군가를 모신다는 것은
그가 내게는 의지처가 되는 분이며
또한 내가 그에게 기댈 곳이 되는 까닭에
좌부방阝을 왼쪽에 둔 것입니다
우부방이 고을 읍邑 자라면
좌부방은 언덕 부阜 자입니다
고을 읍邑이 평지를 의미한다면
좌부방은 흙무더기 쌓여 높아진 곳 언덕입니다
부방으로 쓸 때는 좌우 같은' 阝'를 씁니다
0508수레 연(련)輦
가마연/련輦으로 새기기도 합니다
수레라고 할 때는 바퀴가 있고
가마라고 할 때는 바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새길 때 가마냐 수레냐에 따라
약간의 의미를 달리합니다
높은 분을 모실 때
몸무게가 나가는 남자는 수레로
몸무게가 가벼운 여자는 가마로 모셨습니다
절에서는 천도의식을 봉행할 때
불보살님을 청해 모십니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인데
모두 앞길을 인도하는 인로왕보살입니다
인로왕보살은 지장보살을 뜻하기도 하지요
이때 모시는 탈것이 바로 가마輦입니다
일설에서는 천도 대상의 영가를 모실 때
영가의 탈것이 연輦이라 하는데
불보살님이든 영가든 실제 무게는 없습니다
따라서 바퀴있는 수레가 아니라
바퀴없는 가마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체가 높은 분일 경우 소지품이 있기에
몸무게 못지않게 무게가 나가므로
수레 앞에 두 사람夫이 수레를 들고 나갑니다
으레 수레 뒤에도 두 사람이 있겠지만
수레련輦 자에는 생략되었습니다
수레를 여러 사람이 끈다는 것은
자동차의 마력Horse Power과 같아
수레 끄는 사람의 숫자에 따라
수레 안에 탄 분의 지체가 가늠됩니다
두 남자가 있는 연輦은 불보살님을 모시거나
천자, 황제를 모시고
또는 임금을 모시며
소중한 영가를 모시는 수레輦입니다
끄는 사람, 드는 사람이 여럿이란 의미지요
그런데 나는 시련절차에서 시련에는
천도 대상의 영가 분이 아니라
불보살님으로 한정짓고 싶습니다
참고로 내가 15년 전에 사언절로 풀이한
<시련절차侍輦節次>를 여기 덧붙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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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절차侍輦節次
[擁護偈]
시방세계 한량없는 모든현자 성자들과
범왕이며 제석이며 동남서북 사천왕과
가람신과 팔부신중 받들어서 청하오니
자비놓지 마옵시고 부디강림 하옵소서
저희이제 공경스레 보엄좌를 만들어서
일체모든 성현들께 받들어서 드리오니
온갖번뇌 망상심이 한결같이 사라지고
해탈보리 높은과를 속히원만 하여지다
헌좌진언 : 옴 가마라 승하 사바하
[茶偈]
감로다를 우려내어 성현전에 올리오니
저희정성 살피시고 자비로써 거두소서
[行步偈]
가시는길 천리만리 허공으로 이어지니
세간의정 모두잊고 정토세계 이르소서
행동언어 마음다해 삼보님께 예하오니
성인범부 법왕궁에 모두함께 모이소서
[散花落]
가시는길 꽃을뿌려 아름답게 장엄하니
사뿐사뿐 즈려밟고 편안하게 가옵소서
사뿐사뿐 즈려밟고 편안하게 가옵소서
사뿐사뿐 즈려밟고 편안하게 가옵소서
[引路王偈]
가는길을 안내하는 크신성자 인로왕께
이한마음 다기울여 지성귀의 하나이다
이한마음 다기울여 지성귀의 하나이다
이한마음 다기울여 지성귀의 하나이다
[靈鹫偈]
영취산서 꽃을들어 상근기에 보이심은
표류목에 눈먼거북 서로만남 그와같네
가섭존자 그자리서 싱긋미소 지으시니
한량없는 맑은바람 그누구에 부촉할까
(세 바퀴 돌고 나서 보례게를 창합니다)
[普礼三宝]
시방상주 부처님께 두루예경 하나이다
시방상주 가르침에 두루예경 하나이다
시방상주 스님들께 두루예경 하나이다
주注:《석문의범釋門儀範》
이 시련절차侍輦節次(釋門下54쪽)는
사명일대령四明日對靈(~49쪽)뿐만 아니라
뒤에 나오는 재대령(55쪽)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보례삼보는 앞의 (대령55쪽)에서처럼
보다 세부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시련은 직역하면 '수레로 모시다'의 뜻입니다
불보살님을 이운하거나
불사리를 이운하거나
나한상을 이운하거나
가사를 이운하거나 할 때
그냥 그 모든 상들이 보이도록 해서
안고 가거나 업고 가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꽃수레에 모시고 가는 것처럼
영가를 모시고 갈 때나
욕실로 인도할 때도
수레로 모시는 것이 예의입니다.
지금이야 먼 거리를 갈 때는
수레 대신 자동차로 갑니다만
그러나 자동차에서 내리면
역시 혼백은 수레에 모시고 가는데
그 때 행할 의식이 바로 이 시련절차입니다.
그러고 보니 수레 련輦자에도
자동차 차車자가 들어있긴 합니다
주注: 재대령齋對靈
앞의 '사명일대령四名日對靈?'은
불교에서의 사대명절인
초파일, 백중일, 성도일, 열반일에
일반 영가와는 달리 조사 스님이나
은법사 스님 영가에 대하여 한 영가법문이지만
편의상 일반영가에 대한 법문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여기 이 '재대령'은
그야말로 일반영가들을 위한 대령으로써
영☆가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법문입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이처럼 훌륭한 영가법문은
실로 그리 흔치 않습니다
이 '재대령'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시련절차>로 이어집니다
동봉 옮긴《일원곡》제4권64쪽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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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3/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
스님이 말씀하신 시골정경이 떠오릅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프리카 탄자니아도
상상이 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출근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법문으로 하루, 한주를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갑수 거사님 ㅡ 고맙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기포스님~!!
기포는 킬리만자 정상이 기포ㅡ
웅장하고
멋있습니다
시련절차ㅡ
자세한 정리 감사합니다
시련은 '수레로 모시다' 의 뜻이군요?
오늘도 새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상쾌한 아침입니다
기포스님~!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