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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님
1월 29일
892회 불법사드철거 김천평화촛불집회
설 연휴 내내 추웠다. 앞 베란다에 있는 수도가 얼어 물이 나오지 않고 뒷 베란다 수도엔 물이 내리다 고드름이 생길 정도였으니. 밖에 내놓은 건 깡깡 얼어 있는 것이 정말 몇십 년만에 추운 경험이었다.
이윽고 집회가 시작되자 사회로 나온 장재호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사무국장도 추위 얘기로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온도가 올라간 것 같다면서 “이제 추운 겨울도 서서히 물러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고, 그래도 아직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로 시작했다.
982회 김천평화촛불집회는 이렇게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싸우다 먼저 가신 분들, 조영삼 열사, 김판태 동지, 조현철 동지를 생각하는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으로 열었다.
사드는 침략이다!
불법사드 철거하라!
박태정 공동위원장의 여는 발언. 설을 보낸 만큼 새해 인사와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셨다.
“오늘 그래도 날씨가 상당히 푹(따뜻)합니다. 이 추운 날씨에도 이 자리에 나오신 것은 여러분이나 저나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촛불을 드는 그런 시간입니다. 누가 뭐라 하든지 평화를 원하시죠.”
그러면서 전쟁으로 수 많은 젊은이들이 죽고 그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느끼고 불행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땅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심을 개탄했다.
“절대 권력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이 땅에 평화를 위해서 항상 같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아무튼 지금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 정말로 한 70여 년 동안 볼찍에(보매) 세계는 하나다 해서 정말로 잘 지내온 것으로 생각하는데 지금 앞으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기운이 자꾸 흐르고 있습니다.
세계를 신냉전 세대로 편을 짜고 있는데 편을 짜면 싸우자는 이야기거든요.
깡패도 편을 짜면 싸우는데 인류가 편을 짜면 분명히 한판 하자는 이야기인데 한판 하자 하는 건 다 공멸하자는 이야기인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분 추운따나 참고 이 땅의 평화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같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계시는 노곡리 이장님. 7년 동안 누구보다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인데 올해도 우리 위원장님의 고통은 끝나지 않으려나 보다.
장재호 사회자의 말.
“사드로 인해서 동북아 지역에서 군비 경쟁이 가속화 될 거다 이런 우려를 많이 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작년에 터짐으로 인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군비를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일본을 무장시키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같고, 거기에 또 한국이 덩달아서 한미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 이런 것들이 많이 우려가 되는 그런 시국입니다.
이 형국에 우리의 작은 외침이 조금이나마 평화의 물길로 방향을 틀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한 움직임이 세계의 많은 곳에서 함께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져 봅니다.”
소성리에 항상 든든한 버팀목으로 평화지킴이 활동을 함께 하는 강현욱 원불교 교무.
“윤석열 정부가 탄생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국민들을 정말 전쟁의 한가운데로 몰아넣고 있는 실질적 물리적 전쟁 상태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전쟁의 한가운데로 몰아넣고 있는 이상 행보를 겪으면서 도대체 이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자유’. 연설을 할 때마다 수십 번 자유라는 단어를 들먹이면서 전사처럼 말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를 특히 검찰 독재를 위해서 모든 힘을 다하고 있는 또 탄생의 목적 자체가 검찰 독재를 위해서 탄생하고 있다 하는 것을 말로서가 아니라 우리 직접 그것을 목도하고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기업이 활동할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자유는 그들만의 자유였습니다.(맞습니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고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될 것입니다. 기업인들에게 기업할 자유가 있다고 하면 노동자들에게도 안정적으로 노동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권력자들로부터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바로 이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을 우리 인류 사회가 역사를 통해서 길러왔던 거죠.
노동자들은 권력자들로부터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조합을 통해 헌법으로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쟁취 보장을 받고서 노동조합을 할 자유가 있는데 이 정부는 낡디 낡은 국가보안법을 통해서 노동자들을 탄압을 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자유라고 하는 키워드는 원불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원불교 3대 종법사이신 대산종사님께서는 대자유를 이야기했다. 자유의 반대말은 구속 혹은 간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빼앗긴 상태를 노예 상태라고 한다.
특히 무엇으로부터 자유를 빼앗긴 것이냐? 바로 이 욕망으로 자신의 삶을, 삶의 자유를 빼앗긴 그 상태를 노예상태로, 욕망과 욕심으로부터의 자유가 불법에서 원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를 욕망의 노예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원불교에서는 바로 그것을 물질이라고 합니다. 근대 이후 인간의 욕망을 자극해 왔던 물질의 발달이 바로 인간의 삶을 노예 상태로 만들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런 물질을 대표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자본 아니겠습니까? 또한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이 욕망으로 대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권력과 자본이라고 하는 욕망이 바로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대표적인 수단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자유가 바로 그 기저에 바로 이 권력욕, 돈에 대한 욕심이 기반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유가 얼마나 편협하고 그리고 왜곡되어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검찰 권력을 독점해서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바로 이 윤석열 정부의 민낯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독재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유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바로 이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 것인데 이 대자유와 함께 가야 되는 것이 바로 보은입니다. 대합력 대보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욕망을 추구해서 나의 자유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아서 나의 왜곡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자유와 함께 대합력 나 이외의 모든 것들과 함께 협력하고 함께 살아가고 그와 함께 서로의 삶이 서로에게 은혜가 되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자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죠.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소성리에서 김천에서 성주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왜곡된 자유가 아니라 내 삶을 온전하게 나의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해 왔습니다. 내 마을에서 내 가족과 함께 내 친구들과 함께 누군가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내 삶의 1시간이라도 온전하게 편안하게 밥 한 끼 먹을 수 있고 담소 나눌 수 있는 바로 그러한 자유를 빼앗겼기 때문에 우리가 지난 7년 동안 싸워왔던 것 아니겠습니까?(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윤석열 정부가 자신이 자유에 대한 수호자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우리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맞습니다!)
자유는 자유만 이야기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고 합력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자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 앞으로도 4년 동안 끊임없이 자유를 이야기하겠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그것을 자유라고 여기겠습니까?
1년조차 되지 않은 정말 암담한 상황이지만 우리 인류 역사가 바로 개인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이 자유를 위해서 달려왔던 만큼 우리가 이 투쟁을 통해서 진정한 자유를, 인간 개개인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그리고 민주적인 함께 살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 끊임없이 이 자리를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추운 가운데 우리 함께 서로의 온기를 느끼면서 온기에 의지해서 우리의 삶을 위해서 투쟁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석민 대책위 자문위원의 발언. 그도 날씨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올해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하고 겹친 설이 제일 추웠던 것 같았다고, 그러면서 2월 4일이 24절기의 첫 절기인 입춘이라 했다. 봄이 오고 있다고, 새로운 기운으로 올해 사드 뽑는 한 해 건강하게 맞이했으면 좋겠단다.
“오늘 박태정 이장님 말씀대로 국가끼리 패거리를 짓고 싸움을 시작하면 인류가 공멸이에요.
정말 중요한 말씀이에요. 그래서 냉전 체제가 해체된 1990년부터 한국 사회에서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의 변화가 있었던 중요한 사건들을 쭉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최근에 민주노총 탄압하는 거 보셨죠?(예!) 작년에 화물연대 파업을 짓밟고 그걸로 지지율 상승하는 맛 좀 보더니 대대적으로 민주노총 탄압을 했어요.
특히 간부 한 명이 북과 만났다고 해묵은 국가보안법을 내세워서 탄압을 하는데, 저는 개인 한 명을 압수수색하는데 그렇게 하는 걸 처음 봤어요. 보통은 개인 집에 오고 많이 가면 봉고차 한 대 가요. 근데 이건 뭐 경찰부터 다 동원해서 꼴랑 간부 한 명 책상 뒤지고 그러고 간 거예요.
윤석열 정부가 국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두 가지로 가늠할 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는 사드를 중심으로 평화 정책을 어떻게 할 거냐? 또 하나는 노동 정책을 어떻게 할 거냐? 이게 이제 가늠자가 될 거다 이렇게 말씀드린 바 있잖아요.”
아까까지 하늘에 반달이 떠 있었는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얘기해요. 지금 시대를 특정하는 표현이 또 따로 있는데 신자유주의라고 얘기합니다. 새로운 신, 인류가 추구해왔던 자유 - 물론 윤석열이 얘기하는 자유하고 다르지만 - 합성어인데 이게 노동자에겐 고통으로 와요.
이게 도대체 뭘까 이런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이 체제가 구체화되고 특정되고 이랬던 건 사실은 97년 imf 때가 증폭되게 됐던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았다.
요즘 거의 매일 100개 이상의 기업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서 쓰러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한보 철강이 오늘 끝내 부도로 쓰러졌습니다.
우리나라 제빵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삼립식품이 자금난으로 끝내 부도를 내고 법정 관리를 신청했습니다.
재계 서열 8위인 기아그룹이 부도 방지 협약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사실상의 부도인 셈인데 십대 재벌도 안심할 수 없다는 항간의 얘기가 현실로 드러나 충격은 더합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고려증권이 오늘 부도를 냈습니다.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신화가 무너졌습니다.
쌍방울 개발과 주식회사 쌍방울이 최종 부도 처리됐습니다.
해태그룹이 오늘 끝내 부도를 냈습니다.
재계 순위 25위인 뉴코아 그룹이 화의 신청을 한 데 이어 오늘 최종 부도가 났습니다.
기업들이 연쇄 부도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어제 고려증권에 이어서 오늘은 재계 12위인 한라그룹이 부도를 냈습니다.
imf의 긴급 자금 지원을 위한 협상이 최종 타결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오백오십억 달러를 지원받게 됐지만 우리 경제는 사실상 아이엠에프의 법정 관리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가히 국치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장면들이 나왔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과연 어떤 대책이 있겠습니까?”하는 재정국 차관과 “지금 나라 경제가 위험하다는 경보를 울려야죠.” 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그는 국민이 알아야 하다고 주장했다.
“그놈의 알 권리가 지금 뭐가 그렇게 중요합니까? 대안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imf로 가면 됩니다.”
“imf는 은행이 아닙니다.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한국 경제에 무리한 조건을 걸 거고 경제 주권자체를 아이엠에프에 넘겨줄 수도 있어요.”
“돈은 어떻게든 갚을 수 있어. 금방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근데 난 이 기회를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변하는 순간이야. 이건 그냥 외환위기가 아니라고. 노동조합 새끼들 틈만 나면 징징거리고 허구헌 날 파업이나 하고 X발 그런 나라를 한 방에 바꿀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든다고.”
imf 체제 하에서 임금이 15% 삭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는 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쳤습니다.
사측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만 더 부유해질 세상, 해고가 쉬워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세상, 아이엠에프가 만들어낼 그런 세상으로 가서는 안돼!” 하는 절규.
1997년 12월 3일 한국은 imf 협상안에 최종 서명합니다.
새삼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우리 정부는 그 파탄을 국민들이 너무 일찍 삼페인을 터뜨려서 흥청망청 써서 온 것인양 우리 기억을 왜곡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안다. 위기를 불러왔고, 그 책임을 져야 할 재벌들이 오히려 최대 수혜자로 자신들의 왕국을 더 단단히 했다는 걸. 그들의 더 큰 부와 권력에는 밟힌 자들의 피눈물이 어려 있다는 것을.
그로부터 세상은 얼마나 바뀌었는가? 언젠가 어느 강의에서 그랬다.
“사람들은 잊고 있는데 예전에 우린 대다수 정규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중요한 구호가 되었다. 수많은 정규직 젊은이들과 정규직을 꿈꾸며 공부하던 젊은이들은 이 구호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저항하고 있는 세상, 그래 그때를 잊은 오늘의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씩 뿌리던 눈이 펑펑 내렸다. 소성리 어머니들이나 여러분이 재를 넘어가시는데 사고의 위험도 있고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부득이 집회를 단축하고 구호로 마무리했다.
사드는 침략이다!
불법 사드 철거하라!
사드 뽑고 평화 심자 투쟁!
다음 주 일요일 다시 이 광장에서 촛불을 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