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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는 선한 목자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구나
‘밥퍼 목사’ 다일공동체 최일도 대표
그곳은 오전 10시부터 붐볐다. 한 여름의 뙤약볕에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서울 청량리 굴다리 옆, ‘밥퍼’현장은 ‘오병이어’의 기적이었다.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성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나눔활동으로 노숙인과 독거노인, 장애인 등 가난한 사람은 밥상을 받는다. 벌써 22년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겨울과 한 여름에도 쉼이 없다. 이러한 기적을 가져온 이가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다.
그곳은 오전 10시부터 붐볐다. 한 여름의 뙤약볕에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서울 청량리 굴다리 옆, ‘밥퍼’현장은 ‘오병이어’의 기적이었다. 후원자들의 십시일반 성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나눔활동으로 노숙인과 독거노인, 장애인 등 가난한 사람은 밥상을 받는다. 벌써 22년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겨울과 한 여름에도 쉼이 없다. 이러한 기적을 가져온 이가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다.
‘밥퍼 목사’로 더 알려진 그다. 1988년 청량리역 주변에서 노숙인 등에게 라면을 끓여주며 나눔운동을 시작한 다일공동체는 다일복지재단,다일천사병원,밥퍼나눔운동본부,다일교회 등으로 확대됐다. 최 목사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오늘의 역사를 일궈냈다고 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구호가 넘쳐나던 때 최 목사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는 광경과 마주한다.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 쓰러져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한 것. 그리고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청량리 역-노인 그리고 설렁탕 한 그릇
- 끼니를 잇기 어려운 노숙인 등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밥상을 차린지 벌써 22년째다. 밥퍼나눔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다일공동체를 설립한 계기가 있었을 텐데….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독일로 유학을 준비하던 1988년 11월, 청량리역을 지나다 광장바닥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했다. 오전에 본 그 할아버지는 오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방치된 채 누워 있었다. 그때 이 많은 시민들 중에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인 한 분을 왜 돌보지 못하느냐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나도 모르게‘할아버지 식사 하셨어요?’라고 물어봤다. 응답이 없어 역 파출소를 찾아 돌아서려는 순간 ‘아니’라는 음성을 듣게 됐다. 할아버지를 부축해 근처 식당에서 설렁탕을 대접해 드리게 됐고, 그 함경도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도시 빈민사역을 위해 다일공동체를 세우고 밥퍼나눔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설렁탕 한 그릇’이 연 3,40만명이 밥상을 받는, 말 그대로의 기적이 된 것인가.
“그렇다. 그 후 많은 아픔, 눈물, 절망과 좌절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사창가에서 일하는 이들과 행려자, 노숙인, 독거노인들이 참담하게 살아가는 청량리로 늘 부르셨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참담하게 보이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주셔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밥퍼나눔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씩‘내가 만일 독일 유학을 갔더라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면, 지금의 다일공동체와 최일도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 다일공동체는 이렇듯 최 목사가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한 것이 계기가 돼 설립됐다. 그로부터 22여년이 흐른 지금, 다일공동체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에서 무료급식 사역과 함께 보건의료, 영적치유사역 그리고 섬김의 리더십 훈련, 다일 D.T.S(Discipleship Training School)훈련을 통한 교육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량리 굴다리 옆‘밥퍼’현장에서는 하루 적게는 800명에서 많게는 1500여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찾아와 식사를 한다. 무료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일천사병원은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 중 얼굴기형 등 구순구개열 아동을 초청해 수술해 주는 아름다운 변화 프로젝트(Beautiful Change Project)를 진행했다.
다일천사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를 국가별로 분류하면 40개국에 달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우리나라를 찾아 온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창립 8주년을 맞는 다일천사병원은 현재 웰다잉하우스(임종자의 집)를 준비하고 있다. 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청량리 굴다리 옆‘밥퍼’현장에서는 하루 적게는 800명에서 많게는 1500여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찾아와 식사를 한다. 무료의료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일천사병원은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 중 얼굴기형 등 구순구개열 아동을 초청해 수술해 주는 아름다운 변화 프로젝트(Beautiful Change Project)를 진행했다. 다일천사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를 국가별로 분류하면 40개국에 달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우리나라를 찾아 온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창립 8주년을 맞는 다일천사병원은 현재 웰다잉하우스(임종자의 집)를 준비하고 있다. 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들이 인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다. “후원자의 십시일반 그리고 자원봉사자 덕분”
- 맨 처음 밥퍼나눔운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22년 동안 가장 보람되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변화다. 도무지 갱생의 길로 갈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행려자, 알콜중독자들이 보통시민들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는 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자리를 찾아 떠났다. 일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감격과 삶의 희열이 느껴진다.”
- 목사님께서 그동안 이루어낸 역사는 실로 대단한데, 이 같은 힘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큰 원동력은 두말 할 것 없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피부색, 언어, 문화, 종교를 떠나서 나눔은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는 것이 나눔의 시작이다. 기독교 신도들이 시작한 밥퍼운동이지만 기독교 울타리도 넘어서야 한다.
청량리 밥퍼운동본부를 찾는 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분들이 많다. 연극인 윤석화씨, 탤런트 박상원씨, 방송인 김미화씨, 아나운서 손범수씨, 방송인 한성주씨, 영화감독 류승완씨, 영화배우 류승범씨 등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1년에 1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줄을 서야 봉사활동을 할 정도다(웃음). 이와 같이 이름도, 빛도 없이 꾸준히 참사랑을 나누는 분들이 계시기에 밥퍼나눔운동과 생명운동은 제가 죽더라도 소외된 이웃들이 우리 곁에 있는 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 목사님께서 처음 나눔운동을 시작한 1988년과 현재 우리사회 전반의 ‘나눔활동’을 평가한다면….
“국민들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와 기부문화 확산이 많이 됐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2008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하위 10%의 소득계층이 상위 10%의 소득계층 보다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남을 돕는 것에 더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GDP대비 2.1%의 기부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1.4%를 가진 이스라엘 등에 비해 국내의 기부현황은 GDP 대비 0.125%에 불과해 기부문화가 유난히 폐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부문화는 이제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기부는 적선이 아닌 크게 그리고 멀리 보면 사회적 투자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인식의 변화다. 사회지도층들이 먼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다면 국민들 개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 목사님께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존경받는 부자가 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가를 생각하면, 자신이 사회를 통해서 축적한 부가 결코 자기 개인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를 통해 얻어진 것을 다시 환원하고 사회적 소수자들이나 약자들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눈다는 의식이 더 넓게 사회 곳곳에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교회,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 아직도 우리 사회는 상대적 빈곤 뿐 아니라 절대적 빈곤층이 많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 밥퍼 홍보대사인 방송인 한성주씨(가운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급식봉사를 하던 최일 도 목사(왼쪽 두번째)가 짬을 내 카메라 앞에 섰다.
“고층빌딩이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림자 또한 깊게 드리워지는 법이다. 미국의 대도시마다 다운타운에 할렘가가 있고, 일본 도쿄에도, 프랑스 파리에도 노숙인들이 즐비하게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역 등 전국 주요 역사 주변에 노숙인들이 있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풍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은퇴를 공식 선언하고 자선사업가의 길을 가겠다고 했는데 이 같은 모습이 대표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지키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빌 게이츠와 같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이며, 만약 없다면 한국판 빌 게이츠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삶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줄 안다.’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목사님! 한국에는 부자는 많은데 빌 게이츠, 워렌버핏 같이 존경받는 부자가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중산층은 점점 사라지고 부와 가난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일공동체는 양극화로 나뉘어져 있는 계층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일부에서는 한국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사회적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얼마 전, 영국의 왕위 계승자인 월리엄 왕자가 노숙체험을 위해 노숙인들과 함께 길바닥에 누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이러한 솔선수범이 참으로 아쉽다. 다일공동체와 다일교회에서는 매년 노숙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숙체험을 20여년 째 하고 있다. 자기를 비우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참사랑을 실천하려고 애써 보지만 하면 할수록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노력하고 힘써도 모자랄 뿐인데 교회가 큰 예배당만 짓고 각종 감투와 단체장 선거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기가 막힌다. 교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지도자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낮은 곳에 직접 내려가는 일들을 과감하게 실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작은 교회와 많은 목사님들이 이 땅에 희망을 주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 목사님이 지향하는 삶의 자세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목사님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자세랄까, 생활철학을 소개해 달라.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는다. 나눔은 분명, 기적이다. 그리고 그 기적을 통해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며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들이 생긴다. 나눔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나누면, 더욱 풍성한 삶의 감동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자원봉사를 주저하며 아직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지금부터, 여기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바로 오늘부터, 나부터다.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큰 계획을 세운 다음에 실천하려 하면, 하기 전에 지치고 만다. 오늘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지경(地境)이 점점 넓혀지고 나눔의 세계가 확산될 것이다.”
-오는 9월 7일은 제11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목사님께서도 존경받는 사회복지인 가운데 한 분인데, 다른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정한 성공은 결과로 말할 수 없다고 본다. 항상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속도는 더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자매이고, 또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하기에 서로 도와야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내 형제가 고통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데 나 혼자만 행복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이 땅의 나눔천사들은 이 사실을 깨닫고 실천한 진정한 성공자들이다.”
- 목사님의 나눔운동은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까지 퍼져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 달라.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네팔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밥을 지어드리고, 천사클리닉을 세우고 빈민촌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다일공동체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모든 젊은이들과 함께 꿈과 희망, 비전을 함께 나누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 힘들고 지친 삶이 쉬어가며, 삶의 방향을 잃어 방황하고 있을 때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축복이요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영성의 샘물을 길어 올리는 진정한 공동체와 영성의 삶이 배어 있는 다일공동체를 아름답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자, 삶의 목적이다.”
아시아 15개국·아프리카 5개국에도 나눔 예정
인터뷰가 있던 날, 최 목사는 여전히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먹기 위해 밥퍼를 찾은 가난한 이들을 맞았다. 홍보대사와 자원봉사자를 격려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마침 방송인 한성주씨가 배식자원봉사에 나서 구슬땀을 흘렸다. 에어컨도 없는 허름한 건물, 좁은 식당은 그러나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겐 ‘천국’이었다.
최 목사는 지난 2월 다일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났다. 다일공동체의 봉사활동과 영성수련 인도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정년을 11년이나 남겨놓고 은퇴한 최 목사는 퇴직금 4억원을 교회에 기증하면서“장학금으로 써 달라”고 했다. 사후엔 교회가 전세로 얻어준 사택 보증금 2억원도 모두 교회에 반납할 예정이란다. 그는 “지극히 당연한 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최 목사는 현재 아시아 5개국의 다일공동체를 15개국으로 늘리고, 아프리카 5개국에도 다일공동체 분원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1년의 반은 국내에, 1년의 반은 외국에서 나눔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그는 “어려움과 고난 그 자체가 기쁨”이라며 “고통없는 기쁨은 기쁨이 아니다”고 했다. 고통받는 만큼 사랑이 전달된다는 말도 했다.
인터뷰 약속시간인 오전 10시. 아침을 먹지 못했다며 숭늉을 찾는 사람이, 정작 다른 이들에겐 밥을 퍼주고 있었다. 그가 바로 최일도 목사다
★ 출처 복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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