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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다이어트@e
김소형 원장의 건강 다이어트
김소형 지음
느낌이있는나무/2001년12월/255쪽/9,000원
▣ 저 자 김소형
김소형은 G&M 비만클리닉을 비롯해 자생한방병원 과장을 거쳐 메리어트 호텔 B&!
클리닉, 한방 주치의, 국민대 미용아카데미 객원교수, SBS 의무실 한방 주치의로
활동 중이다. 1993년 우석대학교 한의학과에 재학 당시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 미스
서울로 뽑히기도 했지만 학업에 열중하여 8년 뒤인 지금 부친 김종수 박사의 뒤를
따라 가업을 잇고 있다.
▣ Short Summary
『김소형 원장의 건강 다이어트』는 한방과 다이어트의 원리를 접목시킨 책으로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한방 건강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살이 찌는 원리와
소문난 다이어트를 해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 다이어트 최대의 적인 요요현상을
극복하는 방법, 살이 찔 수밖에 없는 생활습관, 체질에 따른 다이어트 비법, 경혈
자극과 스트레칭을 접목한 독특한 한방 탄력체조 요령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식이요 법 요령, 산후 비만에 좋은 한방 차, 각 체질에
맞는 음식 등에 관한 유익한 정보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예비 한의사가 당당한 비만 전문 한의사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건강 다이어트의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제2장에서는 독이 되는 다이어트와 득이 되는 다이어트의 사례를 통해
잘못된 다이어트가 불러일으키는 질병과 건강 다이어트에 필요한 상식을 소개했다.
제3장에서는 세대별, 체질별 다이어트 관리에 필요한 상식과 함께 다양한 스트레칭,
한방 차, 한방 약재들을 서술해놓아 일반인들이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제4장은 다이어트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극적인
탈출구를 모색한 사례와 실패담을 함께 실었고, 제5장에서는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궁금증을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 차 례
1. 아름다운 세상, 그 중심에 선 여자!
2. 내 몸의 주인은 나! - 한방으로 다스리는 몸 이야기
3. 세상이 행복해지는 다이어트 이야기
4.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5.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한방 건강 다이어트 Q&A
부록 1 증상별로 살펴본 손발 지압법!
부록 2 증상별로 살펴본 한방 약재!
김소형 원장의 건강 다이어트
김소형 지음
느낌이있는나무/2001년12월/255쪽/9,000원
1. 아름다운 세상, 그 중심에 선 여자!
나의 다이어트 실패기
"거참, 복스러운 것이 부잣집 맏며느릿감이다." 여자들은 이런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덩치 하네. 힘 좀 쓰겠어!" 이런 얘기를 여자에게 서슴없이
하는 낯두꺼운 사람들도 있다. "죄송합니다. 저희 가게에는 손님한테 맞는 옷이
없어요." 이 정도면 당장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이 왜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사람은 내게 이런 얘기하기도 한다. "선생님은
날씬하시니까 저처럼 뚱뚱한 여자들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실 거예요." 천만에
말씀. 내게도 비만 때문에 고민하고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 어찌 그 심정을 모르겠는가.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때의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의학과에 입학한 나는
심신이 매우 지쳐 있고 살도 많이 찐 상태였다. 오랜 수험기간 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이 몸에 밴 탓이었다. 워낙에 살이 쉽게 잘 찌는 체질인데다 극도의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니 설상가상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키가 큰 편이라 조금만 살이
쪄도 남들보다 덩치가 훨씬 더 커보였다. '부잣집 맏며느릿감'이라는 말은 그때까지
지겹도록 들어본 소리였다. 특별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무렵 살을
빼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해 두었던 나의 몸을
이제 좀 추스르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런데 막상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떻게 살을 빼야 할지 난감했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인지도 모르고 일단 무작정
굶어보기로 했다.
그날부터 칼로리 섭취를 극도로 줄였고, 물과 과일만으로 버텨나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정말로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저울에 올라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체중에 위안을 받으며 어리석은 다이어트를 계속했다. 너무 허기가 지고 기운이
없어서 학교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 다이어트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살이
찐다는 사실이었다. 먹지 않고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부터 온갖
여성지를 뒤져가며 각종 다이어트 방법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원푸드 다이어트에서부터 풍선을 불면 살이 빠진다는 풍선
다이어트까지...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극심한 요요현상으로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게
되었다.
본격적인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욕실에 들어간 순간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질러야 했다. 정수리
한가운데의 머리털이 한 움큼이나 빠져있었던 것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원형
탈모증이었다. 너무나 괴로웠다. 소위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한의학을
전공한다는 학생이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지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 일이 있은 후, 가족들 몰래 쉬쉬하면서 하던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가 아버지 귀에
들어갔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크게 꾸지람을 들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그렇게 살을 빼고 싶었니?" "..."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버지는 조용히 타이르듯 말씀하셨다.
"비만이라는 것도 기의 흐름이 조화롭지 못해 생긴 병인 것을 그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무조건 굶기만 했으니 몸에 무리가 갈 밖에. 오늘부터 내 말에 따르도록 해라."
그날부터 나는 아버지에게 치료를 받았다. 맥을 짚어 내 몸의 상태를 진단하신 후
탕약을 지어주시고 손수 침을 놓아 주셨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무조건 아버지
말씀에 따랐지만 조금씩 나타나는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끼 식사를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먹는데도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고, 기운이 없어
나락으로 치닫던 기운도 점차 소생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은 탈모현상이 나타났던 자리에 새 머리칼이 돋아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이후 나의 체질은 완전히 개선되었고 지금까지 별다른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적당한 수준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내 몸을 다스리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다이어트 통계
미국 여성들은 평균 적으로 약 14회 정도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한
통계를 보면 다이어트를 하는 미국인 1,000명 중 단지 50명만 이 목표 체중까지
감량하는데 성공하고 그 50명 중 단 5명만이 6개월 이상 그 체중을 유지한다고
알려졌다. 즉 다이어트의 실패율이 99.5%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암 치료 실패율보다
높은 수치이다.
모 보험회사가 여름휴가를 앞두고 직원 8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름휴가 여행지를 바다로 선택한 416명 가운데 268명(64.4%)이 멋진 몸매를 뽐내기
위해 다이어트해야 할 신체 부위로 뱃살을 꼽았고, 다음으로 종아리(10.1%), 전체
부위(3.1%), 팔뚝(2.6%) 등이 뒤를 이었다.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330명(79.3%)이 운동을 통해 살을 뺄 계획이라고 답한 반면
'굶는다(44명), 식이요법(33명), 지방흡입시술(5명) 등의 대답도 있었다.
지난 1999년 갤럽이 조사한 결과 미국의 경우 다이어트 시장의 규모는 자동차 시장의
26배로 추정됐다. 미국 내 자동차 시장 규모를 연 3,000억 달러로 잡을 경우 무려
7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한국의 다이어트 시장도 지 난 1992년
다이어트 붐 이래 해마다 4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는 통계이다. 2001년 1조원, 오는
2003년쯤엔 2조원 대의 거대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 과거 80년간 등장했다가 사라진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3만 여 가지에 이른다.
일본의 한 암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 여성이 폐경기에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체중이 평균 이하인 사람에 비해 2-3배 높다고 한다.
2. 내 몸의 주인은 나! - 한방으로 다스리는 몸 이야기
한방 건강 다이어트가 주목받는 이유, 『동의보감』을 아십니까?
비만과 한방의 만남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한방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비만을 몸의 균형이 깨져 생겨난 질병으로 인식하고 비만에 대한 치료를 실시해왔다.
요즘 사회적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첨단검사, 의료기구와 한방이
결합하여 보다 체계적인 한방 건강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웬만한
한의원에서는 부수적으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적으로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한의원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한방 비만 클리닉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러 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보다가 번번이 실패하거나 성공을 한 다음에도 요요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 한방 건강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마지막 희망처럼 받들고 있을
정도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방 건강 다이어트가 주목받는 이유를 몇 가지로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체질과 원인의 유형을 가려서 치료한다.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게 고찰될 수
있지만 배분비 호르몬 장애 등과 같이 질병을 원인으로 한 증후성 비만이 있는가
하며 섭식 불균형을 통해 일어나는 단순형 비만도 있다. 때문에 비만을 각각의
유형에 따라, 또 해당 환자의 체질에 따라 원인을 제거해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치료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둘째, 요요현상이 없다. 무조건 섭취량을 줄이게 되면 열에 열 사람은 모두 심한
요요현상으로 원래 체중보다 훨씬 더 살이 쪄버리게 된다. 그러나 한방 클리닉은
신진대사량과 음양의 균형을 알맞게 조절해 줌으로써 다시 살이 찌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더욱 효과적이다.
셋째, 배고픔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배가 고파 일상 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한방 건강 다이어트의 경우 몸의 기와 혈을 보강해주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유지시켜줌으로써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이침(耳針)
등의 침술을 병행하면 식욕을 감소시켜 다이어트 효과를 배가시킨다.
넷째, 부작용의 폐해가 전혀 없다. '무조건 굶기'식의 다이어트 혹은 건강보조식품을
이용했을 때 파생되는 갖가지 부작용 없이 아름답고 건강한 몸으로 회복된다는 것이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는 천연 약재인 한약은 인체의
'음양기혈'을 조화시키고, 부족한 곳에는 영양을 주고 과다한 곳에는 영양을
조절함으로써 다이어트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방 건강 다이어트의 치료 과정
① 한약(다이어트 탕)
기초 대사량을 증진시키는 탕약으로 체질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다. 기초 대사량은
우리가 활동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에너지로 기초 대사량이 높을수록 신진대사가
원활하고 지방분해가 잘 되기 때문에 살이 잘 내린다. 반대로 기초 대사량이 낮은
사람은 신진대사가 잘 안되고 지방분해도 잘 안되어서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
기초 대사량이 낮은 사람의 특징은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이
심하고, 손발이 매우 차며, 무월경 증상과 심하면 우울증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다이어트 탕은 각 체질별로 장기의 허와 실을 맞추어준다. 다이어트 탕의
원료는 오장육부 중 항진된 장의 기운은 끌어내리고 모자란 장의 기운은 끌어올려
체질개선을 꾀함으로써 비만의 원인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복용하면 그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복용기간과 탕약에
첨가되는 한약재의 종류는 비만 정도와 비만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② 침
지방분해침은 지방층에 15cm 정도의 침을 주입하는데 비만혈을 찾아 침을 꽂은 뒤
전기 자극을 주면 신경말단에서 중성지방을 분해하는 물질이 나와 땀으로 배출된다.
지방분해침은 특히 부분비만에 효과적이어서 얼굴, 팔뚝, 복구, 허벅지, 발목,
종아리 등 부분적인 비만에 이용한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이 치료 후 운동을
병행해주면 좋다. 복부의 경우 통상 10회 정도의 시술을 통해 2-3인치 정도 치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질침은 우리 몸의 경락과 장기의 기허를 조절해주는 침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기혈의 흐름을 조화롭게 하는 침이다. 침을 놓는 부위를 경혈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에는 경락을 따라서 365개의 경헐이 존재한다. 이중에서 비만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는 경혈을 찾아 집중적으로 침을 놓는다.
이침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요법으로 식욕억제에 효과적이다. 우리 귀에는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 5-7개 정도의 혈이 존재하는데 이 부위에 압정 모양의 이침을 주
2회 정도 놓는다. 이침은 시술이 간단하고 꽂은 채로 생활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③ 부황
부황은 음압을 이용하는 요법이다. 피부의 경혈에 음압을 주어 그 부분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올라온 부분의 피부 색깔을 보고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암적색이 나오거나 색이 진할수록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부황 치료를 계속 받으면 진한 색깔은 점차 없어진다. 등과 복구, 허벅지처럼 살이
많이 찐 부위에 집중적으로 시술해주면 살이 빠진다.
④ 뜸
'온열 자극법'으로 불리는 뜸 요법은 경혈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시술법이다.
손발이 차거나 냉이 있는 사람들은 뜸 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치료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뜸은 꾸준히 하면 비만 치료는 물론
체질개선과 건강증진에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몸에 열이 너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 임산부 등은 뜸 치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⑤ 장세척과 초음파 치료
몸에 쌓인 숙변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복부비만 해결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피부도
고와진다. 변비가 심한 경우 장세척을 하기도 하는데 의사와 상담 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초음파 치료는 비만 부위에 자극을 주어 지방분해가 잘 되도록
촉진시키는 것으로 비만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이용된다.
3. 세상이 행복해지는 다이어트 이야기
비만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5계명
①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끄고 밖에서 뛰어 놀게 하라! 컴퓨터 오락을 좋아하고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은 아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만 가능성이 높다. 오락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간식을 먹게 하는 것은 비만의 가 능성을 더욱 높인다.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밖에서 뛰어 놀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고 노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보다는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건강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②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하라!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식생활에 있다. 아이들이 유독 좋아하는 햄버거나 스낵류, 초콜릿 등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은 비만을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온갖 색소와
첨부물로 겉포장한 현란한 음식들이 아이들의 혀를 유혹한다. 아이들이 이러한
유혹을 떨쳐버리기는 힘들다. 아이들은 스스로 먹는 것을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먹는 것의 차이가 비만 아동을 만드느냐 건강한
아이를 만드느냐를 결정한다.
③ 성장발육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시켜라! 아동기는 신체발육과 성장에
중요한 시기이다. 따라서 아이를 다이어트 시킨다고 굶기거나 열량을 제한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루 세 끼 기본
식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신선한 천연식 품을 이용하여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④ 운동을 놀이로 인식시켜라! 아이들이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운동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것은 먹는
것에 대한 유혹과 아직 인내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우선 손쉽게 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수준의 운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억지로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아빠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더욱 좋다.
DDR이나 펌프처럼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도 좋은 방법이다.
⑤ 부모 먼저 모범을 보여라! 엄마, 아빠는 다 하면서 아이에게만 이것저것 하지
못하게 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아이의 비만을 물리치고 싶다면 부모들의 체질부터
개선해야 한다. 기름기를 쏙 뺀 담백한 식단, 아이가 먹기 싫어한다고 윽박지르지
말고 잘 다독거려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보라.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식사 후에는 TV를 끄고 온 가족이
함께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아이 에게 부모가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성들을 위한 다이어트 제안
① 뱃살과의 전쟁, 이렇게 승부하라!
- 격렬한 운동보다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라. 그것이 지방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 시원하게 사우나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개운해질
것이다.
- 사무실에서 또는 운전을 하면서 장기간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은 남성들은
하체 운동이 부족하기 쉽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하체를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 많이 걸으면 걷는 만큼 뱃살은 줄어든다.
- 매일같이 운동을 하기 힘들다면 1주일에 3일, 40분씩만 운동에 투자하라.
- 윗몸 일으키기, 다리 들어올리기 등을 꾸준히 실시한다. 복부 근육을 증가시켜
단단한 배를 만들 수 있다.
- 휴일에는 가족들과 조깅, 등산 등을 즐겨라. 좋은 아빠로, 좋은 남편으로, 그리고
뱃살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②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 운동법
- 어깨 너비보다 다리를 조금 더 넓게 벌리고 서서 우산이나 수건 등을 목 뒤로 잡은
다음 다리를 고정시켜 상체만 좌우로 돌려준 다.
- 양쪽 손에 무거운 물체나 두꺼운 책을 들고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다음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손을 천천히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한다.
-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선 다음 손바닥이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구부린 후 10초
정도 멈추었다가 천천히 펴준다.
- 그 상태에서 기마 자세로 5분 정도간 서 있는다.
- 똑바로 선 자세에서 천천히 다리를 굽혔다가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4.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
10년만에 아이를 갖게 된 주부의 사연
36세의 주부 B시가 처음 나를 찾아온 것은 변비 치료를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변비약을 상습 복용해오다
최근에는 약의 효과도 볼 수 없고 복통도 심해졌다고 했다.
다이어트 클리닉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흔히들 복용하게 되는 변비약이라는 것은 이뇨제, 설사약 종류이다. 이런 종류의
약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장이
무기력해져서 오히려 더 배변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임시변통으로
쓰는 약을 습관적으로 먹게 되는 것인데, 배는 아프고 변이 나오지 않고 나중엔 물만
나오다가 탈진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은 한방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한방으로 변치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변비가
해소됨은 물론 치료 후 몸도 가벼워지고 피부도 좋아진다.
주부 B씨의 경우도 이러한 경우였는데 변비 치료가 끝나갈 무렵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이곳에서 불임 치료도 가능할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결혼한지
꼭 10년이 지난 B씨 부부는 매우 금실이 좋은 부부였지만 웬일인지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결혼 후 몇 년 동안은 아직 젊은데 조금 늦어지면
어떠랴하는 심정으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한두 해가 지나고 결혼 5-6년 차에
접어들자 이제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부부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뒤늦은 감은 있지만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부부가 모두 정상. 이 속 좋은 부부, 다시 희망을 갖고 좀더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그렇게 기다린 것이 벌써 10년째라는 것이다.
불임이 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 으나 B씨의 경우는 성장기 이후에
계속된 비만 때문이 아닌가 의심되었다. 임신이 잘 되기 위해서는 아기집(자궁)에
아기씨(정자)가 잘 착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비만일 경우
여성의 몸이 비습해지므로 착상이 잘 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불임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나는 B씨에게 비만 치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해보았다.
이미 변비 치료에 효과를 본 그녀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고 남편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 B시와 그녀의 남편이 함께 진료실을 방문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그녀의 남편은 한눈에 보기에도 아내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듯 했다. 그녀의 남편은 꼭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평소에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아내가 살을 빼고 나면 좀더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에서
비만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정말 아기가 없다는 것만 빼면 완벽해 보이는
부부였다.
B씨는 8주의 한방 건강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실천했다. 비만 치료
중간에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덩달아 식사 때마다 다이어트 식단을 먹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부창부수라더니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어쩌면 그리도 극진할까.
사실 비만 치료를 하다보면 이 환자는 끝까지 잘 해내겠구나 하는 좋은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아무래도 중도에 포기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B시의 경우는 거의 99% 희망적이었다.
모든 비만 치료를 끝내고 B씨 부부는 한 가지 약속을 하고 떠났다. 만약에 부부에게
아기가 생긴다면 꼭 다시 찾아와 인사를 하겠노라고. 인사를 받아야 맛이 아니고
정말 그 부부에게 그들의 사랑만큼 예쁜 아기가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1년 후 바쁜 생활 속에 그 부부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만삭의 한
여인이 진료실의 문을 두드렸다. B씨였다. 뒤에는 그녀의 남편이 함박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집사람이 이 모습을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서요." " 드디어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려요!"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천만에요. 두 분의 사랑이
결실을 맺은 거지요." "나이가 많아 걱정했는데 집사람이 그래도 잘 버텨주 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남편의 사랑스런 눈길은 여전했다. "아이 가지고 나서
방심했더니 살이 다시 많이 쪘어요. 애 낳고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까봐요.
그때도 선생님이 도와주실 거죠?" "물론이죠." 나는 기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10년만에 그토록 바라던 아이 갖기에 성공한 부부, 한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5.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한방 건강 다이어트 Q&A
Q. 어렸을 때 한약을 잘못 먹어서 살이 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한약을 잘못 먹으면 살이 찌나요?
A. 과거에 한약하면 보약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약해진
기를 보하는데 한약만큼 좋은 것이 없지요. 그런데 몸에 좋다고 체질에 상관없이
아무 약이나 쓰면 간혹 살이 찌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면서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몸에 열을 없애는 보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삼 같이 몸에 열이 나게 하는 약재를 잘못 먹으면 비만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방 건강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먹게 되는 한약, 즉 다이어트 탕은 철저한
검진을 통하여 체질에 맞는 약재를 처방하여 만든 탕약이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또한 식전에 먹으면 공복감을 덜어주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
많은 도움을 준답니다.
Q. 혈액도 살이 찐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A.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내장형 비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것은 지방질이 몸 바깥쪽 피하지방층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몸 안쪽 장기 사이에
지방질이 쌓이는 유형의 비만을 얘기합니다. 일반적으로 복부 비만인 경우에 내장형
비만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피하지방형 비만보다 성인병 발병 위험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이 지방질 노폐물이 혈액 속을 떠다니다가 혈관에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혈액도 살이 찐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때의
혈액은 매우 혼탁한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압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우 호르몬에 영향을 주어 각종 부인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성 기능도
저하시킵니다. 혈액 내에 지방질 노폐물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식이요법을 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복부 비만이 심한데 윗몸 일으키기를 열심히 하면 빠질까요?
A. 흔히 뱃살빼기 운동으로 알려진 윗몸 일으키기는 실제로 뱃살만 빼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에너지 소비로 몸 전체의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 수영, 줄넘기 등의 운동을 식이요법과 병행하여
꾸준히 실시하면 전체의 체중도 감소하면서 뱃살도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복부의 살만 빼고 싶다면 그 부분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지방분해를 유도할 수
있는데 꾸준한 지압과 마사지, 부황 등으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간질환이야기@e
간박사가 들려주는 간병이야기
- 최다 진료기록 간 전문명의로부터 듣는 메시지 -
김정룡 지음
에디터/2000년 8월/251쪽/8,500원
▣ 저 자 김정룡
김정룡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내과 과장, 동 대학 교수를 역임하며 40여 년 동안 진료 및 의학연구에
전념하였다. 1970년부터 1999년까지 1년 이상 치료환자가 15,390명의 진료기록을
갖고 있으며, 2001년 8월까지 4천여 명의 외래 예약환자가 있는 간 전문의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 간 연구소 소장과 한국 간 연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의학협회
학술상(1973년), 대한민국 과학상(1983년), 호암상(1995년)을 수상했다.
▣ Short Summary
우리 나라에서 현재 간암, 간경변증, 간염 등 크고 작은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약 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간질환은 우리 나라 국민 건강에 있어서
심각한 적이 아닐 수 없으며, 동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어떤 질병보다 예방과
치료가 쉬운 질환이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서 일반 국민들의 간에 대한 관심과 상식은 많이 높아진 상태다.
옛날에는 간경변증이나 간암 진단을 받으면 쉽게 절망하고 포기하였지만, 요즘은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간경변증 진단을 받더라도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 간세포 중 20% 정도만 남아있으면 체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사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좋다는 말만 믿고
아무 약이나 함부로 먹지 말라는 것이다. '간질환 환자나 그 가족은 귀가 커진다.'는
말도 있듯이 간질환에 걸리면 주변에서 권하는 약을 남용하기 쉬운데, 거의 대부분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병마를 이기고 싶은 환자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좋은 약을 못 먹는 것보다, 나쁜
약을 한 번 먹는 것이 간에 더 치명적인 해를 미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어떤 병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가짐인데, 저자는 간질환의 경우 특히
환자의 치료 의지와 인내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하여 현재 간질 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그 가족들이 용기를 회복하고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숙지함으로써 간질환을 극복해 낼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차 례
제1부 간질환, 이것만은 꼭 알아둡시다
1. 간암을 극복한 K씨 이야기
2. 간은 어떤 장기인가
3. 간의 구조
4. 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5. 언제 간질환을 의심해야 하는가
6. 병력 청취
7. 간질환의 진단과 검사
8. 간 기능 검사 때 잘 쓰는 용어
9.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제2부 간질환, 어떤 것들이 있나
1. 갖가지 간질환 ... 간염에서 간암까지
2. 급성간염
3. 만성간염
4. 간경변증
5. 간암
6. 기타 간질환
제3부 생활속의 간질환 치료
1. 술과 간
2. 간질환과 다른 장기의 합병증
3. 약과 간질환
4. 건강한 간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
5. 간질환의 궁금증 풀이 Q & A
6. 간병을 이긴 사람들
간박사가 들려주는 간병이야기
- 최다 진료기록 간 전문명의로부터 듣는 메시지 -
김정룡 지음
에디터/2000년 8월/251쪽/8,500원
제1부 간질환, 이것만은 꼭 알아둡시다
1. 간은 어떤 장기인가
- 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간은 심각한 상황 이 되기 전에는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간질환이
진행되고 있어도 초기에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심상치 않은 자각증세를 느끼게 되는
경우에야 비로소 병원을 찾게 되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간은 약물의 남용을 싫어한다
간질환에 특효약은 없다. 간질환 환자들이 남들이 좋다는 약을 무작정 복용하다
병세가 악화된 경우를 많이 보았다. 간질환 환자는 절대 전문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귀가 솔깃해져서 아무 약이나 먹어서는 안 된다. 간질환 치료에는 꾸준한
관찰과 치료만이 효과가 있을 뿐이다.
- 간은 인내심이 많은 환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간질환은 한마디로 지루한 병이다. 급성간염은 빨리 치료될 수 있지만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등은 몇 년 간의 치료는 물론 심지어는 평생 동안 질환을 벗삼아
동고동락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질환은 하루아침에 치유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으로 한 걸음씩 병세를 호전시켜 나가야 한다. 간은
참고 기다리는 가운데 조금씩 자기의 간을 치유해 나가는 환자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2. 간의 구조
간은 성인의 경우 약 1. 5킬로그램의 무게에 양 손바닥을 합친 정도의 크기로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다. 간은 오른쪽 갈비뼈로 보호받고 있는데 옆으로는 오른쪽
젖꼭지 아래 1cm 지점에서 왼쪽 젖꼭지 2cm 지점까지, 그리고 아래로는 오른쪽
갈비뼈 부근까지 걸쳐 있다. 3천억 개 이상의 간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간에
질환이 생기면 간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그에 따라 간의 구조가 변하게 되고 간
속에 있는 혈관의 배열도 혼란에 빠져 혈액의 이동에 장애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간에는 동맥과 정맥이외에 문맥이라는 혈관이 있다. 문맥은 소화관에서 간으로
영양소를 운반하는 수송관의 역할을 한다. 간은 혈액을 간동맥과 간문맥으로부터
공급받는데, 간문맥을 통해 혈액의 75%가 공급되며 간동맥으로는 25%가 공급된다.
이밖에 간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은 간정맥을 통해 우리 몸 곳곳에 운반된다.
간에는 혈액 외에도 담즙이라는 특수한 액체가 흘러나오는데 이 담즙이 지나는 길을
담관이라고 한다. 담즙의 역할은 노폐물인 빌리루빈을 몸밖으로 배출시키고 담즙산을
이용하여 지방을 소화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이 담즙은 평소에는 담낭이라는
주머니에 저장되어 있다가 음식섭취 후 소화작용이 필요할 때 담낭으로부터 소장으로
흘러 들어가 소화작용을 돕게 되는 것이다.
3. 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 혈당 농도를 조절한다
장에서 흡수되어 간에 도달한 포도당의 약 60%가 간에 저장되고 나머지 40%는 간을
통과하여 말초 장기로 운반되어 그곳에서 이용된다. 간에 저장된 포도당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몸의 곳곳에 운반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한편, 24시간
이상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게 되면 간에 비축된 포도당이 고갈되는데 이때는 간이
스스로 아미노산, 유산 등을 이용하여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내는 포도당 신생과정이
활발히 일어나 혈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 단백질을 만든다
단백질은 위나 장에서 소화, 분해되어 아미노산의 형태로 문맥을 거쳐 간에 흘러
들어온다. 그러면 간은 이 아미노산으로 신체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인체의
곳곳에 보내준다. 하루 약 50그램의 단백질을 만들며 혈장 단백질 중 면역
글로불린을 제외한 모든 단백질을 생성한다.
- 지방을 합성, 분해한다
에너지원으로 쓰고 남은 탄수화물을 중성 지방으로 변환시켜 지 방조직에 저장하며,
지방산의 산화과정 중 생긴 물질을 이용하여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하루에 약 500mg의
콜레스테롤을 답즙산으로 변환시킨다.
- 해독 및 배설작용을 한다
간은 단백질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를 요소로 변형시켜 소변의 형태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우리가 복용한 약물은 간의 해독작용을 거쳐
변화되어야만 비로소 인체에 도움이 되는 약리작용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수명을
다한 적혈구가 비장과 간에서 파괴될 때 나오는 빌리루빈을 담도를 통해 배출시키는
역할도 한다.
4. 언제 간질환을 의심해야 하는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피로를 느끼며 오른쪽 상복부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며 구토 증세를 보이면 간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밖에
황달현상이나 소변의 색깔이 짙은 콜라 색을 보이고 대변이 코르타르와 같은
검은색을 띨 경우 간 기능을 검사할 필요가 있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코피가 잘 나며, 작은 충격에 멍이 들거나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면 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얼굴이 흑갈색으로 변해도 위험하다. 특히 흑갈색
얼굴에 실핏줄이 돋 아 보이면 간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밖에도 간질환을 의심해 볼 만한 증세로는 미열이 나며 오른쪽 윗배가 아프거나,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하는 경우 또는 갑자기 눈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체중이
줄어들거나 혀가 빨갛게 변색되는 등의 현상은 간의 이상과 연관이 많다. 특히 이런
증상 중 몇 가지가 중복해서 나타나면 간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5.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 바이러스의 정체
간질환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낱말이 있다.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란 세균과는
달리 RNA나 DNA 핵산 하나만을 가지는 세균보다 작은 병원체이다. 간염은 주로 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바이러스는 자기에게 알맞은 조직의 세포 속에서만
증식하는 특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간염바이러스는 간세포 속에서만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며 잠복기를 갖는다는 특성이 있다. 즉 감염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발병을 하게 되는 것이다.
- 바이러스와 면역
인체 내에 면역반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그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어 바이러스를 제거하게 된다. 그런데 면역기구에 이상 이 생기면 항체
생성에 차질을 빚게되어 바이러스가 인체를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하기도 한다.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가 공격을 받으면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하게 되며 그 결과 혈액검사 때는 나타나지 않는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2부 간질환, 어떤 것들이 있나
1. 급성간염
급성간염은 말 그대로 급격한 증상으로 발병되는 간염인데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하다. 주원인은 간염바이러스 때문인데 급성간염이 발병하면 감기 몸살에 걸린
것처럼 몸이 피곤해지고 발열, 식욕부진, 구토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소변 색깔이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며, 희게 탈색된 듯한 대변이
나온다. 이밖에 황달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급성간염은 대부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면 4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오고 황달 증세도 없어진다. 그러나 몸 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효과적인 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였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간 약들은
치료제가 아니고 간 기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간 기능 보호제일 뿐이다.
그러므로 급성간염의 경우 별도의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약의 복용은
간에 부담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간염의 치료기간 중에는 영양보충이 절대 필요한데 보통 급성간염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져 영양섭취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포도당 주사 등을 통해
몸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게 되면 간세포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 만성간염
만성간염은 보통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간의 전반적인 염증 상태를 말한다.
주원인으로는 역시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중 B형과 C형이 가장
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B형이 만성간염의 약 60%를 차지하며 C형은 25% 정도이다.
B형은 50대에 흔한 반면, C형 간염의 경우 주로 60대에 발병한다. 만성간염이 위험한
이유는 오래 진행되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행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B형
만성간염이 C형보다 간경변으로의 진행이 좀더 빠르고 위중한 결과를 초래한다.
만성간염은 급성간염을 완치하지 못한 사람이나 무증세 급성간염에 걸렸던 사람들이
걸리기 쉽다. 특히 무증세 급성간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간염에 걸렸다가
자연스럽게 치료가 된 경우이므로 당사자 본인은 간염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간이 건강한 줄로 착각하게 되고, 과도한 일과 술로
간을 혹사시키다가 급기야 만성간염 판정을 받게 된다.
이밖에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았는데도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간세포를
파괴하는 자가면역성 환자도 만성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지속된 음주로 술이
독소가 되어 간세포를 파괴함으로써 만성 간질환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만성간염 진단은 간 기능 검사와 항원 및 항체 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전문적인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은
전문 의료기관에서 받는 것이 좋다. 만성간염은 결국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B형 간염의 경우에는, 백신을 접종하여 면역 항체를 생성하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C형 간염은 그 전염 경로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예방 백신도 개발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인 위생을 준수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 하겠다.
3. 간경변증
간경변증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고 민하는 간질환의 하나이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더
큰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면 간경병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얼마든지 오래 살 수 있다. 간경변증이란 간염 등이 원인이 되어 정상적인
간세포들이 파괴되고 정상 조직이 줄어들면서 결체조직이 간 조직을 둘러싸게 되어
간이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간경변증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간경변증 상태가 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딱딱해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간경변으로 인해 다른 합병증이 오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속적인 음주가 간경변증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음주에 의한
간경변증은 10-20%에 불과하고 오히려 술보다는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만성간염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가 간에 좋을 리는 없다. 오히려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 등 간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나 술 외에도 몸
안에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면 간경변증에 걸릴 수 있다.
간경변증 환자는 얼굴이 거무튀튀한 색깔을 띄며 어깨, 등, 가슴의 모세혈관이
확대되어 혈관이 방사상으로 뻗친 모양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 혀가 빨갛고
반들반들하게 변한다. 호르몬 대사의 이상으로 남자의 경우 젖가슴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을 초래한다.
간경변증에서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피로감과 식욕부진 그리고 복부 팽만감이 오며
방귀가 잦아진다든지 성욕감퇴를 보인다. 우측 간 부위나 명치끝이 심하게 아프고
때로는 오른쪽 어깨가 특히 뻐근하다고 느낀다. 더 진행되면 오줌 색이 진해지고
몹시 가렵기도 하며 때때로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거나 코피가 자주 날 수도 있고
멍이 쉽게 든다.
이미 딱딱해진 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에 많은 간경변증 환자들이 낙담한다.
또 간경변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면 더 이상 간 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는 늘 간암의 발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년에 두세 번 정도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간암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4. 간암
암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두려운 존재이다. 종양에는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이 있는데 양성 종양은 증식을 통해 커지기는 하지만 조직 속으로 침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악성종양은 조직을 파고 들어가 파괴를 하고 전이를 일으킨다.
우리가 흔히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악성종양이다.
간암은 크게 간세포암과 담관암으로 구분한다. 간세포암은 간세포가 암으로 변하는
것으로 우리가 보통 간암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에서 주로
발생한다. 담관암은 담즙이 흘러 나가는 길을 이루고 있는 담관세포가 암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이밖에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간으로 옮겨와 증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보통 전이성 간암이라고 한다.
간암이 어떤 경로를 거쳐 발생하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성간염과
간경변증이 악화되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B형과 C형의 만성 간질환 환자의 경우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들이 알코올을
과음할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간암이 발견되더라도 절대 낙심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최선이다. 최근에는 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수술 이외의 치료방법을
통해 6개월 이상 몇 년씩 생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널리 적용되는
간암 치료법은 4가지가 있다. 절제 수술과 간암에 대한 에탄올 주사치료법, 그리고
간암의 동맥색전술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건강한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간이식
수술방식이 있다.
5. 기타 간질환
윌슨병: 혈액에서 구리 성분을 처리하는 물질이 부족할 경우, 구리가 과다하게
간이나 뇌조직에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은 주로 사춘기 이전에 발병하는데,
구리 성분이 간에 축적되어 전격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가면역성 간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착각을 일으켜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을
적으로 간주해서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가면역 반응인데,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병을 자가면역성 질환이라고 한다. 간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데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를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간디스토마: 이 것은 민물고기를 회로 먹을 경우 감염되기 쉬운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이 체내로 들어오면 담도 내에 기생하는데 감염이 되면 간이나 비장이
비대해지고 소화불량, 황달, 복수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세균에 의한 감염: 간은 간혹 세균에 의해서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대장균이나 장 아메바에 의한 감염이다. 고열, 오한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간에 농양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 항생제를 써서 치료하지만 농양에 관을 넣어
고름을 뽑아내기도 한다.
제3부 생활속의 간질환 치료
1. 술과 간
술과 간의 관계에 있어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무조건 간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한 간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술을 마시고, 폭음을
하지 않는다면 술은 간에 해롭지 않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술 때문에 간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술 때문에 간질환을 악화시키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까? 그것은
술을 자주, 많이 마셔도 간이 나빠지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술에 의한 간손상의 주요 요소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마시느냐, 또 얼마나 많은 양을
마시느냐이다. 2~3일 폭음한 후에는 3일 정도 입에 술을 안 대는 음주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술과 간의 관계에서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간에
손상을 주지 않는 알코올의 양이다. 건강한 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적정한 알코올의
양은 하루 80g 이하로 밝혀져 있다. 이것은 맥주의 경우 2,000cc, 소주는 한 병
정도, 위스키는 200ml에 해당된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술을 마신 다음에는 간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많이 마시고 다른 날은 아예
금주를 하는 것이, 하루도 안 빠뜨리고 일정량을 마시는 것보다 간에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술을 마시더라도 2~3일 정도 간격을 두고 마셔야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근원적인 치료법은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지이며,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는 음주를 중단하는
것 이외에는 생존율의 향상을 가져오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2. 간질환과 다 른 장기의 합병증
간과 신장: 간경변증 말기가 되면 신장의 기능도 극도로 약화된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신장의 기능저하로 사망하게 된다. 물론 이뇨제와 수분 섭취로 소변의 양을
조절하면서 간 기능과 신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나갈 수도 있으나 신장의 기능이 매우
약한 상태에서는 치료가 힘들다.
간과 위장: 간과 위는 둘 다 소화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급성간염으로 식욕이 감퇴하거나 압박감이 생기면 자칫 위장에 탈이 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간경변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을 앓는 일이 더 많다.
간과 심장, 그리고 폐: 심장이 좋지 않으면 간에 나쁜 영향을 준다. 심장병 때문에
혈액 수송이 원활하지 않으면, 간의 정맥혈도 장애를 받아 혈액순환 이상으로
간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반대로 간질환이 심해지면 심장근육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특히 간세포 손상이 심해져 유독 물질 처리가 잘 되지 않으면 심장근육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간경변증에서는 혈액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부담을 주게
되며 폐에서도 미세한 동정맥 혈관의 연결이 형성되어 산소교환에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간경변증이 심한 환자의 입술이 퍼렇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3. 약과 간질환
"마이신 하나 주세요." 이 말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약국에 가서 흔히 하는
얘기이다. 우리 나라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약의 오·남용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특히 간질환 치료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약물의 오·남용이다.
간의 입장에서는 복용하는 약이든, 주사로 맞는 약이든 모두가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우리가 복용하는 약은 혈액 속에서 일정한 농도에 도달해야만 치료 효과가 있다.
그런데 간에서 처리되는 약은 간 기능이 저하될 경우 처리 속도가 매우 늦어지며
혈중에서 제거되는 속도도 늦어진다. 따라서 간질환 환자에게는 간에 부담을 조지
않는 적절한 양의 약을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에 의한 간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용한 약이 간에
들어가서 독물로 작용하여 간염을 일으키는 중독성 간 장애이다. 여기에는 약 성분이
직접 독성을 내는 경우도 있고, 그 약의 성분이 간의 효소에 의 해 변형되면서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간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병을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법에 몸을 내맡기게 된다. 그 중에는 한약으로 간질환을 고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간 치료를 위해 한약을 먹는 사람은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을 조심해야
한다. 첫째, 성분 미상의 한약재를 조심해야 한다. 둘째, 구전이나 문헌으로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을 조심하라. 셋째, 웅담, 녹즙,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간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4. 건강한 간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
건강한 간을 유지하려면 병원이 아닌 자기 생활 속에서 간을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이것은 건강한 간을 가진 사람이나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규칙적인 생활: 규칙적인 생활 특히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식사를 자주
거르고 또 폭음과 폭식을 한다면 간은 아무래도 부담을 가지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충분한 수면과 적당한 운동: 수면의 경우 6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하는 것 이 좋다.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한데 얕은 잠은 피로를 남겨두므로 깊은 잠을 자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운동은 입맛을 좋게 하고 몸의 대사에도 도움을 준다.
제대로 된 휴식: 일을 열심히 하고 제대로 휴식하지 않으면 간은 부담을 받게 된다.
또 가벼운 간질환을 앓고 있는데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간질환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매우 좋다. 팔다리를 쭉 뻗고 누우면
혈류량이 증가하게 된다. 직장에서는 소파 등 편한 자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스트레스는 빨리 풀어라: 스트레스나 만성 피로는 간에 부담을 주게 되므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간질환 치료
중에 있는 환자가 상태가 나빠졌을 때의 한 원인으로 "신경을 너무 썼다."는 이유를
말할 때가 많다. 목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에 식사 후에는 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욕탕에 들어가는 것이 좋고, 술을 마신 경우에는 다음 날 아침에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고통받는환자와인간에게서멀어진의사를위하여@e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에릭 J. 카셀 지음/강신익 옮김
들녘/2002년 4월/515쪽/23,000원
▣ 저 자 에릭 J. 카셀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공중보건학 교실의 임상교수이며, 뉴욕 병원의 내과의사로 근무
중이다. 의료윤리학의 메카로 불리는 헤이스팅스 센터의 특별연구원이며, 미국
국립과학협회 의학연구소의 일원이다. 저서로는 『The Healer's Art』『The Place of
Humanities in Medicine』『Talking with Patients』등이 있다.
▣ 역 자 강신익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부산 백병원 전임강사 및 조교수를
지냈다. 그후 인제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웨일스대학교 의철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문학석사). 현재는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 과장 및
부교수로 지내면서 인제대학교와 강릉대학교에서 의료인문학, 의철학 및 의사학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공해병과 인간생태학』『사회와 치의학』『환 자와
의사의 인간학』『푸코와 치아』(공역)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의료행위의 초점이 질병이 아닌 아픈 사람이 되어야 함을 내세우고 있는 이 책의
1장은 의학에서 이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지금까지
통용되어온 질병이론의 약점이 어떻게 이론 자체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2장에서는 한 시대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의사의 모습은 아픈 사람과 의사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 태도 등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3장과 4장에서는 이 장들에서 '고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뿐 아니라 이 물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다. 5장의 주제는 환자-의사의 관계다.
이 장에서 카셀은 우리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것,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덕목 등은 모두 의사-환자의
관계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6장은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고 할 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개념 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질병의 개념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유방암, 폐렴, 관상동맥질환 등을 예로 들면서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줄곧 인간의 개념에 대해 논의한다. 계속되는 장들에서는 의사의
기본 책무를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네 가지 책무에는 무엇이 문제인가(진단),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가(원인), 무엇을 할 것인가(치료), 그리고 치료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예후) 등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일들이 포함된다.
▣ 차 례
제1장 흔들리는 질병관 : 근대적 질병관의 대두와 몰락
제2장 바람직한 의사상의 변화
제3장 고통의 본질
제4장 만성병으로 인한 고통
제5장 의사-환자 관계의 미스터리
제6장 질병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제7장 질병에 집착할 것인가, 병든 사람을 보살필 것인가
제8장 치료의 대상 : 질병인가, 몸인가, 환자인가
제9장 의사와 환자
제10장 이 사람은 누구인가
제11장 인간의 척도
제12장 임상의사의 경험 : 권력인가, 마술인가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에릭 J. 카셀 지음/강신익 옮김
들녘/2002년 4월/ 515쪽/23,000원
제1장 흔들리는 질병관 : 근대적 질병관의 대두와 몰락
질병을 하나의 일반적 현상으로 볼 것인지, 국소적 실체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의학의 역사를 통틀어 잠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 첫 번째 개념은 질병의
근원을 병든 사람 내부와 외부의 자연적 힘의 불균형에서 찾는다. 두 번째 개념은
질병을 어떤 실체를 가진 것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실체는 외부에서 침입해서
의학사상을 번갈아가며 지배해왔으며, 때로는 어떤 한 개념이 수백 년 동안
의학사상을 지배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사람의 몸을 이해하는 방식은 위대한
해부학자와 초기 생리학자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의학의 기본이 되는 이론이
실제 상황에 얼마나 잘 적용되는지의 여부는 의사업무의 효율성, 의사의 행동,
환자와의 관계, 의료 전문직 내부의 관계, 심지어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권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인간 행동은 반드시 이론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의료행위 역시 이론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데 이는 의사들이 질병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믿음 위에서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이론을 경시하는 경향 을 보인다 하더라도 사실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는 노력에서 보는 것처럼 어떤 종류의 이론에 따른 행동이다. 의사와
일반인이 질병과 원인, 치료에 관한 하나의 이론에 대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때 그 이론에 더 힘이 실리고, 의사라는 직업 역시 더 강하게 통합되고
견고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의사들을 하나로 묶어주던 기본적 이론이 분열되고
약점이 노출되기 시작하면 의사라는 전문인 집단 전체는 일반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들 내부에서의 응집력마저 잃게 된다.
180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질병이론은 의사들 사이에 공통된 이해의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의학에 과학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질병이론에 따르면 임상의사의 목표는 병든 사람에게서 질병이라는 특별한 원인을
지닌 특별한 현상을 찾아내어 진단과 치료의 토대로 삼는 것이다. 당시 과학은
'과학을 통해 질병의 본질과 원인,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환상'에 도취되어
있었다. 진단의 정확성을 향한 끝없는 추구는 그후 의학의 특성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의학계가 공유하던 질병이론에도 두 가지 약점이 있 었는데 첫 번째는
하나의 질병에는 오직 하나의 원인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체 또는
자연계의 모든 기능은 구조에서 비롯되고 따라서 기능의 변화는 구조의 변화에
따르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첫 번째 개념에서 전염병은 가장 완벽한 모델이기도
했는데 이 개념은 항생제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환상적 치료법도 질병의 원인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설득력을 잃었다. 두 번째 개념은 환자가 아무리
고통스러워하더라도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질병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약점으로 작용했다. 전통적 질병이론에서 구조-기능 관계가 차지하던 중심적 지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그것이 이론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새로이 발견된 과학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에 걸쳐 문화적, 사회적 요인이 질병의 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이 의학교육을
바꾸지는 못했다. 서구의 과학적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질병 - 해부학적이든 생화학적이든 특정한 원인과 장소를 가지고 있는
실 체 - 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20세기에는 질병이론뿐만 아니라 의학에 대해
일반인이나 의사들이 기대하는 책임 역시 크게 확대되었다. 공중보건운동의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미국에서 의학의 대 사회
인식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후 빈민, 이민자, 노동자들의 질병은 바로 사회환경의 결과이며, 따라서 의학은
사회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많은 의사들이 의학은 개인의
질병치료를 넘어서 사회적 발전에 기여해야 할 기본적 역할을 가진다고 믿게 됨에
따라 여러 대학에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을 담당하는 학과가 설치되었다. 이 새로운
경향은 대공황의 충격과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소비 확대로 인해 사라져버린 듯
하다가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에 상승과 하강을 경험했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습관과 사회환경을 떠나서는 질병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신념은 계속 살아남았다.
제2장 바람직한 의사상의 변화
예전엔 의사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환자가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많은 환자들이
의사들의 의도와 판단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과 거에는
의사들에게만 맡겨졌던 의사결정 과정에 이제는 환자들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치료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하며 치료의 결과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한다.
이러한 기대치의 상승은 대중매체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의학연구의 성과를 과대 선전했던 의료계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환자의
의식변화는 의료 서비스 전반에 걸쳐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상업의료의 등장,
독립채산제에 의한 응급의료센터의 운영, 광고와 의료마케팅의 대두, 의사와 의학에
부여되어 있던 신비적 요소를 제거하려는 노력 등을 통해 그 구체적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0년의 역사는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1920년대의 위대한 의사들은 의학에
든든한 지적 바탕을 부여하기 위해 과학에 접근하면서도 그들의 내부에 간직해온
인도주의적 이상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후 과학이 자연의 모든 비밀의 해법과
모든 질병의 치료법을 줄 것이라고 믿게 됨에 따라 의학적 주체로서 의사의 중요성은
빛을 잃었다. 과학은 의학을 주도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의과대학 교육이 지향하는
기본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의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성장함에 따라
의학에서의 윤리적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의학은 치료받는 사람의 안녕과 복지에 일차적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도덕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의학은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이나 극히
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치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법을 발전시킬 수 없는 지식은 근본적인 의미의 의학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과학과 윤리는 의학에서 통합된다. 의학은 과학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넓은 의미의 인간에 봉사하는 것이므로 의학에서 과학이 지배적 위치를 점할
수는 없다. 올바르게 이해된 과학은 인간의 필요에 반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토대는 의학의 목적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마련될 수 없다.
제3장 고통의 본질
고통이 무엇이며, 고통의 해소를 위해 의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료종사자나 의료비판자 할 것 없이 먼저 전통적으로 믿어온 몸과 마음,
주체와 객체, 인간과 사물의 이분법을 극복 할 필요가 있다. 마음과 몸의 이분법은
몸을 의학의 영역에 배당하고 마음은 그런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 사고방식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을 마음에 배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인간이란 개념은 이렇게 마음, 정신, 주관적인 것과 동일시되었는데 이는
의학이 객관적인 범주에만 관계하게 됨에 따라 인간이 위치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의 이분법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한 고통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의학의 영역에서 추방되거나 아니면
단순히 육체적 통증과 같은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게 된다. 고통을 육체적 통증과
동일시하는 태도는 고통받는 환자를 비인격화시키는 잘못을 범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이분법을 거부하지 않으면 육체적 통증이 인간적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존재조건을 의학적인 것(육체와
관계된 것)과 비의학적인 것(육체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나누는 발상으로 인해
의사들은 육체의 질병에만 관심을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 로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리고 기억과 과거의 경험이 질병과 치료에 관계된 것일 때 그것은 곧바로 현재의
질병과 치료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전에 앓았던 병, 의사와 병원과의 관계,
복용했던 약물, 기형과 장애의 경험, 기쁨과 성공, 또는 슬픔과 실패와 같은 삶의
경험들이 병앓이의 방식을 결정한다. 질병과 치료에 대한 인간적 의미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생겨난다. 인간은 문화적 배경에서 성장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음식, 환경, 사회적 행동양식 등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요소들이 질병의
양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신념과 가치체계, 역할, 사람들과의 관계, 일반적 의미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개인으로서의 위치 등은 고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다.
치료의 결과로 고통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의사들보다도 통증의 경감이나 잃어버린 기능의 회복에 더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 반드시 요구되는 이해와 지식이 부적절하고
부 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학이 목적이 인간을 고통에서 구해내는 데 있다면 온갖
어려움이 있어도 이 작업을 해내야만 한다.
제5장 의사-환자 관계의 미스터리
이 장에서 말하는 의사-환자 사이의 관계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 - 한 사람은 환자이고 다른 사람은 의사라고 하는 - 를 가리킨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다른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인간적인 관계들은
모두 이 기초에서 파생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마음이 면역과 그밖의 신체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며, 따라서 의사가 환자의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병원에서 시행되는 치료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관계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대체적으로 거부되거나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의학적 치료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것으로만 여겨진다.
환자의 질병에 내재된 의사에 대한 위협 요소 중 하나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책임이다. 의사는 그들이 습득한 특별한 지식으로 인해 환자의 신뢰를 받는 동시 에
사회로부터 일정한 권력을 부여받았으며, 이로 인해 상응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들은 환자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 동일한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는 상호적인
관계로 얽혀 있다. 효율적 진료를 위해 의사는 환자와 함께 일하는 데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병력을 청취하고, 환자와의 일치된 교감을 이루고, 심한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치료법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얻어내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환자의 요구사항에 민감하며, 감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등의 능력이 없는 의사는
믿을 만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의사라고 할 수도 없다.
좋은 의사는 의학 지식에 통달하고 병자를 인간적으로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사인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충분히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으로 좋은
의사의 덕목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 친밀성이 이러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위대한
임상의사의 재능 중 하나는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최대의 친밀성을 유지하여 환 자에
접근하면서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환자를 위한 최대한의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제7장 질병에 집착할 것인가, 병든 사람을 보살필 것인가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가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구체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주로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을 일으킨 원인 - 질병 - 을 찾는 데만
신경을 쓴다는 사실에 환자들은 자주 불만을 터뜨린다. 언뜻 생각하면 문제를
발견하는 일과 질병을 찾아내는 일은 똑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 둘은 질병이 병환의 직접적 원인일 때만 일치한다.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의사들이 그 증상의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질병을 어떻게 진단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증상은 의사에게 진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임에 틀림없다.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근거로 진단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증상은
질병의 가장 직접적 표현으로 간주된다. 기침은 폐렴에 의한 기관지의 자극 때문에
생기며, 숨이 찬 증상은 폐기종 때문에 폐활량이 감소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증상을
이처럼 질병의 직접적 표현으로 이해하게 되면 질병과 증상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게 된다. 따라서 분명히 허리가 몹시 아픈 데도 여러 가지 검사결과 추간판이
신경근을 압박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면 그 통증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만약 어떤 증상이 아주 심각한 질병을 의심케
한다면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여러 가지 부가적인 검사를 통해 의사들은 질병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증상을 주관적으로 느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왜곡시키기 때문에 환자가 표현한 증상을 질병의 직접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의사들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허리의 통증이 신경계의 이상과 아무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증상을 질병의 직접적 표현으로 보는 견해는 종말을 고했어야
했다. 정신착란, 아주 위험한 상황, 아주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우 등에는
심각한 병적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질병이론과
과학적 의학은 전통적으로 질병의 객관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의학은
아직도 병리학적 과정으로만 증상을 보고 있다. 증상에 대한 의학의 개념 역시
보편성에 근거를 두는 과학적 의학의 경향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과학적 의학의 관점에 따라 증상을 이해하는데 이는 개별
환자가 이해하는 증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 -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몸의 느낌 - 을 의사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질병 과정에서 변화하는 생리적 현상은 환자의 개인적 의미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개별화한다. 따라서 개별 환자가 느끼고 의사에게 보고하는 어떤
질병의 증상은 결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다. 그래서 마치
아기를 분만하듯이 질병을 환자의 복잡한 상황에서 따로 떼어내 관찰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의사들의 바람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의사가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실체로서의 질병은 구체적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 속에만
존재하며, 결코 환자의 생활 현실로부터 독립된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임상의사가 연구하고 치료해야 할 유일한 대상은 지금 여기에 있는 바로 이
병든 사람이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추상적 질병은 아닌 것이다.
제8장 치료의 대상
전통적으로 의사들은 각각의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원인을 찾아냄으로써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질병 과정의 어떤 지점에 개입하여 그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항생제를 이용해서 어떤 감염성 질병을 치료할지라도
그 과정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직선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환자의
성격, 사회적 요인, 그리고 질병이 발생하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치료방법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질병 이외의 요인에 의해서도
치료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치료법의 선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무작위 대조표준 임상실험이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치료한 환자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는 대조표준 실험으로 인해 이렇게 증명된
치료법이라도 나중에 아무런 효과 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이 방법은
새로운 치료법을 채택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실험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있으려면 어떤 질병이나 상태를 아주 정밀하게
정의해야 하고, 어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플라시보(위약
: 僞藥)를 줄 것인가를 완전히 무작위로 결정해야 하며, 치료받는 환자나 치료하는
의사 모두 어떤 치료법이 적용되는지를 전혀 모르도록 해야 한다. 이 실험은 미리
정해진 시점까지만 시행된 후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만
한다. 이 실험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연구자들을 철저히
훈련시키기도 쉽지 않은 아주 귀찮은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이 방법론에 완전히
종속되어야 하지만 이 방법론에 따르는 한 어렵게 얻은 경험적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초기 임상연구에서 문제가 되었던 가장 큰 오류의 원인은 의사가 실험대상인
치료법에 대해 갖는 믿음이었다. 의도적으로 실험결과를 왜곡시키는 경우 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임상연구자가 자신의 원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그 연구결과를
해석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의학의
역사에는 권위 있는 의학자가 어떤 치료법을 열성적으로 사용, 선전하다가 나중에 그
치료법이 쓸모 없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었다고 밝혀지는 사례가 무척이나 많다.
그러한 열성은 그 치료법이 정말로 효과를 보이며 이론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
환자 역시 의사의 판단을 왜곡하는 편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므로 치료효과가 의문시되는
치료법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질병과 치료법이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기분이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주는 약'이라는 뜻의 플라시보가 환자가 그 약이
플라시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조차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향, 인간적 관계의 영향
그리고 그밖의 여러 현상들을 통해 우 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약물일 뿐이라는
사고방식이나 질병은 병을 앓는 사람과 분리된 채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환자를 돌보는 실제 상황과 얼마나 유리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만성병은 의사가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만성병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치료하는 것이며, 의사는 그 치료 과정의 일부만을 담당할 뿐이다.
환자 자신의 책임하에 치료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현실에 가깝다. 먹을
음식, 활동의 정도와 종류, 복용할 약의 종류와 양, 의사를 찾을 것인가 말 것인가
등 세세한 결정을 모두 환자 자신이 내리게 된다. 만성병을 앓는 사람의 인간성,
성격, 지능, 지식의 양, 이전의 경험, 목표, 신체에 대한 관계, 이전에 받아왔던
의학적 서비스의 성격, 사회경제적 지위 등 모든 요소들이 치료의 성격, 내용 그리고
그 치료가 적절한지의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요인들에 둔감하거나
이것들은 질병의 치료에 부차적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의사의 치료 법
자체가 훌륭해서라기보다는 환자 스스로 의사의 이탈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환자의 환경과 행동의 한 측면을 바꾸어주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일 때도 있다. 또한 끊임없이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발견해내는 일은 치료약에 대한 적절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의사가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질병을 앓는 환자에 대한 경험없이 병태생리학만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사는 추상적 지식과 구체적 환자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판단이라는 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그러나 별로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의사의 기능은 병을 앓는 사람을 돌보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것은 과학이 아직 덜
발전되어서가 아니라 과학적 지식의 이상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과학은 실재에 대한
지식이라고들 한다. 그러한 지식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으로 인한
왜곡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병에 걸렸을 때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인간적 지식이다. 개별 의사가 매순간 내리는 판단은 과학적 의학에서
주어 진 비인간적 지식을 인간화하는 역할을 한다. 언제나 진리만을 쫓아다니는
과학은 사실 그렇게 정확하지도 않다. 이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다보면 아픈 사람을
돌보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지식을 추구할 수 없게 된다.
과학적 지식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의 지식은 특정 질병을 앓는 여러
환자들을 돌보아왔던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어떤 질병의 생활사에 대하여
전문직업으로서 의학이 갖고 있는 지식도 질병에 대한 축적된 경험에서 추출된다.
그리고 좋은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의학지식이라도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의학에 대해 부여된 질병의 범주는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의사도 지식과 경험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육체적 조건도 완벽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질병의 예후는 질병의 특성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앓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그리고
의사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이러한 배움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최고의 임상의사가 되는 것이다.
제10장 이 사람은 누구인가
아모스 운거는 55세 된 의류 생산공장의 판매담당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다가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껴 주저앉았는데 몇 분 동안 통증이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고 반쯤 확신하게 된 운거 씨는 다음날에도 이런
느낌이 몇 차례 나타나자 심장병 전문병원에 전화를 걸어 운동부하검사를 받기로
예약했다. 그는 만약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난다면 내과의사를 찾을 것이고
음성이면 그냥 잊어버리고 살겠다고 작정했다. 부하검사를 한 심장전문의는
검사결과가 반쯤 양성이라면서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관상동맥
조영술을 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운거 씨가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검사 받기를 꺼려하자
심장전문의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환자를 안심시켰다. 현재
풍선을 이용해서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시술이 시행되고 있고, 이것은 상당히 안전한
시술이라고 말해 주었다. 심장전문의의 자세한 설명과 그 병원의 좋은 평판 때문에
환자는 안심했고 병원에 입원할 계획을 세웠다. 이때까지 그는 자신이 관상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고 동맥성형술을 받 아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결론도 운거 씨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 심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로도 가슴의 통증은 가끔
있었지만 곧 사라졌다.
운거 씨를 진찰한 의사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운거 씨가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였고(치료를 한다면 어떤 치료법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포함하여), 둘째는 환자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문제에만 관심을
가지는 의사도 물론 있겠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모스 운거 씨의 인간적
면모는 그가 앓는 병의 본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운거 씨의 인간적 면모가
미친 영향은 명백하다. 사태를 급박하게 생각한 조급성, 관상동맥 질병에 대한 지식,
결정 과정에서의 가족의 역할 등 두 번째 요소의 영향은 곳곳에 나타나 있다. 이러한
요인이 사태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 문제가 다른 사람이 아닌 아모스 운거
씨가 느끼고 있는 가슴의 통증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이 발생한 시기, 지리적
여건, 그밖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요인들이 결과에 미 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의사는 병을 앓는 바로 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란 인간성과 개성, 살아온 과거, 가족,
가족의 살아온 과거, 문화와 사회, 역할,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을 갖는 복합한
존재이다.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차원들을 골고루 살펴야 하는 것은 질병에
의해 이러한 차원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온전함이
파괴되면 그것이 또 다른 고통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모스 운거 씨가 1990년대를 사는 뉴욕의 사업가라는 사실이 그가 앓는 질병을
변화시킬 수 있다거나 그가 만약 철강노동자였다면 병을 앓는 방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 방식을 변화시키는 요인 중에는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외부적
요인 - 기술, 의료서비스, 생활방식 등 - 이 많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 이상의
뜻이 있다. 운거 씨의 흉부 통증이 가지는 의미가 그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했던
것과 같이 심장전문의의 말이 갖는 의미, 심장병에 일반적으로 결부된 의미들, 병원,
관상동맥 조영술, 철강공장의 일, 뉴욕, 사업 가의 생활, 철강도시, 그 밖의 수많은
세세한 맥락들은 그 사람을 규정하고 또한 그가 앓는 질병의 성격과 과정을 규정하는
데 이바지한다.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가 진단에 방해가 되기는커녕 임상의사가 효과적으로 진료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이야기할 때 또는 환자가 질문에 대답할 때 필연적으로 많은 언어가 사용되게
마련인데 이때 언어 사용의 스타일, 단어의 선택, 사용하는 논리 등은 화자의 성격을
반영한다. 만약 환자가 가슴의 통증에 대해 "별로 심하지 않아요."라고 말하지만
그밖의 다른 경우에도 절제된 언어를 사용한다면 의학적 기준으로 볼 때 그 통증은
환자가 말하는 것 이상일 것이라고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대로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지만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끔찍한, 대단한, 선풍적인, 지독한" 등의
말을 잘 사용한다면 이 환자의 통증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제11장 인간의 척도
과학적 의학은 수많은 증례를 분석하고 일반적 으로 질병을 특징짓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냄으로써 질병에 대한 지식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현상은 제거되어 버린다. 그러한 추상화를 통해 질병은 과학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대상이 되며, 그것을 앓는 환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실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똑같은 질병의 개념을 갖고 있더라도 그 질병이 병든 사람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로 인해 임상의사는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어떤
노인이 허리의 통증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할 때 의사가 이것을 관절염의 범주에
넣어 진단하고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의사는 일반적 개념을
차용하여 병든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다른 무엇을 가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화, 고정관념, 편견으로 인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이것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편적 지식을 개인의 풍부한 특성과 결합시키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사람들이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이며 어떤 것이 그른 행동인지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도덕적 가치의 기능이다. 사실 인간이 관심을 갖는 것 중에서 어떤 가치 -
바람직함 또는 그 반대의 어떤 판단 -를 표현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 존재의 모든 측면은 인간적 가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용어로부터 가치에 관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배제시키면서 과학의
위상을 확립해왔다. 20세기 과학의 근거를 제공한 철학자들은 가치에 대한 진술은
기껏해야 화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제 비인격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과학적 증거가 권위 있는 견해와 명성을 가진 의사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과학의 논증 가능한 사실에 기초하기만 하면 초심자들의 말도
전문가들의 말과 똑같은 무게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가치 중립적 의학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모순이다.
가치에 바탕을 둔 증거는 적어도 다섯 가지 방식으로 의학에 편입된다. 첫째, 사회의
가치는 의학적 치료의 중요한 결정 요소다. 건강에 대한 욕망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일 뿐 아니라 어떤 집단(예를 들면 어린이)의 건강은 다른 집단(노인)의
건강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의학적 치료는 병든 사람과 건강한
사람 모두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표는 가치의 표현이며,
최선의 의학적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목표들과 비교해보아 그 우선순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셋째, 의사들은 개인적으로든 전문직업으로서든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며, 이로 인해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들은 어떤 증상이나 질병
또는 행동이 지니는 중요성의 경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어떤 것에 대해
정상, 비정상인지에 대한 확고한 개념을 갖고 있으며, 그 용어 자체는 이미
가치판단을 전제로 한다. 넷째,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사람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 다섯째, 전체 또는 완전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가치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치는 과학적 사실과 더불어 병든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 임상의사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속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가치의식에 관한 정보는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의사에
의해 발견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가치정보를 발견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고, 가치를 드러내는 사실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스스 로를
훈련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가치판단과는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 환자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환자의 행동과 그밖의 표현을
주의깊게 관찰한다면 환자가 자신의 몸, 의학적 치료, 의사, 병원, 가족, 약물에
대해 자신을 어떻게 연관시키는지를 알 수 있다. 즉 환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고,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대상과
사건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사실을
배워갈수록(환자를 존중할수록) 의사는 더욱더 환자의 입장에서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제12장 임상의사의 경험 : 권력인가, 마술인가
전통적으로 의학은 질병을 주로 다루는 과학과 실제 환자 치료에 관련된 기예의
부분으로 나누어져왔다. 의학의 두 가지 측면 사이에는 차이점과 유사점, 상호간의
상보성 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병든 사람의 요구가 너무 쉽게 무시되는
현대의 과학적 의학에서는 감정이입, 동정, 의사소통, 그밖의 인간적 속성 등 의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 강조되고 있다. 반면에 과학적 의학의 옹호자들은 의학에서
과 학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과학 없이는 질병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과 기초 생물학, 물리과학이 임상의학에
부여한 사고의 정밀성을 지적한다.
의학의 기예와 의학의 과학의 경우 외견상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개의 관점은 그것들의
관심 대상이 서로 다른 한에서는 둘 다 옳다. 다만 그것들이 상반돼 보이는 것은 두
관점 모두 자체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병든 사람을 질병의 메커니즘에
근거하여 치료하기를 원한다면 과학만이 의학의 본질이 되며 다른 어떤 방법도
적당치 않은 것으로 된다. 반대로 병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치료하기를
원한다면 기예만이 의학의 본질이 되며 다른 어떤 방법도 옳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다.
병든 사람은 간이나 효소와 같은 과학의 대상과는 많이 다르다. 병든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절대로 없으며, 알려고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이해의 정도와
폭이 달라질 뿐이다. 병든 사람은 과학의 객관적 용어로 기술하고 측정할 수 있는
대상일 수 없다. 병든 사람은 절대로 고립된 공간 속에, 시간적으로 고립되어 있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 나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과거의 역사와 미래를 가지며 이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정보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도덕적이다. 선과 악, 옳음과 그름은 인간과 그들의 관심사에
적용되었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난다.
의학의 과학은 과학의 대상이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의학의 기예는 항상 미래 - 환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환자는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어떤 일을 막고 싶어하는 가 등 - 에 초점을 맞춘다.
환자에게 중요한 건 미래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임상의사와 과학적 의학자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과학자는 주로 자연의 비밀을 발견하려고
하며 지식을 추구하는 반면, 임상의사는 환자의 편에서 행동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의학에서의 기예와 과학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뛰어난 임상의사라면 두
측면 모두를 존중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이든 동정심이든
간에 그것 자체가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 행동을 취하는
건 지식이나 동정 심이 아닌 임상의사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이 두 종류의
지식 - 과학적 의학의 추상적 지식과 의학의 기예에 속하는 지식 - 을 어떻게
통합하여 환자의 병에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이 목적인 의학은 경험과 그로부터 유래한 지식에서
배우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의학지식을 인의적으로 기예와
과학으로 나누고, 객관성과 주관성의 긴장관계를 분석하는 일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경험으로부터 유래한 지식을 이용하는 의사가 주관적이라고 말할
이유도 없고, 객관성을 잃었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문제는 얼마든지 객관적일 수
있는 경험적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의사가 그러한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있다.
우리의 감각에서 얻어진 정보를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사실과 모순된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일은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결코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의학적 판단의 기술은 인간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실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자각함으로써 외부에서 주어지는 객관적 증거에
부여하는 것과 똑같은 객 관성과 비중을 거기에 부여하는 데 있다.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임상의학의 능력은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불확실성은 진단과 치료의 기본적 속성 중 하나다.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 많이 안다는 것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환자의 경험에, 그리고 환자에 대한 경험 - 의학의 경험과 지식 -
에 충실해야 함을 의미한다. 많이 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근본적으로 알 수가 없는 개별 환자를 위해 일하면서 경험에서 얻은 지식 -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실, 가치, 미학적 수성 등 - 과 과학적 개념을 사용하여 나름대로의
합리적 설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추론을 통해 다른 여러 대안들
중에서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행동이 선택된다. 확실성 자체를 구하는 것은
환자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존재하지도 않는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마법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의사들은 자기 자신의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 인식의 긴
과정 속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책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몸의진짜나이는@e
당신 몸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인가?
마이클 로이젠 지음/김진욱 옮김
문학사상사/2000년 5월/320쪽/7,500원
▣ 저 자 마이클 로이젠(Michael F. Roizen)
시카고 대학에서 노년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내과의이자 마취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1991년부터 7년 동안 'The Best Doctors in America'를 매년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의로 인정받고 있는 현역 의사이다. '생활 습관의
선택은 질병 예방의 차원이 아니라, 노화 에방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건강법의 진실',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 등 예방 의학에 정력을 쏟아,
'리얼에이지'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현재 인터넷 사이트
http://www.realage.com을
운영하고 있다.
▣ 역 자 김진욱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갈매기 조나단』 『우연과 필연』 『예술과 소외』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
『역 사의 교훈』 『하느님께 보낸 나의 일기장』 『젊은이들에게 주는 인생의
어드바이스』 『나는 이렇게 암을 극복했다』 『정년 이후 20년은 이렇게 살아라』
『미국 폭소 319가지』 외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우아한 중년의 모습인 이웃여자가 사실은 환갑이 지났거나, 50대인 줄 알았던 직장
동료가 겨우 40대 초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은 없는가? 현대인들은 같은
나이라도 보다 젊게, 보다 건강하게 살아가길 원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과학적인
내용을 근거로 한 당신의 '리얼에이지(진짜 나이)'를 계산해 보자.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젊어지는 비법들로 당신은 26년 더 젊어질 수 있다. '리얼에이지'란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달력상의 나이가 아니라, 신체의 노화 정도를 측정한 우리
몸의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것으로, '생체 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얼에이지는
최신 컴퓨터 기술과 통계학을 동원하여 측정되며, 우리의 달력상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를 알려 주는 지표가 된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리얼에이지를 측정함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젊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당신의 리 얼에이지는 몇 살인가? 우리는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책에서 제시한 '리얼에이지 테스트'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면 26년 젊어질 수 있다. 성생활을 즐기면 최대 8년 젊어진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9년 젊어진다./ 혈압을 잘 관리하면 25년 젊어진다./ 담배를
끊으면 8년 젊어진다./ 비타민을 복용하면 6년 젊어진다./ 건강상태를 점검하면 12년
젊어진다./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으면 8년 젊어진다./ 치아를 청결하게 유지하면
6.2년 젊어진다./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면 2.4년 젊어진다./ 아침을 꼬박꼬박
먹으면 3년 젊어진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1.9년 젊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32년 늙는다./ 안전벨트를 매면 수명이 3.4년 연장된다.
이 책은 노년학을 전공한 미국의 저명한 의사 마이클 로이젠의 저서로 노화를
예방하고 젊게 살기 위한 책이다. 이 책이 여타의 건강서적과 구별되는 점은,
'리얼에이지'라는 개념을 일상생활 하나 하나에 철저하게 응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동맥 노화, 암, 담배, 공기 오염 등 우리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를 피해서 젊게 사는 방법을 소개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와
건강을 위한 식생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 건강하고 젊게 살기 위한 필수
요소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양과 노화
속도, 하루에 섭취하는 비타민의 양과 노화 속도, 하루에 하는 운동량과 노화 속도
등,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을 리얼에이지로 수치화하여, 우리가 달력상의 나이보다
얼마나 더 젊게 살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더 늙게 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차 례
1. 당신도 젊어질 수 있다!
2. 리얼에이지 계산하기
3. 젊음을 되찾는 38가지 방법
4. 건강의 지표, 동맥
5. 암과 싸워 이기는 몸
6. 여러 주위 환경과 노화
7. 비타민과 미네랄
8. 젊어지는 식생활
9. 몸에 활력을 주는 스트레치와 운동
10. 생활 습관이 가져다 주는 젊음
11. 스트레스 해소하기
12. 내가 치료하는 나의 몸
13. 젊음의 선택, 리얼에이지
당신 몸의 진짜 나이는 몇 살인가?
마이클 로이젠 지음/김진욱 옮김
문학사상사/2000년 5월/320쪽/7,500원
1. 당신도 젊어질 수 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그리고 살면서 어떤 일을 겪든 간에 이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여러분은 늙어 간다는 것이다. 날마다 예외 없이. 그것은 생명의 한 약속이며 거역할
도리가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들을 안다. 그리고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들도 안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도 나이보다 젊어 보이면서 나이보다 젊은 기분으로
살고-생리적으로 볼 때-실제로 나이보다 젊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선 건강을 질병의 예방책으로만 여기지 말고 이제부터는 노화의 예방책으로
생각하자. 몸을 잘 돌보면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하여 더 많은 시간-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리얼에이지는 이처럼 각 행동이 노화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함으로써
건강에 관한 여러 가지 선택의 상대적 가치를 알려준다. 흔히 우리는 노화를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가 각종 노화를 유발하는
비율은 채 30%도 되지 않으며, 더구나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전의 중요성은 점점
적어진다.
실제 나이가 많은데도 젊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좋은' 유전자를
타고났다기보다 '좋은' 습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습관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여러분의 모든 행동이 노화를 촉진하거나 둔화시킬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할 때마다 여러분의 건강화폐, 즉 리얼에이지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자. 리얼에이지를 통하여 여러분은 각각의 선택이
갖는 상대적 가치를 비교해 보고 과연 무엇을 고쳐야 좋을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2. 리얼에이지 계산하기
리얼에이지를 계산하는 데는 모든 종류의 과학적 데이터를 이용하였는데, 그 주요
출처는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병리학 연구와 소규모 집단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조사이다. 대규모 집단은 대개 10만 명 이상이었으며, 어떤 연구에서는 35만 명을
대상으로 하기도 했다. 조사 요원은 추정할 수 있는 인자를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조사하여 그 위험성에 관해 검토했다. 이러한 조사는 대집단으로부터 통계 데이터를
모았기 때문에, 집단 내의 다양한 폭을 조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결점은 상세한 정보를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상황을 통제한
조사도 필요했다. 이때는 수백 명에서 1만 명 정도의 집단을 무작위로 양분하고, 각
그룹에 일을 할당했다. 이런 방법으로, 적어도 세 건의 연구를 통해 노화 현상에
영향을 준다고 인정된 결과만 채택했다. 그리고 특정 문제에 관련된 대량의 조사
보고를 모아 노화에 관해 기록된 부분을 고찰했다. 이 작업을 되풀이한 결과, 여러
가지 행동이나 생활습관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리얼에이지라는 수치를 통해
체계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책 맨 뒤에 있는 표를 사용하여 여러분 각자의
리얼에이지를 산출해 보기 바란다.
3. 젊음을 되찾는 38가지 방법
젊음을 되찾는 가장 손쉬운 7가지 방법으로는, 매일 비타민 C와 E, 엽산, 칼슘과
비타민 D, 비타민 B6를 섭취하는 방법과, 이외의 불필요한 비타민제나 건강보조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방법이다. 비타민 C와 E의 섭취는 산화작용을 방지하여
리얼에이지를 최소 6세까지 젊게 해주며, 동맥의 노화를 방지하는 엽산은
리얼에이지를 1.2세 낮춰 준다. 칼슘과 비타민 D는 뼈를 젊게 유지시킴으로
리얼에이지를 1.1세 낮추고, 비타민 B6는 리얼에이지 를 0.4세 낮춰 준다. 또한 이
닦기와 칫솔로 매일 치아 청소를 하면 리얼에이지가 약 6.4세 젊어지고, 예방접종과
백신 등의 면역 처방을 하면 리얼에이지가 6일 젊어진다.
비교적 손쉬운 9가지 방법에는, 적당한 일광욕, 토마토 페이스트와 녹차 먹기, 간접
흡연 피하기, 안전한 성행위, 술, 적정량의 약 복용, 아침식사, 많이 웃기 등이
있다. 일광욕은 리얼에이지 1.7세가 젊어지고, 간접 흡연을 피하면 0.8세가
젊어진다. 성행위의 횟수를 1년에 158회까지 늘리면 리얼에이지가 1.6세 낮아진다.
그러나 일부일처제의 안정된 성행위가 아니라 위험도가 높은 상대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지면 5~8세 늙는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6가지 방법에는, 영양가 높고 균형 있는 식생활과 저지방식,
규칙적인 숙면, 개를 기르고 산책하는 일, 평생 동안 학습 의욕을 상실하지 않는 일,
그리고 자신의 유전적인 결함을 인식하는 것이 있다. 균형 있는 식생활은
리얼에이지가 4세 젊어지며, 저지방식을 하면 6세 젊어진다. 숙면은 리얼에이지를
3세 젊게 하고, 학습의욕은 2.5세 젊어지게 한다. 또한 부모가 모두 75세까지
살았다면 리얼에이지는 4세 젊어진다.
약간 어려운 9가지 방법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1주일에 적어도 3500kcal를
소비하는 운동, 스태미너의 배양, 체력단련, 대기·환경 오염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관심, 만성병 관리, 사교모임 만들기, 자신의 경제 상태를
잘 파악하여 분수에 맞게 사는 방법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면
리얼에이지가 3.7세 젊어지고, 체력을 단련하면 1.7세가 젊어진다. 그러나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2.8세 늙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 8세 늙는다.
가장 어려운 7가지 방법에는, 혈압을 낮게 유지하기, 담배끊기, 이상적인 몸무게의
유지, 스트레스 풀기, 음주량 줄이기, 약물 끊기, 심한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혈압 115/76mmHg를 유지하면 리얼에이지가 10~15세 젊어지고, 이상적인
몸무게를 유지하면 6세 젊어진다. 그러나 스트레스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리얼에이지가 30~32세 늙고, 과도한 음주로 3세 늙고, 약물 사용으로 8세 늙는다.
4. 건강의 지표, 동맥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맥 노화를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근
경색증, 뇌졸중, 혈관계 질환은 모두 동 맥 노화가 그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다.
심장과 혈관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리얼에이지가 달력 나이보다 20세
정도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하면 동맥의 노화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 혈압을 아는 것은 몸 전체의 건강 특히 심장과 동맥의 상태를 아는 것과 같다.
리얼에이지를 산출할 때 혈압을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혈압이 높으냐 낮으냐에
따라 리얼에이지는 20세 이상 차이가 생긴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혈압 수치 115/76mmHg보다 혈압이 높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균형 잡힌 영양분 섭취와 함께 포화지방이 적은 식생활을 하도록 한다.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이고, 다이어트를 한다. 그리고 담배를 끊는다. 소금 섭취량을 하루에
1600mg 이하로 줄이고, 칼륨, 칼슘, 마그네슘의 섭취량을 늘린다. 또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이미 받은 스트레스는 수다를 떨든지 해서 해소시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혈압이 140/90mmHg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면 고혈압을 위한 혈압 강하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동맥의 노화를 알리는 첫 번째 신호가 고혈압이라면, 두 번째 신호는 지방이 나
지방질이 동맥 내벽에 축적됨으로써 생기는 동맥경화다. 동맥 경화에 의해 동맥이
좁아지면 혈전이 형성되기 쉽고, 최악의 경우에는 심근 경색이나 뇌졸중 발작을
일으킨다. 이런 동맥경화도 몇 가지 행동이나 생활습관으로 동맥을 젊게 유지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E를 적당히 섭취하거나 매일 엽산을 섭취하면 동맥에 지방질이
침체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치주 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암과 싸워 이기는 몸
오늘날 암 치료를 위한 표어는 '예방과 조기 발견'이다. 언젠가는 암을 완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현 단계에서 최선의 길은 암의 발생을 저지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전립선암과,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먼저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한 비법을 알아보자. 남성에게 가장 걸리기 쉬운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토마토이다. 토마토나
토마토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은 그것을 좀처럼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률이 약 3분의 2라는 것이 조사 결과 확인되었다.
그 이유는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핀이라는 카로티노 이드의 일종이 암을 유발하는
전립선의 노화를 늦추게 하거나, 혹은 젊음을 되찾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토마토 페이스트, 날 토마토, 조리된 토마토에는 많은 리코핀이 함유되어 있다. 날
토마토에 올리브 오일을 치거나 햇볕에 말린 토마토를 기름으로 조리해서 먹거나
또는 토마토 주스를 치즈 등 지방분을 함유한 식품과 함께 먹으면 리코핀 농도가
상승한다. 전립선암 예방에 또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식품은 녹차이다. 녹차를
대량으로 마시는 습관을 가진 남성에게서는 전립선암 발병률이 적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태양광선은 노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들은 모두 적당히 햇빛을 쬘 필요가
있다. 태양은 음식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을 심장 혈관계와 면역계의 노화 예방에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인 비타민 D로 바꾸는 걸 도와준다. 그리고 간장과 신장이
그것을 활성형 비타민 D₃로 변화시킨다. 하루에 햇빛을 쬐는 시간은 10~20분이면
충분하다. 적당량의 햇빛은 쬐는 것은 리얼에이지를 0.7세 낮춘다. 그러나 지나치면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태양 아래 20분 이상 지낼 때에는 SPF(자외선
보호지 수)가 15 이상인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6. 여러 주위 환경과 노화
젊게 사는 건 현명하게 사는 것이다. 즉, 노화를 초래하는 상황을 미리 예측하면서
피해 나가는 것이다. 리얼에이지의 표현에 따르면, 사고는 당신을 노화시킨다. 담배,
농약, 공기 오염 등 환경 속에 있는 독소도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을 야기한다. 늙어
버리기 전에 잠재적 위험을 통찰하는 지혜를 몸에 익히기 바란다.
흡연에 관해 살펴보자. 담배는 목숨을 빼앗기 이전에, 확실히 노화를 촉진시킨다.
그것도 정도가 심하게... 담배 연기를 마시면 특히 피부가 빨리 노화된다. 숨이 차기
시작한다. 심장 혈관계가 손상되어 고혈압이나 동맥이 막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일 당신이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라면, 당신의 달력나이에서 8년 분의
리얼에이지를 더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하루에 네 개비를 피우더라도
리얼에이지는 2.6세 많아진다.
그러나 흡연의 영향은 금연으로 거의 씻어낼 수 있다. 금연을 하면 8년 중 7년 분을
회복할 수 있다. 게다가 금연에 의한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 담배를 끊은 지 12시간
이내에 신체가 젊음을 되찾기 시작한다. 2개월 후까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으면
1세 젊어지며, 5개월 후에는 니코틴에 대한 욕구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금연 후의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에서 벗어나, 신체의 구석구석에서 건강해졌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8개월 이내에 폐가 이전보다 깨끗해지고 체력이 불어난다. 1년 동안 금연을
계속하면 리얼에이지는 3세 낮아진다. 2년이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들고, 5년 후에는 동맥의 노화도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과
거의 같아진다.
7. 비타민과 미네랄
비타민이 젊음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 비타민은 젊음의 원천이다. 균형 잡힌
영양소를 적당하게 섭취하는 것은 여러분의 신체를 노화로부터 지켜준다. 젊음을
되찾는 데 가장 중요한 비타민은 비타민 C와 비타민 E다. 비타민 E는 지용성이라는
성질 때문에 매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발휘한다. 동맥이 막히는 원인이 되는
산화지방질의 침착물에 작용하여 그 크기를 축소시키며, 침착되는 것 자체를
방지한다. 또 LDL(나쁜 콜레스테롤)이 동맥 내벽에 축적되는 것도 억제한다. 하루에
400IU의 비타민 E를 섭취하는 간단한 처방만으로 심 장 혈관계가 젊고 건강해지며,
그와 함께 활력이나 정력이 흘러 넘치게 된다.
비타민 C는 비타민 E와 마찬가지로 혈관 내벽에서 지방이 산화되는 것을 막고,
동맥의 젊음을 유지시킨다. 또 지방질의 축적이 늘어나지 않도록 콜레스테롤을
몸밖으로 배출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킨다. 또한 손상 입은 혈관 내벽에 침투하여
내벽을 회복시켜, 세포 기질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켜 주며, 높은 혈압을 내려주며,
백내장을 예방하고 치유력을 높여준다. 또 폐 기능을 향상시켜 호흡기계의 노화를
예방하고 면역계의 젊음을 유지시킨다. 비타민 C는 하루에 1200mmg을 여러 번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 E 외에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부족한 비타민은 아마 엽산일 것이다.
자연식품이나 건장 보조식품으로 섭취하는 엽산은 수많은 비타민 B군에 속한다.
하루에 400㎍의 엽산을 섭취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호모 시스테인 농도가
극적으로 저하된다. 엽산이 혈류 내 여분의 축적물을 제거하고 이로 인한 노화현상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이라면 빠르고 간단하게, 별 노력 없이 동맥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에 400㎍의 엽산을 규칙적으로 계속 섭취하면 3개월 후에는
리얼에이지가 0.6세 낮아진다.
이밖에도 여러 종류의 무기질-칼슘, 철분, 크롬, 셀레늄, 칼륨, 나트륨, 마스네슘,
아연 등-이 우리 몸에 필요하다. 칼슘은 하루에 1000~1200mmg을 섭취해야 하는데,
하루 식사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건강 보조식품으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무기질류는 식사에서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므로 건강 보조식품으로 보충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8. 젊어지는 식생활
가장 좋은 식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먹는 일을 즐기며, 또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식품에 대해 제대로
알고, 가장 질 좋고 신선한 재료를 골라내는 안목을 키우자. 그러는 사이 가장
맛있는 식사가 가장 건강해지는 식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가장 좋은
식생활에 접근하기 위해 유의해야 요점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저지방 식생활,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섭취를 억제하면 동맥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섬유질을 많이 먹을 것. 섬유질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특히
노화속도가 더디며 대 장암을 비롯한 암 발생률이 낮다. 또한 섬유질은 신진대사와
소화 작용을 조정하고 혈당치를 안정시켜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한다. 셋째,
단백질은 과잉 섭취하지 말 것. 고단백식은 신진대사가 된 단백질을 배출하는 간에
심한 부담을 준다. 넷째, 탄수화물은 복합성으로 선택할 것. 곡류, 빵, 면류, 야채,
콩류, 콩과 야채, 몇명 과일 등에 포함된 복합성 탄수화물은 신체 내에서의 완만한
분해과정을 통해 안정된 혈당을 유지시켜 준다. 다섯째, 생선을 먹을 것. 연어,
대구, 농어 등 흰살 생선에는 혈중 중성 지방을 감소시키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방산은 혈압을 낮게 하는 작용도 한다. 1주일에 한번 생선을
먹으면 심근 경색 발병률이 반감되고, 리얼에이지가 2.7세 낮아진다.
9. 몸에 활력을 주는 스트레치와 운동
하루하루가 바빠서 운동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는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운동을 하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운동은 리얼에이지를 끌어내려 당신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
1주일 운동량은 안정시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을 상회하도록 대략 3500㎉로 선정하는
게 좋다. 이 정도의 운동량이면 신체에 무리를 가하는 일 없이 운동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한 시간 동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300㎉를
연소시킬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조깅을 하면 400~500㎉를 연소시킨다. 그러나
운동에 무리하게 몰두하면, 특히 한 종류의 훈련에만 너무 열중하면 노화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강도가 너무 높은 운동은 세 가지 폐해를 낳는다. 바로 산화물질의
축적과 이에 수반되는 노화, 근육 조직의 손상, 그리고 육체를 혹사하는 데서 오는
부상이다.
그렇다면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 좋다. 특히 같은 종목을 이틀 이상 계속하지 말자.
둘째, 유산소 운동을 추가시켜, 근육 강도와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하자. 자전거
타기와 웨이트트레이닝, 달리기와 요가, 에어로빅과 스트레치 등을 함께 하면 서로의
효과를 높이고 몸이 다치는 걸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준비운동을 하자.
우선 근육을 따뜻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넷째 , 무리하지 말자. 운동 시간은
서서히 늘리도록 하자. 운동 시간을 1주일에 10% 이상 늘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10. 생활습관이 가져다주는 젊음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 식사를 하고, 적당히 술을 마시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등의 일을 일과처럼 계속하면 앞으로의 인생을 더욱 길고 더욱 건강하고 더욱
싱싱하게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을 일상 생활 속에 끌어들이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충분한 잠을 자자. 남성은 하루 7~8시간, 여성은 6~7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리얼에이지 방식으로 말하면,
충분히 수면을 취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세 젊다는 이야기가 된다.
둘째, 아침 식사를 하자. 아침 식사를 안 하면 리얼에이지가 대략 3세나 올라간다.
아침 식사를 하면 신체는 음식의 신진 대사를 효율적으로 하며, 간식을 하고 싶은
욕구도 억제할 수 있다. 1주일에 간식하는 날이 3일 이상이면 리얼에이지가 높아진다.
셋째, 적당한 술로 활력을 찾자. 하루에 여성은 0.5~1잔, 남성은 1~2잔의 알코올이
심장과 동맥의 노화 속도를 늦춘다. 심장 혈관계 질환이 발생 할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적당한 음주로 젊음 되찾기 효과를 최대한 기대할 수 있다.
넷째, 개를 산책시키자. 애완동물의 주인은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 또 두통이나 입 주위의 헤르페스 같은 만성적 감염증도
적고, 심리적으로도 더욱 안정된 상태에 있다. 특히 개를 기르면 운동의 증가 외에
좋은 습관을 안겨주는데 대부분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고정된 일과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개가 규칙적인 산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1. 스트레스 해소하기
스트레스와 노화의 관계가 깊다는 것은 이제까지 수많은 연구에 의해 인정되어 왔다.
스트레스는 심근의 부분적인 빈혈 상태를 초래하여, 심장에 흐르는 혈류량을
감소시킨다. 많은 스트레스를 계속 받는 사람은 이 부분적인 빈혈 상태로 인해
부정맥이나 심장 발작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비교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그다지 많이 받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체내에서의 항체 생산량이 낮다. 게다가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비타민 C, D, E군,
엽산 등 신체에 매우 중요한 비타민을 몸에서 빼앗는다. 또 뼈의 손실률을 가중시켜
골밀도를 저하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잉 분비는 처음에는 지각력을 높이지만
오래 계속되면 오히려 지각력을 약화시켜 사고를 일으키거나 무모한 행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운동이다. 스트레스는
'투쟁 아니면 도피'에 대비해서 예비 에너지를 몸 안에 비축해 둘 것을 요구한다.
운동은 그 에너지를 연소하여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또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을
대사해서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항불안 호르몬의 축적량을 증가시킨다. 가령
규칙적인 걷기 습관은 뇌 속의 베타 엔돌핀의 양을 증가시켜 불만과 긴장을
완화시키고 정신적인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게다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불안과
초조감에 소모될 가능성이 있는 에너지를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 놓을 수가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은 인간 관계로 푸는 것이다. 좋은 교우 관계를 갖게
되면, 스트레스가 가벼워지고 암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있는 면역
세포의 수를 증가시켜 면역계의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 미국의 저 널리스트 노먼
커슨스는 "웃음은 병을 치유한다."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웃음은 젊음을 유지시켜
주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귀는 것은 우리의 건강과 젊음의 특효약이다.
12. 내가 치료하는 나의 몸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건강한가? 내 나이의 사람들과 비교할 때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 '양호', '모르겠다', '나쁨' 중 어느 쪽인가? 답이 '매우
양호'이거나 '양호'라면 리얼에이지는 조금 낮아진다. '나쁨'이라면 조금 높아진다.
그러면 자신의 신체에 어떤 이상이 느껴지는 경우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대책과
의사를 통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첫째, 신뢰할 만한 의사를 찾는다. 당신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도
부드러운가, 또 처음 진찰을 받을 때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신체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기 쉽게 말해주는 의사인가를 봐야
한다. 둘째, 정기 검진을 받는다. 특히, 여성은 1년에 한번씩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가서 파프도말 표본 검사, 골밀도 검사, 유방 촬영 검사를 받고, 유방암의 자기
검진법을 배우거나 복습해야 한다.
만일 당신이 만성 질병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평소의 교우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친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다 털어놓자. 그러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들은 틀림없이 자진해서 당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 당신을 보살피고 식이 요법을 지속할 수 있도록 격려하거나 새로운 운동을
함께 하자고 할 지도 모른다. 진단 결과가 절망적일 때에는 주저 말고 전문 치료사나
카운셀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자. 만성 질병에서 오는 노화를 피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충실하게 해서 병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13. 젊음의 선택, 리얼에이지
이제까지 여러분은 노화를 예방, 혹은 역전시키기 위하여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게 되었다. 그럼 우선 무엇부터 착수할 것인가?
첫째, 자신의 리얼에이지를 적어 보고 리얼에이지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생각해 보자. 둘째, 젊음 되찾기 계획을 재검토하자. 리얼에이지를 낮추기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셋째, 우선 순위를 매기자. 언제, 어떻게
리얼에이지 계획을 생활에 적용시킬 것인가를 검토하자. 넷째, 작은 일부터 하 자.
먼저 가장 간단한 계획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항목에는 천천히 손을 댄다. 그렇게
해야 리얼에이지 계획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몇 번이고 계획을
수정하라. 몇 달마다 자신의 젊음 되찾기 계획을 재검토하자. 여섯째, 포기하지
말자. 젊어지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일곱째, 젊어지려 하는 데 너무 늦은
시기란 없다. 육체는 금세 회복될 수 있으며 늙어 버린 수년 동안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다. 여덟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리얼에이지 계획의 성공을 자축하는 일이다.
젊어진 자신에게 스스로 뭔가 보상을 하자. 젊어진 것을 스스로 대견스럽게 여기고
축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먹지마건강법@e
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
손영기 지음
북라인/2001년/267쪽/8,500원
▣ 저자 손영기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인터넷 칼럼리스트이다. 서울 인사동의
광화문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의학 공동체인 두리내리와 인터넷 동호회인
장한사의 대표로서 한의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노장의 자연주의 사상에
환경문제를 접목한 '먹지마 건강법'을 제시하여 인위적인 치료보다 인체의 자연
치유와 음식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저서로 『두리내리와 함께 하는 계통해부학』
『두리본초 98』 『국역 본초3가합주』가 있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저자의 한의원에 처음 오는 환자들은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인테리어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소박한 한의원에 놀라고, 낡은 한의원에 어울리지 않게 젊은 원장을 보고
놀라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당차게 진료하는 모습에 놀란다는
것이다.
인사동에 위치한 특성상 자연스러움을 중시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병원 분위기를 벗어버린 한의원의 내부모습과, 가운은커녕
넥타이도 매지 않고 진료에 임하는 원장을 보고 환자들은 별난 한의원, 별난
원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제목의 '먹지마'는 별난 한의원과 원장을 대변하는 호칭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식의 중요성과 인간의 생명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이 임상에서 직접
경험한 음식들의 효과와 환자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별난 건강법의
소개는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일상적인 음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별날수록
건강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 차 례
- 건강을 위해서는 마이너스 사고가 필요하다
- 결코 파업 않는 의사를 알려드릴까요
- 몸에서도 우루과이 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 먹지마 건강법은 오염식품을 경계한다
- 음식이 이미지를 만든다
- 체질에 따라 소화흡수가 다르다
- 인스턴트에 대해서는 긴말이 필요 없다
- 밥이 보약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 식(食)은 약(藥)이지만 약은 식이 아니다
- 도대체 무얼 먹으란 말인가
- 김치는 금(金)치다
<건강치료사례>
- 절제한 만큼 약속 받는 건강 - 신정균 님
별난 한의사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
손영기 지음
북라인/2001년/267쪽/8,500원
건강을 위해서는 마이너스 사고가 필요하다
목욕문화가 발전한 현대인들에게는 향수가 목욕을 기피했던 중세 유럽에서
발전했다는 얘기가 우습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건강에 대한 생각은
중세 유럽 사람들과 흡사하다. 먼저 몸을 깨끗이 한 다음 향수를 뿌려야 하는데,
더러운 몸을 씻지 않고 단지 악취만을 감추려 향수를 뿌린다면 처음에는 괜찮은 듯
싶어도 곧 악취와 향수의 향기가 섞여 냄새는 더욱 고약해지고 만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건강에 좋다는 기사만 나오면 벌떼처럼 몰려가는 현대인의 몸에서
그와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다. 오염식품을 멀리하지 않고, 몸에 좋은 것만을
찾는 모습은 더러운 몸에 향수만 잔뜩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태국 등
외국으로 몬도가네 몸보신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 불법 밀렵으로 잡은 산짐승을
건강식품으로 여기는 사람들, 황소개구리를 퇴치하려면 그것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 등은 단순하게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비울수록 얻게 되는 노자의 사상은 건강 법칙에도 적용 되는 바, 이 시대에 건강을
얻으려면 몸보신 먹을거리만을 찾는 플러스 사고에서 오염 식품을 몸에서 멀리하는
마이너스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래서 나의 건강법을 마이너스 건강법
또는 '먹지마 건강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한의원은 이상해. 온통 가려서 먹으라는 말만 하니..." 욕인지 칭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와 내 한의원에 대한 소문은 이상과 같다. 이는 환자들에게 먹지마
건강법을 소개하다 보니, 한약 먹으면 낫는다는 말보다 오염 식품부터 멀리할 것을
강조한 까닭이다.
자연적이지 못한 식품으로 뱃속을 가득 채워 몸을 오염시키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소용없으니, 식습관을 통해 뱃속부터 정화시켜야 제대로 흡수될 수
있는 것이다. 천하의 명약을 먹으면 무엇하리. 이미 굳어 버린 장은 그 약을
흡수조차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건강 비법을 찾으러 멀리
돌아다니거나 언론에 노출된 정보를 추종할 필요가 없다. 바로 내 몸 안에 건강의
비법이 있음을 깨닫고 오염 식품 중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결코 파업 않는 의사를 알려 드릴까요
"나는 그에게 붕대를 감아 주었 고, 신이 그를 치료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위대한 외과의사였던 앙브로와즈 파에의 이 말은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강조한 말이다. 나는 완치된 환자들에게서 감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저보다는 음식과 선생님 자신의 몸에 감사하십시오."라고 말하는데, 이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이 아니라 우리 몸 안에 내재된 신의 힘, 즉 자연치유력을 믿기 때문이다.
비틀즈의 대표곡인 "Let it be"처럼, 우리 몸의 생명력과 치유력을 믿고 잠시
내버려두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력이 떨어져도 안경을 쓰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은 전체적인 몸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시력이 좋아지지만, 바로 안경을
쓰게 되면 몸이 회복되어도 이미 눈이 안경의 도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시는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의 '설사'는 음식의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몸의 반응이고, 감기에 걸렸을 때 나오는 '기침'은 호흡기에 감염된 병균을
내보내려는 치유 반응인데 약으로 설사와 기침을 서둘러 멈추려 하면 오히려 몸의
자연치유력을 거스르게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참기만 하는 것은 더욱 무모한 짓이다. 음식 관리는 전혀 하지
않고 식욕대로 먹기만 하면서 자연 치유를 바라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면서
자연히 불이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때문에 자연치유력에 의존하기 위해서는
입보다는 몸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는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의약분업 사태 때 병원의 파업으로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이 파업 걱정을 하면서
치료에 조급함을 보일 때마다 의사인 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결코
파업하지 않는 의사를 알려 드릴까요? 바로 우리 몸 안에 있습니다."
몸에서도 우루과이 라운드가 벌어지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한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은 우리 농민을 궁지로 몰았다. 값싼
외국 농산물의 가격 경쟁에 밀린 우리 먹거리들, 농업의 손실보다 공산품의 수출
이득이 많다는 경제 논리에 따라 농토가 점점 공장터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농업은
국가의 기반 산업이다. 장차 우리 먹거리가 외국의 입김에 좌우된다면 국가의 주권
행사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농사짓는 이가 사라지고 이 땅에 수입 농산물이 가득 찬
상황에서는 생명줄인 먹거리를 외교의 압력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기반을 흔드 는 우루과이 라운드는 지금 우리 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는 비타민 등의 건강 보조제와 건강 보조 식품이 범람하고 있다. 그런데
비타민, 미네랄을 포함한 영양소는 우리 몸에서 직접 음식을 통해서 섭취해야지,
건강 보조제의 형태로 인위적으로 지나치게 투여하면 안 된다. 외부에서 영양소가
투여되면 수입 농산물에 경쟁력을 잃은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듯 그 영양소를 합성,
생산해야 할 몸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인체는 기계와 달리 쓸수록 좋아지고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 몸이 해야 할 일을
투여된 영양소가 대신하면 이처럼 몸이 점점 녹슬게 된다. 장기간 건강 보조제에
의존한 사람이 잠시 복용을 중단하면 갑자기 몸이 처지는 현상을 경험하는데 이것이
바로 몸의 퇴화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환자들의 몸은 전반적으로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근본적인 식습관 개선 없이 오로지 건강 보조제만을
찾는 플러스 사고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 셈이다. 먹거리의 자급자족 없이는 국가의
주권이 올바로 수행될 수 없듯이 건강 보조제에만 의존하면 건강을 지킬 수 없게
된다.
먹 지마 건강법은 오염 식품을 경계한다
내가 환자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오염식품 이야기이다. 인위적으로
가공되는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식품 등 우리 식탁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들을 내가 오염식품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당혹해 한다.
나 역시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등을 오염식품으로 규정하고 제한하는 식생활을
몸소 실천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의 질환 대부분이
음식에서 비롯된 식원병(食原病)임을 알고 나서는, 재발 없이 병을 완치하려면
식습관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경험하고부터는 스스로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했던가. 음식에서 야기된 병을 음식으로 다스리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면 치료할 때만 잠시 호전될 뿐이다. 그러나 음식관리를 병행하는
치료는 놀랄 만큼 효과적이고 일단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식이 요법만으로도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 심지어는 의료인까지도 음식 관리를
등한히 한다. "원장님처럼 하다간 환자 다 떨어져요." 어떤 사람이 걱정하며 해준
말인데 환자를 대할 때마다 귓가를 맴돈다. 본 인이 약보다 음식을 강조하는 것은
임상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병이 시작되는 근본 원인을 알기 때문인데
환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 없이 그냥 병과 약만을 설명해 주면 될 걸 별난 식생활 개선
요구에 기가 죽어 등돌리는 환자들을 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재발과
악화로 다른 곳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철저한 음식 관리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것을 보면 그 동안의 모든 서운함이 사라지고 환자들에게 더욱 단호해진다.
지금의 병은 인위적인 가공에 따른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등이 오염 식품임을
깨닫고 이를 멀리하는 환자의 적극적 자세를 통해서만이 예방과 완치가 가능하다고
본다. 육류와 밀가루 식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성인병을 야기할 수
있는데 여기다 항생제, 호르몬, 방부제, 첨가물 등의 오염으로 설상가상의 문제를
야기하는 바, 이에 이상의 먹거리들을 오염 식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음식이 이미지를 만든다
갈수록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 스트레스로 무너지는 사람들,
병원에 넘쳐나는 신경증 환자들의 정신적인 문제들이 음식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나는 음식이 인간의 정신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즉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의 동적인 성격이,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식물의 정적인
성격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환자의 얼굴 모습과 분위기를 통해 그의
식습관을 감지하는데, 인간에게서 독특한 이미지가 풍기는 것은 각자 즐기는 음식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비행 청소년 교화 프로그램에 육류와 유가공품, 인스턴트 식품을
제한하고 곡물과 야채를 급식함으로써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아이들의 날카로운
정신을 완화시키고 있다. 정신병과 신경증 환자에게 자연식을 권하는 치료법은 이미
미국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다. 따라서 '먹지마 건강법'은 개인적인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의 도덕성을 지키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도중에 그만 나오고 말았다.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들을 끝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먹지마 건강법'을 실천하기 전에는 그토록
좋아했던 폭력 영화였는데... 갑자기 너무 소심해진 것 같아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음식에 따라 이 정도로 성격이 바뀔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지금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같은 종이라도 향을 포장하면 향기가 나지만, 생선을 싸면 비린내가 나는 것처럼
각자의 이미지는 자신의 식습관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체질에 따라 소화 흡수가 다르다
"녹두, 돼지고기, 밀가루는 금하셔야 합니다."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을 때 흔히 듣게
되는 주의 사항이다. 한약 복용시 밀가루를 금함은 밀가루가 소화에 부담을 주어
한약 흡수를 저해하기 때문인데, 밀가루와 소화 흡수 사이에는 묘한 점이 있다.
그것은 체질적으로 음인(陰人)에게는 소화가 어려워 부담되고 양인(陽人)에게는
흡수가 너무 잘되어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밀가루의 축 처지는 성질은 위의 늘어짐, 즉 위하수증을 야기하는 바, 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氣)가 부족한 음인은 소화장애에 걸리기 쉽다. 그리고 밀가루는 다른
음식보다 소화시키는 데에 많은 수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음인의 차가운 장은 힘들게
수액 대사를 함으로써 소화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반면 위가 열(熱)하여 밀가루를 부 담 없이 소화시키는 양인의 경우, 밀가루의 흡수가
너무 빨라 '당뇨'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당뇨란 섬유질 부족에 따른 영양의
갑작스런 흡수로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인데, 정백 밀가루는 바로 흡수되어
인슐린 수치를 갑자기 높이거나 또는 갑자기 떨어뜨려 혈액 내의 인슐린 불균형과
함께 췌장에 큰 부담을 준다. 밀가루 식품을 먹은 후에 금방 허기가 지는 것은 위와
같은 과정에 따른 저혈당 상태로서, 체질이 열한 양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밀가루를 즐기는 환자는 침 치료에 있어서도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 침을 놓을 때
상대적으로 통증을 덜 느끼고, 침을 뽑을 때 피가 잘 난다는 것이다. 이는 묵은
밀가루로 인해 근육이 늘어지고 살이 부어 침의 따가움을 덜 느끼게 되고, 혈관이
탄력을 잃어 침의 자극에 쉽게 터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먹지마 건강법'을 적극 실천하는 환자들은 갈수록 침이 아프다고 공통적으로
말하는데, 필자는 이것을 피부와 근육이 탄력을 되찾고 감각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살짝 부딪혀도 멍이 드는 약한 혈관 덕에 고혈압을 거쳐
뇌출혈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긴다.
인스턴트에 대해서는 긴말이 필요 없다
오염식품 섭취의 제한을 강조하는 '먹지마 건강법'을 설명함에 있어서 인스턴트는
다른 오염식품에 비해 쉽게 설득이 된다. 인스턴트가 불량식품이라는 점에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긴말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를 다시
논의하려는 것은, 모두들 몸에 나쁜 줄 뻔히 알면서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인스턴트는 건강식품이 아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1977년 미국
의회에 제출된 '음식물 섭취 지침서'에는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의존하지 말라!'라는
글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러한 지침서가 제출된 데에는 당시 심장질환 사망률이
전체의 40퍼센트, 암 사망률이 25퍼센트나 된다는 배경이 있었다.
특히 서구의 외식 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미국
이상으로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식습관 개선운동으로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 버린 패스트푸드 사업이 우리 나라를 부흥의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여간 씁쓸하지 않다. 패스트푸드점마다 넘치는 사람들, 편의점이나 슈퍼에 화려하게
진열된 가공 식품들, 길거리에 늘어선 군것질 노점들, 쉬는 시간만 되면 청량음료
자판기 앞으로 몰려드는 학생들, PC방, 오락실, 사무실 구석에 쌓여진 컵라면
그릇들... 인스턴트 문화가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육류 + 밀가루 + 첨가물 + 인공 조미료 = 인스턴트"
값싼 동물성 지방과 정백 밀가루를 바탕으로 담백한 자연의 맛 대신에 가공 설탕,
소금으로 맛을 내고 온갖 첨가물로 치장하는 인스턴트 식품은 오염식품 가운데
으뜸이다. 따라서 '먹지마 건강법'에서 인스턴트와의 타협은 있을 수 없다.
환자들에게 병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 육류와 밀가루
식품을 일체 금하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으나, 인스턴트만큼은 먹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긴말이 필요 없는 인스턴트의 해로움 때문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이야기는 옛말이다
밥이 곧 보약이라는 이야기.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들은 이
이야기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식의(食醫)임을 자칭하는 나도 쌀이라는 곡식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약처럼 소중하게 대해 왔는데 이제는 '밥이 보 약'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쌀 재배 과정에서의 농약사용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기름진
쌀밥을 보면서 농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하고, 농약사용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죄스럽기는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살림」 자료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농약은 농작물의 정상적인 생육에 필요한 필수성분이 아니라, 작물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유해생물을 죽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농약은 대부분 고유의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농약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농촌지도소의 지침에 따르면 농약은
적어도 5-6회 정도 뿌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인 횟수이지 날씨가
고르지 못해 병충이 극성을 부리면 15-16회 정도 벼를 농약에 절여낸다고 한다.
이 글을 보면 우리 쌀이 농약에 얼마만큼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쌀을 고름에 있어서 유기 농산물이 절대적으로 요구됨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제는
'밥이 보약'이라는 옛 어른의 말은 현 시대에 맞게 '유기 농산물인 쌀로 지은 밥이
보약'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식(食)은 약(藥)이지만 약(藥)은 식(食)이 아니다
'먹지마 건강법'을 강조하면서 오염식품을 먹지 말 것을 요구하다 보면, 그러면
무엇을 먹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된장, 콩, 현미..." 그러한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내뱉는 나의 답변에 시시하다는 표정들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에서나 들어봄직한 거창한 약초를 기대했는데 늘 접하는 먹거리들이
나오니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약을 원하는 데도 음식을 권하면 더욱 놀란다.
소화불량을 호소하면 "무즙을 드시죠." 지속되는 복통을 호소하면 "된장을 물에 풀어
드시죠."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면 "호두기름을 드시죠." 심지어 당뇨, 고혈압에
연근을 먹으라고 하니 그럴싸한 약을 기대하던 환자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 선생이 민중들에게 치료 방법으로 약 대신에 음식을
처방한 것은 귀한 약초를 구하기 힘든 것도 이유이겠지만 음식이 곧 약이기
때문이다.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데 답답한 것은
현대인들이 이 용어를 잘못 이해한다는 점이다. 식약동원은 음식이 곧 약이라는
의미로 음 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 약이 음식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음식을 시시하게 여기고 약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약을 음식처럼 먹고
있으니 식약동원이 거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약으로 쓰이던 것이 기호 식품화한 커피, 담배, 술 같은 것도 문제지만, 인삼
다린 물이나 녹차를 식수로 마시는 등 본래 약이었던 것을 음식처럼 복용하면 자칫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 무슨 약이 효과가 있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음식으로 먹는 현 풍토는 건강하지 못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집에서 음식처럼 늘 복용하는 약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개 처음에는 없다고들 말하나 결국 하나씩 늘어놓는다. 인삼,
녹차 심지어는 커피, 담배까지도 본래 음식이 아닌 약임을 알아야 한다. 이 기회를
통해 간곡히 호소한다. 제발 식수만큼은 순수한 생수를 들기 바라며 좋다는 소문만
듣고 약초 달인 물을 매일같이 함부로 먹지 말기를 바란다.
도대체 무얼 먹으란 말인가
우리 한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다음의 음식물 관리표를 건네준다.< BR><주의할 음식>
육류(계란, 우유, 치즈, 버터 등의 유가공품 포함)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음식/ 기호 식품/ 생선회/ 화학 조미료/ 제철이 아닌 과일
<권장하는 음식>
콩/ 된장/ 섬유질(현미, 채소 등)
생수/ 해조류(미역, 다시마, 톳 등)
천연 조미료(참기름, 들기름, 현미유 등)
이와 같은 표를 받아든 환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도대체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장 음식에 있어서 곡물과 채소는 농약 등의 오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물론 걱정해야지요. 그래서 유기
농산물을 택하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유기 농산물 공급단체를 소개하는데 나 역시도
모든 농·수산물을 그곳에서 공급받아 오염에 대한 걱정 없이 먹고 있다.
유기 농산물 공급단체는 다음과 같은 단체들이 있다.
- 한살림(
www.hansalim.or.kr)
: 02-3486-9696
- 경실련 정농 생협 : 02-448-8392
- 여성민우회 생협(coop.womenlink.or.kr) : 02-581-1675
- 생협중앙회(www. coopkorea.net) : 02-3486-9696
지 금 유럽에서는 광우병에 이은 구제역 파동으로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유기농 식품 판매가 30퍼센트 가량 증가했고, 다국적 식품
업체들은 유기농 가공 신상품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유기 농산물은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3퍼센트에 불과하나, 현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05년쯤 유기농
식품은 전체 식품 판매의 5-10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는 금(金)치다
된장, 치즈와 함께 3대 발효 식품의 하나인 김치는 식물성(콩) 발효식인 된장과
동물성(우유) 발효식인 치즈에 비해 식물성(배추, 무, 고추)과 동물성(젓갈)이
어울리는 특징을 지닌 우리 나라의 대표 식품이다. 소금의 삼투작용과 미생물의
발효작용이 복합적으로 이뤄짐으로써 숙성되는 김치는 모든 발효 식품이 그러하듯
장을 살린다.
김치가 익는 동안 생성된 젖산균은 장내 부패균 번식을 억제하는 정장(整腸)작용을
하고, 섬유질은 물리적으로 장 내부를 쓸어주는 청소 역할을 한다. 또 김치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육류 등 산성식품을 많이 섭취할
경우 일어나는 피의 산성화를 예방하기 때문에 성인병이 만연하는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강식이다.
소금 성분이 많기 때문에 오래 먹으면 고혈압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오히려 혈전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본의 '기무치'는 이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김치는
금(金)치로서 '금'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옛날 김장할 때 아낙은 목욕 재계하고,
간을 할 때에는 창호지로 입을 막았으며 시어머니도 김장을 앞두고는 며느리를
나무라거나 신경 쓸 일을 삼가는 등 진짜 김치를 금 다루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금이 쇠붙이 고철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농약으로 오염된 배추와
무, 썩은 재료를 섞어 만든 고춧가루, 유통과정에서 변질된 젓갈, 국산 소금으로
둔갑한 저질의 중국산 소금, 합성 조미료로 범벅된 김치. 이런 김치는 더 이상 건강
발효식품일 수 없다.
'금'치를 '고철'치로 바꾸어 버린 이와 같은 김치의 오염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김치가 고춧가루 때문에 지나치게 맵다는 점이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우리 민족 특유의 식습관은 많은 사람들이 김치에서 연유되었다고 보 는데, 본시 우리
김치는 고추가 들어가지 않는 '백김치'였다.
매운 음식이 기관지를 나쁘게 함은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관지가 나쁜 환자들은 음식을 맵지 않게 먹도록 주의시키면서 치료하여야 하는데,
병세가 호전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늘 먹는 음식 중에 특히 김치를 맵게 먹는 경우가
많다. 김치가 우수한 건강식인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너무 맵게 먹으면 몸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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