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고원길 9구간 운일암반일암 숲길을 걸었다.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 시몬을 보았다.
불꽃처럼 살다 간 전혜린의 우수(憂愁)가 내려앉아 있었다.
노벨상을 탄 한강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머물고 있는 숲이었다.
진안고원길 9구간은 노적봉쉼터에서 주천면사무소까지 8.8km 숲길이다.
주자천변의 숲길을 걷는 길로 진안고원길에서 가장 짧지만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
노적봉쉼터
진안고원길 9구간의 출발지 노적봉쉼터에 도착하였다.
도로테아님과 다니엘님의 그윽한 눈빛이 봄볕처럼 따스하다.
쉼터의 처마 밑에서는 곶감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늘 참가한 회원 44명이 주차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출발하였다.
칠은교
고즈녁한 숲길을 20여 분 걸으면 칠은교 (七隱橋)가 나타난다.
칠은교는 7명의 도인이 은둔하여 인삼씨를 심고 가꾸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 다리가 나오면 '드디어 오르막길로 가야겠구나.' 하는 예고편으로 생각하면 된다.
운일정
가파른 돌계단을 한참 오르니 바위 위에 정자가 보인다.
해발 350m에 자리잡은 운일정(雲日亭)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오로지 하늘과 나무와 오가는 구름만 있어서 운일암이다.
구름다리
북쪽 명덕봉과 남쪽 명도봉을 이어주는 다리다.
허공에 높이 80m, 길이 220m, 폭 1.5m로 설치되었다.
사업비 46억 5천만 원을 들여 2022년 7월 15일에 개통하였다.
출렁다리 입구와 출구에서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이 배치되어있다.
무지개다리
출렁다리에서 내려오면 무지개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의 난간이 7가지의 무지개 색으로 칠해져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편안한 데크길이 나온다.
천변에 자리한 나무데크길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나무들이 아름답다.
운일암반일암
길은 운일암반일암 안에 자리한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운일암반일암은 명덕봉과 명도봉 사이 약 5km에 이르는 계곡을 이르는 말이다.
협곡이 울창한 숲과 산들이 솟아 종일 구름 지나가는 것만 보인다고 하여 운일암(雲日巖)...
하루 중 반나절만 해를 볼 수 있다 하여 반일암(半日巖)이라고 한다.
운일암반일암계곡이 끝나면 편안한 숲길을 걷는다.
구르몽(Remy de Gourmon) 의 시 '낙엽'을 읊조리며 걸어간다.
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날갯소리와 여인의 옷자락 소릴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생태숲체험장과 오토캠핑장을 지나 닥밭골을 향해 간다.
닥밭골
주양교를 건너면 닥밭골 계곡으로 들어선다
골짜기 중간 부채살처럼 퍼진 작은 분지 같은 곳에 요지가 있다고 한다.
지금은 용담댐 도수로 공사 때문에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노오랗게 물든 은행잎을 허공에 뿌리는 여인들이 예쁘다.
점심 식사
닥밭골 깊은 골짜기에서 이른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신부님께서 짊어지고 오신 고량주가 가슴속을 후끈 달구었다.
박 안드레아가 가져온 모주는 여인들의 차지가 되었다.
닥밭골을 나와 노송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임도를 걷는다.
송어횟집
송어횟집이 길손들을 유혹하지만 과감히 뿌리쳤다.
식당 앞에는 많은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가 산뜻하다.
우리는 정방향인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다.
먹고개
725번 지방도를 가로질러 먹고개를 넘는다.
보리밥을 먹던 고개인지, 먹(墨)을 만들던 고개인지....??
주천서원(朱川書院)
주자천변에 홍살문이 보이고, 거기서 20m 안쪽 숲속에 서원이 보인다.
서원은 조선시대 지방의 사립 교육기관이다.
훌륭한 유학자의 제사를 지내고 지역민을 교육하기 위하여 설립하였다.
주자천 (朱子川)
주자천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와룡암으로 간다.
주자천은 운장산에서 발원하여 동북쪽으로 흐르다가 금강(용담댐)으로 합류한다
주잠(朱潛)이란 분이 주천에 다녀갔다는 말이 전해와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주잠은 주자(朱子)의 증손자로 고려에 귀화했다고 전해진다.
와룡암(臥龍庵)
용이 꿈틀거리며 웅크리고 있는 듯한 와룡암 위에 세운 정자이다.
금구당 김중정이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여 세웠다.
아름다운 정자에는 선비의 고뇌가 짙게 배어있다.
바로 옆에 있는 주천서원의 강당 같은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주천초등학교에 주차되어 있는 버스에 올랐다.
주천면(朱川面)은 진안군의 북서부에 위치한다.
주천면의 명칭은 운장산에서 발원한 주자천(朱子川)에서 유래되었다.
감동벼룻길
감동벼룻길을 걷기 위해 감동마을로 이동하였다.
감나무가 많아서 감동(甘洞)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강변의 풍경이 감동적이라 감동(感動)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강(錦江)
금강의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뚜벅뚜벅 들어간다.
벼랑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풍경이 일품이다.
‘벼룻길’이란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구간이다.
벼룻길은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디좁다.
치마바위
강을 향해 치마처럼 넓게 퍼진 치마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감동벼룻길은 용담댐 아래 금강을 따라 2㎞가량 이어지는 길이다.
보통 ‘강이나 바닷가의 위험한 낭떠러지’를 ‘벼루’라고 부른다.
섬바위
벼룻길에서 내려와 야영장을 지나면 섬바위가 나온다.
금강에 섬처럼 둥둥 떠 있는 큰 바위를 말한다.
바위 위에는 천년송으로 불리는 미끈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2019년 핑클이 출연한 JTBC <캠핑클럽> 첫 회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탔다.
용담댐
용담댐 정상에 있는 도보길을 건너간다
용담댐은 금강 상류에 2001년에 완공한 다목적댐이다.
총 저수량은 8억 1500만t이라고 한다.
소양강댐·충주댐·대청댐·안동댐에 이어 국내 5번째 규모라고 한다.
용담댐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가을로 가득 채워졌다.
근래에 새로운 조각 작품이 들어섰다.
유리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작가 이름을 찾지 못했다.
길 양쪽으로는 이웅휘 작가의 조각품이 수십 점 설치되어 있다.
이웅휘 작가는 귀농인 환경 작가로 알려져 있다.
용담면에서 '청산에 살어리랏다'라는 커피숍을 운영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