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피는 작은 채플 이야기
동검도 채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성당 중 하나입니다.
지난 봄, 그 소박한 성당 곁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연못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강화 선원사의 성원 스님께서 두 뿌리를 내어주시어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스님은 말복이 지날 무렵 꽃이 필 것이라 하셨고, 그 말씀은 정확히 이루어졌습니다.
얼마 전, 무서운 폭염 속에서 물 위에 연잎이 솟아나고 꽃대도 올라와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습니다.
모기 유충의 번식을 막기 위해 작은 웅덩이 속에 미꾸라지 아홉 마리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작은 연못에 어디선가 개구리가 찾아왔고, 온갖 수생곤충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 완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생명의 신비 앞에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원을 품은 꽃
연꽃은 약 1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고대 식물입니다. 2012년, 중국 지린성의 한 고대 유적지에서는 1,300년 전 연꽃 씨앗이 발아한 기적 같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시간을 초월한 생명력, 그 자체인 것입니다.
다양한 신화와 종교에서 '천상의 꽃'으로 불리는 연꽃은 "무명(無明)의 진흙탕에서 피는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많은 종교에서 연꽃은 신들의 거처이며, 신성함과 우주의 조화를 나타냅니다. 밤에 닫히고 아침에 다시 피는 그 습성 때문에 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연꽃은 단순한 꽃이 아닙니다. 인간 존재와 깨달음에 대한 깊은 은유로 읽힙니다.
진흙(고통과 번뇌) 속에서 피어나는 꽃(청정한 삶, 깨달음).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면서도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성스러움. "세속에 있으나 세속에 물들지 않는 삶"의 완벽한 상징입니다.
스님이 주신 연꽃이 천주교 채플에서 꽃을 피운 것은 부처님과 예수님의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언젠가 청와대에서 개신교 장로님이 대통령이 되자 연못의 연꽃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꽃은
그 어느 종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태양신을 숭배한다고 해서 하늘의 태양을 홀로 독차지할 수도 없고, 햇볕을 가릴 수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진리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듯이, 상징 언어의 특징은 진리 앞에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작은 연못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진리는 그 누구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전유물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진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 됩니다.
이것이 어찌 진리뿐이겠습니까?
인간이 지닌 모든 재화나 재능은 그 어느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하느님께서 유독 아브라함에게 축복을 약속하신 것은 그를 통해서 온 백성에게
축복을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내 것', '우리 것'이라는 인간의 옹졸하고 과도한 욕심이 이 땅에지옥을 만들고 전쟁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진정한 아름다움과 나눔의 깨달음이 경계를 넘나들며, 모든 이들이 그 향기를 언제나 함께 나눌 수 있는 세계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참된 나눔과 진정한소유의 철학을 분명히
지니는것이야말로 생명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소중한 지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진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것이 이 땅의 종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교의 참된 의미는 배타적 소유가 아니라 포용적 나눔에 있으며, 진리는 울타리를 허물 때 비로소 그 본연의 빛을 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