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1,26-38
먼저 믿어라
믿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확인한 후 그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보지 않고도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믿기 위해 아는 것이 인간적이라면, 알기 위해 믿는 것은 신성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마태11,6).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 29).
성경을 보면, 즈카르야는 분향 제단에서 천사를 만나게 되는데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즈카르야는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루카1,18) 하고
그 메시지가 참되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징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인생의 경험상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니 웃기는 소리하지 마시오’라는 마음이 거기 있었습니다.
결국은 메시지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벙어리로 지내야 하였고, 비로소 믿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천사를 만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는
인사말을 듣게 되었는데 몹시 놀라면서도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하느님의 은총은 나의 공로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은총을 주시고, 은총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마리아의 질문은 곧 어떻게 해서 처녀가 어머니가 될 수 있단 말인가?’하는 우리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천사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1,37).
믿음은 불가능한 일이 없는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 하고 순종했습니다.
우리는 먼저 믿고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믿으면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의 능력을 보게 됩니다.
기적이나 표징을 요구하지 말고 먼저 믿으면, 애당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 안에서 더욱 빛나게 됩니다.
마리아의 대답은 바로 목숨을 내놓는 기도였습니다.
당시 시대 상황으로써는 처녀가 임신을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지만 당신의 일을 인간과 더불어, 인간을 도구 삼아 하십니다.
인간의 자발적인 협력안에서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의 은총과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의 믿음 안에서 이루어진 열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의 믿음에 따르는 순명을 통하여 예수님을 낳아드려야 할 때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만큼 우리의 믿음이 더해지길 희망하며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당신의 뜻이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