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계명은 너희에게 힘든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11)
신명기 30장 15-20절에서 율법에 대한 순종을 촉구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신명기 30장 11-14절까지 마지막으로 율법을 순종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때문에' 라는 뜻을 가진 이유 접속사 '키'(ki)로 시작하는 본문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지키도록 요구하시는 율법은 지키기 어렵거나
일상 생활로부터 괴리된 낯선 것이 아님을 밝힌다.
여기서 '너희에게 명령하는'으로 번역된 '메차웨카'(metsaweka)는 '명령하다'는 뜻을
가진 '차와'(tsawa) 동사의 강조형 분사 능동태와 2인칭 단수 접미어가 결합된 말로서,
'너에게 명령하고 있는' 이라는 뜻이다.
분사형은 행동의 계속됨을 나타내기 때문에 여기의 '명령'은 과거에 모세가 내린 어떤
명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계속 주어지고 있는 하느님의 모든 율법의
말씀을 가리킨다.
한편, '힘든 것도'로 번역된 '니플레트'(niphlleth)는 '능가하다', '특별하다'
라는 뜻을 가진 '팔라'(phalla) 동사의 수동형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놀랍다'라는
뜻을 가진다.
그리고 '너희에게'로 번역된 '밈메카'(mimmeka)는 '~로부터'라는 뜻을
가진 전치사 '민'(min)과 2인칭 단수 접미어가 결합된 전치사구로서 '너에게'라는 뜻이다.
따라서 '로 니플레트 히 밈메카'(lo niphlleth hi mimmeka)는 '그것은 너의
영역 밖에 있을 만큼 어려운 것이나 놀라운 것이 아니다'로 이해할 수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고 있는 명령 즉 율법은 그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명기 29장 28절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감추어진 것은 주 우리
하느님의 것이지만, 드러난 것은 영원토록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것이니, 우리는
이 율법의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즉 율법은 감추어진 것이 아니라 영구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It is not hidden from you).
그리고 '멀리 있는 것도'로 번역된 '레호카'(rehoqa)의 원형은 '라호크'(rahoq)
인데, 거리적으로 이스라엘로부터 멀다는 의미보다는 이스라엘이 도달할 수 없을
만큼 율법이 결코 난해하거나 심오하지 않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따라서 신명기 30장 11절은 율법이 우리가 지키기에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과
더불어 율법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아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