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노인 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 바둑강좌’를 처 음시작한 게 2008년 6월이고, 문화센터에서 ‘성인바둑강좌’를 진행한 게 2008년 7월이다.
그러니까, 토끼해인 올해는, 두 프로그램이 똑같이 15회 생일을 맞는 셈이다.
江山이, 한번하고도 반이나 변하는 동안, 어르신 바둑 강좌와 성인바둑강좌를 줄기차게 이어오고 있다는 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삼 년, 진행하다 없어진 바둑강좌를 수없이 보아온 터라, 이리도 오래도록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다는 것은 필자 자신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분기(3개월)마다, 새로 들어오는 회원보다 그만 두는 회원이 많 다면, 의기소침 되어 가라앉기 마련이고, 드디 어 마침내 강좌는 폐강이라는 종말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어느 기관이, 10명도 안 되는 회원을 계속 전기, 냉난방에 교실을 무작정 제공해 줄 것인가. 그러므로, 한번 강좌에 인연이 된 회원들이 조금 다니다 마는 게 아니라 5년, 10년 이상을 다니게 만들 다 보면 기본적인 회원은 고정되게 마련이다.
바둑강사는, 강의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지만, 더하여 회원 들에게 뭔가를 심어 주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추어야 장수할 수 있다.
강의가, 재미있게(유머도 준비) 흘러가는 사이 실력향상 도 시켜줘야 하고, 회원들과 원활한 소통에다 끈끈한 동아리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고, 조금 일찍 출근하여 전기불 켜 놓고 난방 올려놓은 다음 바둑판까지 깔아놓 는 성실함이 더해진다면, 그런 강사를 오래도 록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일 게다. 하여, 두 프로그램이 15년이나 꾸준하게 강의할 기 회가 필자에게 주어졌으니, 바둑강사로서 크 나큰 자부심이겠다.
15년 동안, 바둑강좌를 진행하면서 느낀 바는, 가끔 ‘서 서 바둑 두는 회원’ 들을 보게 된다.
앉아 두면, 다리도 안 아프고 편할 텐데, 굳이 서서 둘게 뭐람.
문화센터 탁자는, 기원탁자처럼 바둑 두기 딱 맞게 설정돼 있 지 않고 약간 기울어져 있다.
그 까닭은, 고사 성어나, 영어 등의 학습은 책상이 비스 듬해야 교재 놓기에 안성맞춤이다.
여러 과목이, 교실을 같이 써야하기 때문에 바둑 두기에 약간 불편해서인지, 자연스레 서서 바둑 두 는 회원들이 생기게 되었다.
바둑 둘, 기회만 주어지면 천국이지, 환경을 탓할 수 없다는 회원들의 열정은 꺾을 수 없으리라.
‘서서 바둑, 두는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가 장 아름답고 위대하다.
비틀거리고, 절뚝거리다가 대마하나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갈색 추억은 저장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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