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목숨을 거는 경우도 많습니다. 클레오파트라에 빠진 안토니우스도 한 예입니다. 잘 아는 젊은 베르테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기어코 사랑을 쟁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목숨을 걸고 싸워서 얻어내는 것입니다. 과연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가요?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소위 빠졌다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됩니다.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가져야 합니다. 남자만 그런 것도 아니고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물론 돈과 권력보다는 고상하다고 여겨집니다. 좀 더 높은 차원의 가치라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에 목숨 거는 사람에게는 비난과 멸시가 따르지만 사랑 때문에 견뎌야 하는 고난과 고초에 대하여는 감동을 받습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차별도 구별도 할 필요가 없지만 특히 뚜렷한 차별을 넘어서 이뤄지는 사랑에는 감동과 존경심까지 부여합니다. 왜 그럴까요? 관습과 전통을 이겨내려는 용기와 대담함에 우리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심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말한다면 대리만족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런 소설을 읽는다든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잘 아는 연속극이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이루어가는 그 과정에 함께 묻히는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그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우리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지요. 해보고 싶은 꿈은 가졌으나 해보지 못한 사랑을 남의 이야기 속에서 누려봅니다.
저속한 욕망을 채우려는 본능과는 좀 차원이 다르기에 우리는 때로 불륜까지 사랑이라는 치장을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즐기면서도 속으로는 윤리적 충돌을 일으킵니다. 옳고 그름의 잣대로 맘속 전쟁을 치르기도 합니다.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재미는 있기에 계속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남녀의 진실한 사랑을 보면 이루어지기를 꿈꾸면서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그 사랑을 쟁취하려고 고난을 헤쳐 가는 길은 우리 자신의 꿈이 이루어져 가는 길이기도 하지요. 실패든 성공이든 아픔과 기쁨 속에서 우리 자신이 감동과 성찰을 얻습니다. 어차피 사랑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사랑의 발자취에도 두 얼굴이 나타납니다. 항상 행복하기만 하지 않으니까요. 누구나 사랑하면서 기다림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모든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술로써. 사실 어려서부터 단짝이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신분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젠하임’은 평민입니다. 그러나 ‘소피’는 왕족의 피를 가진 공주입니다. 어려서는 함께 놀 기회가 있었지만 커서는 그럴 기회가 없어집니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그들을 떼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둘 사이에 맺어진 정은 강제로 때놓는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지요. 두 사람은 오래도록 떨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소피는 원하지 않지만 황태자 ‘레오폴드’의 약혼자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젠하임이 마술사가 되어 그 도시에 나타납니다. 사람들을 매혹시킵니다.
군중을 선동하는 마술사가 황태자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얼마 후 왕위에 오를 자기에게 와야 할 관심이 엉뚱한 데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가 도대체 어찌 되려고 이런 미신 같은 황당한 것에 빠지는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측근인 ‘울’ 경감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저 속임수를 밝혀내서 녀석을 매장시켜버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울 경감도 현장을 지키며 구경을 하는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황태자가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약혼녀와 함께 관람을 합니다. 아이젠하임이 누가 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녀 소피를 무대 위로 불러서 보조 역할을 청합니다.
속임수에 불과한 짓거리에 사람들이 빠진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튼 어떤 빌미를 잡아서라도 없애버리려 합니다. 더구나 이 마술사와 자기 약혼녀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는 분노까지 덧붙습니다. 앞뒤 가릴 것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처리해야 합니다. 울 경감을 독촉하여 잡아들이라고 합니다. 잡기는 하였지만 죄목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군중이 아이젠하임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결국 방면합니다. 그런데 질투에 눈이 먼 황태자가 약혼녀를 강제하여 결혼식을 치르려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소피가 쉽게 응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그 뒤를 황태자가 급히 말을 타고 쫓아갑니다. 얼마 후 소피가 죽은 채로 돌아옵니다.
아이젠하임은 도시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 공연을 합니다. 그 자리에서 죽은 소피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이유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묘하게 응합니다. 울 경감은 황태자의 살인 증거를 찾아냅니다. 권력으로 사랑까지 얻으려는 욕심, 가능할까요? 욕정을 채울 수는 있어도 사랑을 얻기는 힘들 것입니다. 기막힌 반전은 마술처럼 이야기를 끝냅니다. 영화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를 보았습니다. 2006년 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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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되세요
좋은날되세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