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천신공입니다.
저의 첫 직장은 (주)대우였습니다. (주)대우는 서울역 앞 대우그룹 건물에 있었지만, 제가 입사하자마자 근무한 곳은 (주)대우부산공장이었습니다. 김우중 회장의 평가는 따로 하지 않고, 다만 저는 김회장의 바둑 면에서만 얘기하려 합니다.
제가 아는 김회장은 바둑과 축구를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그에 걸맞게 한국기원총재, 대한축구협회회장도 역임한 바 있습니다.
김회장이 한국기원총재시절 프로기사들의 처우개선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프로기사들을 기업체 지도사범으로 많이 위촉했고, 대우그룹 수 많은 계열사들은 프로기사들을 거의 지도사범을 두고 있었습니다.
또, 대우그룹 자체적으로 1년에 한 번 가을쯤에 '회장배쟁탈 대우가족 바둑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제가 재직하던 회사에는 김일환 사범님(당시6단, 현 9단)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근데 별로 활동이 없으시고, 대회 2-3일전에 오셔서 출전선수들과 다면기 한 두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재직중이던 회사 대표로 약 3년간 세차례 출전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었는데, 개인전 선수가 대체로 단체전에도 출전했습니다. 단체전은 계열사별로 3명1조로 해서 최대 2개조까지 출전가능했습니다. 제가 몸담은 회사도 3명1조로 하여 출전했습니다.
대회는 보통 주말부터 다음주 월요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대우 본사 건물 6층에 구내식당이 있었습니다. 바둑대회가 개최되는 날에는 식당 테이블 위에 수많은 바둑판과 바둑알이 놓여 있고, 한쪽에는 대진표가 붙어져 있는 대회장으로 변했습니다.
놀라운 건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시던 유창혁, 양재호, 서능욱 등 프로사범님들이 거의 총출동하셔서 대회 진행을 하셨던 점입니다. 서능욱 사범님은 대우그룹 본사의 (주)대우 사범이셨는데 무척 열성적이셔서 매주 토요일 대우 본사에 오셔서 강의를 하셨습니다. 저도 88년 본사발령받은 후에 몇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무척 유익했습니다.
3년간 단체전은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고, 개인전은 32강에 2번, 16강에 1번 들었습니다. 마지막 대회 16강에서 당시 대우조선 선수(그 선수 이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음)에게 졌는데, 그 선수는 계속 이겨 그 대회에서 개인전 준우승을 했습니다.
지금은 세계 대회가 많아졌지만, 그 대회는 초일류기사들의 전유물이고, 국내기전은 훨씬 줄어든 상태입니다. 당시에는 신문마다 바둑기전이 하나씩 있다시피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죠. 성적을 내지 못해 바둑리그에서 활약하지 않는 기사들이 훨씬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성적을 내고 바둑뉴스에 등장하는 사범님들보다 그렇지 못한 사범님들의 근황이 더 궁굼합니다.
예전처럼 프로기사들의 기업체 지도사범 위촉을 활성화 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첫댓글 바둑은 낭만인데, 낭만이 사라진 시대.
맞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90년대에는 지도사범이 위촉되고, 고위직이 관심을 가지면서 사장배 바둑대회가 열리곤 했는데, IMF 금융위기를 거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회사분위기도 변하고, 바둑을 적극적으로
두는 사람들이 사라져 갑니다. 아마도 인터넷 바둑의 활성화도 한몫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최근 유명무실해진 회사기우회를 재건중에 있는데, 그 또한 호응세력의 결집력이 사라진 것을 느낍니다. 과거 오프라인 바둑을
즐기던 세대의 은퇴도 한몫 한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온라인 위주로 불을 지피고 있긴 합니다만, 우리의 귀중한 가치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기업체 지도사범 위촉을 통해 기사들의 수입도 보장하면서 바둑문화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중앙일보 회장 출신이 한국기원 이사장이 되었고, 박치문 바둑전문기자분도 같이 바둑행정에
참여하셨으니 아마추어 바둑을 활성화하기 위한 거시적 안목의 전략적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 아직은 아직 아무런 나비의 날개짓도 못느끼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한국기원의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여 상부에도 전달하는 루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직장인 바둑대회가 다수 생겨나는 것도 직장바둑의 활성화에 한몫 하리라 생각되네요. (현재는 BASS배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아마추어 대회가 많이 활성화되어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길..
직장바둑 활성화 외에도 최근에 약간 생겨나긴 했지만 골프처럼 Senior 그룹은 별도로 많은 대회를 개최하면 좋을 듯합니다. 본격기전과는 상금 차이 나겠지만 그래도 기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오래도록 기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프로기사들이 바둑 외에 도박 같은 걸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