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훈익 울산과학대학 공간디자인학부 교수
원형 보존하면서 경관가치 한단계 끌어올려야
달천철장·가재골 유적 등 역사경관자원 가치 높아… 도심숲, 공원화 검토해야
북구 농소지역은 울산 북부권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최근 급속한 도시화로 과거의 정겨운 시골 풍경이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급속한 도시화에 비해 도시기반시설은 아직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많이 유입됐지만 공원을 비롯한 주민편의시설은 타 지역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흔히 '울산 북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관련 산업단지들이 위치한 곳'이라는 이미지다. 그것이 곧 북구의 산업경관적 요소인 셈이다. 북구 농소지역은 거기에 더해 역사문화경관 또한 우수하고 풍부하다.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산업경관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경관적인 요소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산과 강, 하천 등의 경관이 우수한 자연산림경관, 각종 사적 및 문화재 등이 우수한 경관요소로 작용하는 역사문화경관, 울산미포산업단지나 온산국가산업단지 등과 같은 산업자원이 경관요소로 작용하는 산업지역경관 등 여러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최근 마련한 울산시의 경관계획에서는 경관자원을 8가지로 분류해놓았다. 자연산림경관, 농산어촌경관, 시가지경관, 도시기반시설경관, 역사문화경관, 지역상징경관, 산업지역경관, 관문지역경관 등이다. 이번 농소지역 탐방은 그 가운데 역사문화경관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 ▲ 토양복원이 끝나 마치 거대한 구릉처럼 보이는 울산 북구 달천철장 유적. 우리나라 철기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단히 가치있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 장훈익 교수 제공
◆대표 유적 달천철장 안내판 부족
농소지역을 탐방하면서 가장 주의깊게 살펴본 것은 어떤 경관 요소를 개선하면 도시디자인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 지역은 도농(都農)복합지역이어서 늘어선 공동주택들과 함께 그 주변으로 논밭을 비롯한 자연산림경관이 산재해있다. 또한 과거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역사문화경관이 매우 우수한 곳이다. 특히 달천철장(達川鐵場)은 우리나라 철기문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단히 가치 있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달천철장 유적이 아쉽게도 과거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복토해버려 현재는 거대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개발하면서 발견된 토양 속 비소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밝혀지자 토양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더불어 아쉬운 점은 달천철장을 알리는 제대로 된 안내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달천 아이파크1차 아파트 건너편 버스승강장 부근에 달천철장이 문화유적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하나 설치돼 있을 뿐이다. 달천철장의 면적이 약 6만8000㎡(약 2만평)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인색한 홍보다. 아진1로와 가재길이 만나는 농협천곡지점 건너편 모퉁이와 달천아이파크2차 건너편 모퉁이 등 최소 2곳에라도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문자 위주의 안내가 아니라 과거 달천철장의 모습과 발굴과정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안내판이 되어야 하겠다.
- ▲ 문화재 발굴조사 후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북구 천곡동 가재골 유적IV. 청동기 시대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유적으로 꼽힌다. / 장훈익 교수 제공
달천철장을 탐방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도시디자인 측면에서 달천철장 유적을 계속 이 같은 상태로 방치해두어도 좋은가?'하는 점이었다. 현재는 유해금속인 비소 유출의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당장 공원과 같은 시설을 조성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백년대계를 생각해 볼 때 이곳을 도심 숲으로 조성해 역사문화경관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도심 숲 조성사업은 대기질 향상뿐만 아니라 도시경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필자는 2002년 독일 베를린을 방문하였을 때 티어가르텐(Tiergarten)이라는 도심 속 숲을 방문하고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숲은 18세기 초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2차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부분이 훼손됐고, 1945∼1946년 사이에는 나무들이 땔감으로 사용되면서 숲이 크게 망가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1949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통해 현재는 길이 3km, 폭 1km에 이르는 대규모 숲이 조성됐다. 이렇게 조성된 숲의 전체면적이 약 220ha(약 66만평)라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이처럼 달천철장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숲으로 조성한다면 향후 역사문화공원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향후 건립 예정인 달천철장 전시관과 매년 개최되는 쇠부리축제 등과 연계한다면 북구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다.
◆천곡동 가재골 유적IV도 공원화
농소지역의 또 다른 역사문화유적으로 삼성코아루1차아파트와 상안초등학교 사이 천곡동 가재골 유적IV 지역이 있다. 이곳도 과거 청동기 시대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유적이다. 현재 이 유적은 2008년 유물 발굴 작업이 끝나고 문화재 원형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체 유적의 면적은 9028㎡(약 2730평)로 적지 않은 면적이다. 유적의 일부지역은 도로로 편입돼 남아 있는 부지는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재는 어떤 개발행위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문화재 발굴이 이미 끝난 지역으로 현재처럼 그냥 보존만 하는 형태로 남겨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이 유적에서 발굴된 주거지를 일부 복원한다든지 해서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과거 울주군 범서읍 구영지구 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선사유적이 발굴되자 이 유적들을 모아 구영 선사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선사유적 체험공간으로 만든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철제 담장으로 울타리를 치고 풀만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은 도시디자인 측면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농소 지역의 경우 우수한 역사문화경관이 주거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데도 시민들이 그 존재가치를 제대로 느끼거나 체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요인으로 인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렇더라도 선조들의 문화유산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괴리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화유산의 원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도시디자인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묘안을 지금부터라도 다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