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은신처, 백아산(白鵝山)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뽐내는 절터바위와 하늘다리.
화순 백아산(810m)은 수직 암봉으로 험준한 천연 요새다. 지리산, 광양 백운산과 함께 과거 빨치산이
은거했던 대표적인 산이다. 이곳은 무등산과 화학산, 회문산, 지리산을 잇는 전략적인 길목이다.
지리산 노고단 남부군 사령부까지 직선거리로 18km, 전북도당이 있는 순창 회문산까지는
22km 거리라 중간기지 역할을 했다. 백아산은 계곡마다 은폐·엄폐 가능한 바위가 많다.
깎아지른 수직 암봉들은 접근조차 쉽지 않지만 산 위에서는 사방으로 경계가 수월한 천혜의 요새다.
백아산에는 수십 명이 거뜬하게 은신하기 좋은 바위굴이 많다.
마당바위는 피로 쓴 역사의 현장!
토벌대와 빨치산의 혈전으로 많은 희생자들이 생긴 이곳엔 지금도 녹슨 탄피들이 발견되곤 한다.
마당바위 아래쪽 약수터 계곡에는 키가 3m 넘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5월이면 철쭉이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그 즈음에 ‘백아산 철쭉제 및 6·25 희생자 위령제’를 지낸다.
대패로 밀어 놓은 듯한 마당바위는 사방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백아산은 멀리서 보면 하얀 거위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 닮았다 해서 흰 백(白) 거위 아(鵝) 자를 쓴다.
백아산의 암질은 석회암이 주류를 이룬다. 석회암은 불순물의 함유에 따라 갈색, 홍색을 띠기도 하지만
백아산의 바위는 유난히 밝은 흰색이다. 석회암지대는 땅이 비옥하면서도 물이 잘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밭작물이 잘되지만 반대로 논농사는 어렵다. 석회암지대에는
물에 잘 녹는 석회암의 성질 때문에 필연적으로 동굴이 존재한다.
백아산에는 두 개의 천연동굴이 있다. 휴양림 입구 쪽에 있는 자연동굴(아천동굴)은 전라남도 유일의
석회암 동굴이다. 생성은 2억 년으로 추정되며 1.5km에 이르는 동굴 내부에는 높이 5m의 지하폭포와
호수가 있다. 현재는 종유석과 석순 보호를 위해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며, 전라남도 기념물 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문바위 아래쪽에도 휴양림 방향, 산 중턱에 임시 사령부가 있었다는 ‘동화석굴’이 있다.
백아산 정상,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모두 세월에 묻혀 있다.
들머리는 크게 두 곳이다. 원리에서 출발하면 솔숲 따라 완만하게 2.5km 지점에 있는 하늘다리까지
갈 수 있다. 백아산 관광목장에서 출발하면 하늘다리까지는 2.0km, 경사가 심하지만 볼거리가 많다.
연리목을 비롯해 빨치산 비트, 각시바위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금을 캐던 동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백아산에는 석회암 외에도 반짝거리는 석영암 또한 많이 보인다.
금은 석영을 함유한 암석에서 많이 난다. 백아산은 광물의 보고일 수 있다는
지질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천불봉과 씨름하고 있는 노송.
빼어난 풍광, 골짜기마다 잊혀진 이야기
백아산은 절터바위, 마당바위 주변에 암릉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다. 상어 이빨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는 암봉들이 뭉쳐 있는 형태다. 2013년 12월에 66m 길이의 하늘다리와 데크길을
설치함으로써 절터바위, 마당바위 일대의 빼어난 암릉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늘다리는 짧은 편이지만 교폭이 좁고 허공에 떠 있는 형태여서 공포감이 상당하다.
마당바위는 사방이 낭떠러지인 암벽 위에 있는 평평하고 넓은 잔디밭이다. 정상 직전에 있는 천불봉은
마당바위 능선과 쌍벽을 이루는 암릉 줄기다. 백아산 정상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바위들로 탑을
쌓은 망루와 같다. 동쪽으로 지리산 만복대와 노고단, 남쪽으로 봉두산과 모후산, 서쪽으로 무등산,
천봉산, 북쪽으로 산성산, 병풍산 등 호남정맥의 기라성 같은 연봉들까지 사방으로 조망된다.
정상에서 0.9km 지점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50여 m 떨어진 곳에 문바위가 있다.
전망대데크로 가는 길 주변에는 오리바위, 물개바위, 거북바위 등 다양한 표정을 가진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등산로 바닥엔 크고 작은 잡석들이 많아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철쭉 군락지, 마당바위 아래에 있다.
전망대데크에서 지리산으로 힘차게 뻗어 있는 하늘금을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하산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13호 산막길 방향을 택하면 휴양림까지 2.0km,
암릉 조망이 좋다. 왼쪽 1호 산막길은 0.9km. 두 방향 모두 내리막이 매우 가파르다.
1997년에 개장한 백아산자연휴양림은 세월만큼 울창한 숲과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휴양림 중에 관리가 제일 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잘 가꾸어진 곳이다.
지역 산꾼들이 백아산 산행 후에 반드시 찾는 ‘백아산 생막걸리’ 공장이 백아산관광목장 입구에 있다.
백아산의 맑은 물로 빚는 백아산 생막걸리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막 걸러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로 나눈다. 생막걸리는 살균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 있다. 생산한 지 3~5일 되었을 때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0일까지 가능하다. 살균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없다. 장기간 보존 유통이 가능하다.
약수터에서 올려다본 하늘다리.
산행길잡이
•원리-백아산관광목장 갈림길-암릉-하늘다리-마당바위-철쭉군락지(약수터)-천불봉-백아산-
산불감시초소(문바위삼거리)-전망데크-갈림길-자연휴양림(7.5km 3시간 50분)
•백아산관광목장-각시바위-금광굴-암릉-하늘다리-마당바위-철쭉군락지(약수터)-천불봉-백아산-
산불감시초소(문바위삼거리)-전망데크-갈림길-자연휴양림(7.3km 3시간 40분)
교통(지역번호 061)
광주 광천터미널 또는 문화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화순 이천리 방면 시외버스 이용, 요금은 4,100원.
광천터미널에서는 06:05, 07:45, 09:35, 11:05, 16:45, 18:50 출발한다. 백아산휴양림으로 하산했을 때는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오래 전 운행했던 마을버스는 현재 운행하지 않고, 백아면 개인택시(010-6239-1300)
1대가 운행한다. 백아산휴양림에서 원리마을까지는 포장도로로 12km 거리, 택시요금 2만 원이다.
산행 글 길잡이 /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 고문
- 월간 ‘산’ 3월호에서 -
무등산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에서 잠시 벗어나 솟아 있다. 가까운 서쪽의 무등산과 멀리 동쪽의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될 만큼 시야가 트여 있다. 산이 석회석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흰 거위떼를 보는 듯하여 백아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큰 규모가 아니나 산릉이 흰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소나무 숲길과 산죽나무 길을 따라
산행하는 중 볼거리가 많다. 마당바위 부근과 남쪽 능선의 암릉이 대표적이며 철쭉 군락지도 있다.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잇는 요충지라 한국 전쟁 중 조선인민유격대가 진지를 세우고
병기공장을 지어 은거했다. 유격대가 천연 초소격으로 이용했던 마당바위 등 백아산 일대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가까운 거리에 화순온천이 있고 썰매장 등을 갖추어 일대가 광주광역시의 배후 휴양지로 이용된다.
백아산 자락에는 친환경 농업으로 재배한 토산품인 불미나리 인진쑥즙 생산지가 있다. <위키백과에서>
“산으로 간 거위들을 본 적이 있나요. 그것도 목 길게 뽑아 가슴죽지로 퍼득이며 무리지어 산으로 올라가는
거위 말입니다. 본 적이 없다면 전남 화순으로 가보세요. 떼를 지어 하늘호수로 풍덩풍덩 빠지는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요즈음은 함박눈까지 뒤집어써서 더욱 하얘진 모습이 쪽빛 하늘호수와 대비돼 더더욱 싱그럽습니다.”
산은 그러나 아픔도 간직하고 있었다. 6·25 당시에는 사단급 규모인 빨치산 전남지역 총사령부가 주둔했었다.
당연히 피아간에 교전이 잦았고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씩 발견되는
유물은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한다. <부산일보에서>
백아산은 날씨가 좋은 날 올라야 할 산이라고. 넓은 산꼭대기는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터졌지만 바람이 불면 내 몸을 감출 곳이 없어서란다. 옛날 빨치산들도 하늘에서 쏘아대는
공군기의 사격에 피할 곳이 없어 한 많은 청춘들을 손 놓아 울고, 서럽게 울었다 하데.
마당바위와 절터바위 절벽 사이에 매어놓은‘하늘다리’는 홀라당 벗겨진 누구처럼 허공에
노출되어 있어 바람 불고 천둥치면 그저 무섭기만 하다네. 튼튼하겠지만 돌풍이라도 불면
세월호가 따로 있냐. 이왕이면 날씨가 좋은 날 오르라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마당바위는 반란군 1개 중대 병력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등 머물 수 있을 정도의
숨겨진 장소였다. 그래서 오, 박 등 지식층 빨치산들도 국군과 대치하며 지내던 주둔지였다.
지리산 노고단과 무등산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로 산세가 험해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으며
거기에다 무등산, 모후산, 지리산 등 주변을 관측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하늘다리’에서 김일성의 지원을 손곱아 기다리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하늘나라로
영원히 떠나간 넋들의 한을 기리는 의미로 오늘 산행코스로 잡았다는 것 아닌가. <백운 산행기에서>
백아산에서 본 무등산
2014년 5월 9일 산행하며 촬영한 백아산 전경
20억원을 들여 만든 출렁다리
잘 난 친구들아! 그저 건강하거라... 마당바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