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는 순간의 쾌락이지만 여성에게는 평생의 고통, 그것이 성폭력입니다. 남자는 흘려주면 그만이지만 여자는 일생 그 짐을 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여성의 그 아픔이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아니면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을 가질 만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를 못합니다. 그냥 한 순간 지나간 일일 뿐입니다. 여성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몸에 새겨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릴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습니다. 물론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몸의 일부처럼 달고 살아야 합니다. 좋은 것도 아닌데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것을 남성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폭력 문제가 얼마나 이중적인지 본인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대뜸 달라집니다. 나와 밀접한 관계의 사람이 그 처지에 놓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내 아내가, 내 딸이, 내 동생이, 나의 친척이나 지인이 그 자리에 놓였다 싶으면 태도가 돌변합니다.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비로소 자기 일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남의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야 하는 일이고 따지고 보면 별 일도 아닙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 그런데 우리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남성은 거리를 활보하고 나름 승승장구할 수도 있습니다. 당한 여성만 숨어서 고통을 삼킵니다.
의대 동기생입니다. 그 날 자기는 사정이 있어서 파티에 불참하였습니다. 그런데 친구인 ‘니나’가 동기들에게 당했습니다. 물론 만취 상태였습니다. 신고를 하였고 경찰에 고발도 하고 재판도 진행되었습니다. 모두가 만취 상태였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답니다. 어떻게 모두가 동일한 상태가 될 수 있는가?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자가 술을 과하게 마셨고 태도가 좀 헤프다고 했습니다. 변호사는 적극 가해자 편을 옹호하였고 그 쪽이 다수였으며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여성이 당할 만한 태도를 보여주었다는 말이지요. 소위 남성 그것도 술 취한 남성을 자극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낸 지도 7년입니다. 그 일 후 ‘캐시’도 의대 중퇴를 하고 나왔습니다. 커피숍에서 일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사장 언니와 사이도 좋고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단지 부모님이 늘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습니다.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때의 충격을 쉽게 잊지 못하고 있나보다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도 꽤 지났는데 말입니다. 요즘 들어 종종 집에도 안 들어오고 밤을 지냅니다. 뭔 일이 있는 것인지 차라리 애인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는데 말이지요. 그러다 어느 날 과연 남친을 집으로 데려옵니다. 소아과 의사랍니다. 속된 말로 봉 잡은 것입니다. 사람도 착하게 보이고 훤칠하니 괜찮은 남자입니다. 둘이서 꽤나 좋아하니 다행이다 싶지요. 그렇게 잘 되어 가는가 보다 싶었을 것입니다.
캐시는 한 동안 남자들의 속성을 확인하며 골탕을 먹이는 재미를 가지고 지냈습니다. 왕창 취한 척하면 꼭 가까이 접근하는 남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쉽게 다루어 재미를 보려고 이끌고 갑니다. 다 된 듯한 그 무렵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상대방에게 쳐다보며 물어봅니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지요. 여태 만취되어 이제 내 것이다 싶어서 끝장을 보려는 찰라 눈을 빤히 쳐다보며 대듭니다. 기분이 싹 가실 것입니다. 소위 쉬운 여자로 보았는데 그게 아니더란 말입니다. 여자가 술 취하면 헤픈 사람입니까? 남자는 헤프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자만 헤프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남자는 해당되지 않는 건가요?
당시 한 무리 가운데 있었으면서 나 몰라라 했던 친구들을 찾습니다. 더구나 같은 여자로 두둔해주지는 못할망정 무시하고 친구를 매장시키는 입장에 섰던 친구를 불러냅니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꼬드겨 만취상태로 만듭니다. 깨고 보니 호텔 방에 낯선 남자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 사실을 캐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캐시에게 빌미를 준 셈입니다. 그 상황에 처해보니 옛날 친구 니나의 입장이 상기되겠지요. 친구는 가지고 있던 당시의 비디오를 건네주는 조건으로 마무리합니다. 비디오를 본 캐시는 당시 상황을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그 자리에 지금 남친 ‘라이언’까지 동석하고 있었다니. 관계를 칼 같이 자릅니다.
당시 니나를 범했던 그 작자는 이제 곧 결혼식을 올립니다. 잘 나가는 의사가 되어 앞이 창창합니다. 가만둘 수 없지요. 문제는 이미 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가 세상을 활보하며 잘 살게 둘 수는 없습니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목숨을 겁니다. 그들의 총각파티 장에 치장을 하고 들어섭니다. 남자들이란!! 살인사건까지 덮어버리고 멋진 결혼식이 치러집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기막힌 복수이지만 생명을 걸어야 했다는 점이 마음 아픕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를 빕니다. ^&^
감사합니다
행복한 날들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