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라마다 전쟁, 경제 대공황 등 여러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굶주림’이 큰 문제가 되었다.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식욕을 해결할 도리가 없어 많은 이들이 굶어 죽은 것이다. 각 나라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으로 나름의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각국의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 나라별 ‘가난’을 상징하는 음식들
1. 영국의 ‘포리지’
포리지는 오트밀(귀리)에 우유나 물을 부어 걸쭉하게 죽처럼 끓인 음식이다. 지금은 건강식이나 간편식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원래는 가난한 농민과 서민들이 먹을 것이 없을 때 굶어 죽지 않게 먹는 서민 음식이었다.
중세 유럽 초기에는 농업이 발달하지 않아, 밀 수확량 대부분을 영주에게 세금으로 바치고 다음 농사를 위한 종자를 갈무리하면 남은 밀만으로는 겨울을 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귀리에 우유 등을 섞어 죽을 끓여 먹었던 것이었다. 과거의 오트밀은 껍질이 질기고 섬유질이 풍부한 탓에 제분이 잘 되지 못해 식감이 좋지 못했고, 소화도 어려웠다.
오늘날까지도 영국에서는 포리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잔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옥 가는 것을 은유하고자 ‘콩밥 먹는다’는 말을 쓰는데, 영국인들은 ‘do porridge(‘포리지’ 하다)’라는 관용구를 옥살이한다는 뜻의 은어로 사용하고 있다.
2. 독일의 ‘힌덴부르크 빵’
명칭은 ‘힌덴부르크 빵’이지만, 사실 이는 빵이 아니다. ‘루타바가’라는 순무를 말리고 갈아서 뭉친 후, 빵처럼 보이게 가열한 음식인 것이다. 1916년 독일은 심각한 흉년에 접어들었는데, 이때 생명력이 강한 순무만이 살아남았고 독일의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사실 순무는 독일에서 가축사료로 사용되어져 왔었다. 매일 같이 순무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만 했던 독일군들은 당시 독일군 총참모장 ‘힌덴부르크’의 이름을 넣어 빵처럼 보이게 만든 순무를 조롱하곤 했다.
1차 세계대전 중 독일 병사와 민간인들은 ‘힌덴부르크 빵’이라 불리는 순무를 먹으며 전쟁을 견뎌냈다. 이때의 혹독한 겨울을 ‘순무의 겨울’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순무는 영양가가 그리 높지 않아 이 당시 약 74만명의 독일인들이 아사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3. 프랑스의 ‘부야베스’
부야베스는 프랑스 마르세유 지방에서 유명한 프랑스식 해물 스튜로, 서양식 해물 잡탕이라고도 표현된다. 과거 어부들이 잡은 고기를 판매한 후, 상태가 좋지 않은 고기나 잡어를 냄비에 넣고 끓인 것에서 유래했다.
이는 이후 부르주아 계층에 의해 비싼 재료를 넣고 호화롭게 즐기는 방식으로 변형되어, 현재는 신분 상승한 요리로도 알려져 있다.
4. 일본의 ‘모빌 덴뿌라’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오키나와 전투 이후 가난한 환경에서 ‘엔진 오일’로 만든 ‘모빌 덴뿌라’라는 튀김을 먹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군은 패전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석유 수입 제재에 동남아시아에서 원유 수급도 끊기자 소나무에서 채취한 송근유 외에도 정어리 기름, 귤껍질 기름 등 각종 동식물에서 기름을 짜내 원유의 대용품으로 썼다. 따라서 엔진 오일 역시 먹어도 죽지는 않을 확률이 높았지만, 배탈은 기본이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는 일도 있었다.
5. 한국의 ‘꿀꿀이 죽’
(사진/ 6.25 시절 꿀꿀이죽을 먹는 한국 군인들)
‘꿀꿀이죽’은 6.25 전쟁 당시 미군 부대의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건진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1970년대 후반까지도 미군부대 근처 시장이나 골목의 허름한 식당에서 접할 수 있었다. 미군이 먹다 버린 잔반통에서 버린 것이기에 이빨자국이 보이는 소시지와 햄은 물론이거니와, 후식으로 보급된 껌과 담배, 심지어는 콘돔까지 그대로 섞여있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런 것조차 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먹었고, 때문에 집단 식중독도 빈번했다.
꿀꿀이죽을 기억하는 일부 노년층은 미군부대에서 나온 식재료로 만든 데서 유래한 부대찌개에도 반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부대찌개는 꿀꿀이죽과는 달리 가공 전의 미군 납품 식재료를 쓰기 때문에 먹어도 되는 음식이지만, 재료 자체가 비슷해 이런 거부감을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 미국의 ‘미트로프’
미트로프는 고기와 밀가루를 섞어 오븐에 굽거나 훈제하여 만드는 요리로 쇠고기, 가금류 고기 또는 생선을 잘게 썰거나 다진 것을 빵 모양으로 만들어 굽는다. 보통 양파나 토마토 퓌레, 마늘, 우유, 허브와 양념 따위를 넣으며 보통 차가운 상태로 먹는다.
미국 경제 대공황 당시 먹을 게 적어지자, 스테이크를 대체하는 메뉴로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기와 밀가루, 계란을 섞어 굽는 음식이 ‘가난’의 상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미트로프를 두고 “못 먹고 살던 시절에 먹던 ‘배부른’ 음식’”이라며 유머 소스로도 쓰이고 있다.
출처 : 마음건강 길(http://www.mindg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