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식의 생활건강 에세이]<27>老年은 축복이다
이제는 모든 곳이 장수촌
초·중년 잘못 살아온 사람은
노년 맞을 수 없어
무병장수는 하기 나름
적당히 일하고,
평화로운 마음 갖고,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면 돼
중국 사람들은 숫자 중에서 73과 84를 싫어한다고 들었다. 73은 공자가 떠난 나이이고, 84는 맹자가 타계한 나이다. 하늘에 달려 있다는 수명의 한계를 이 숫자에서 느끼고 하는 소리인 것 같다. 이제는 이 숫자를 미워할 필요가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 이미 이 숫자를 돌파하였거나 앞으로 곧 돌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 살려면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평생 유지해 나갈 건강의 기초가 어려서 조성되기 때문이다. 어려서 일찍 갖추어야 할 것이 건강에 대한 바른 태도이다→바른 생각, 바른 습관, 바른 섭생, 운동을 즐김. 이것이 어려서 갖추어지면 평생 무병장수할 수 있다. 중년에는 어릴 적에 갖추어진 몸을 유지하기 위하여 섭생과 운동을 과하지도 부족하지 않게 해 나가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명예나 이익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잘 삼제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하는 문화 체육활동에 참가하여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초중년을 잘못 살아온 사람은 노년을 맞을 수 없다. 노년에 들어서는 것은 축복이다. 살아온 것을 정리하고 쇠퇴한 몸과 마음을 마무리할 때를 맞이하는 것이다. 느리게, 천천히, 조용조용 생각하며 사는 것이 노령의 멋이다.
장수한 사람들이나 장수하는 마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장수의 비결을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좋은 자연환경 ②좋은 음식 ③적당한 일과 운동 ④평화로운 마음 ⑤사람들과 어울림. 여기에서 환경과 음식은 우리나라 정도면 나무랄 것이 없고, 운동과 평화로운 마음은 각자에게 달렸고, 어울림 역시 마을회관과 복지관과 경로당 그리고 돈 들여서 갈 만한 곳도 많이 있어 본인의 노력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항목이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일이다.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것에는 마음이 연결되어 있고, 운동이 연결되어 있고, 어울림이 연결되어 있고, 돈이 연결되어 있다. 적당한 일, 이것을 찾을 수 없어 노령이 슬퍼진다.
흔히 세계의 유명 장수촌으로, 파키스탄의 훈자지방과, 러시아의 카스피해 부근에 있는 코카서스지방과 에콰도르의 빌카밤바와 일본의 오키나와, 그리고 중국 광서구에 있는 파마현을 꼽는다. 이들 지역은 모두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평화롭게 어울려서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먹는 것은 벗기지 않은 곡물과 야채, 과일, 그리고 좋은 물이다. 코카서스는 특히 분자구조가 작은 물로 유명하고, 빌카밤바는 주식으로 하고 있는 콩으로 유명하고, 오키나와는 해산물과 기름을 뺀 수육을 즐겨 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전라북도의 순창 임실지역과 전라남도의 구례 보성 곡성지역과 경상북도의 예천지역과 북제주 지역을 꼽고 있다. 이만한 지역은 우리나라 전체에 널려 있다. 좁은 땅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엇비슷하다. 결국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수명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수명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늘이 정하는 것 말고는.
이제는 장수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모든 곳이 장수촌이다. 질 좋은 식품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고, 한 시간만 나가면 숲 속에 그림 같은 펜션이 기다리고 있고, 가는 곳마다 둘레길 가는 곳마다 체육공원, 잘 짜인 의료보험, 현대의학의 다양한 활동, 그래서 평균 수명이 왕창 길어진 것이다.
그런데 수명이 늘어난 만큼 질병이 늘어났다. 병도 옛날 병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라 까다롭고 골치 아픈 질환들이다. 자연은 이런 것이다. 하나를 주면 다른 하나를 가져가고, 하나를 길게 하면 다른 하나는 짧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병들지 않는 것, 즉 미병(未病)의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삶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저 장수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태도를 배우고 흉내 내어야 한다. 오래전 우리가, 혹은 우리의 부모들이 살고 지나간 농경 시대의 삶을 따라해야 한다. 그것이 적당히 일하는 것, 평화로운 마음을 갖는 것,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즐기는 것이다.
김건식 프로필
-1973년 고려대 졸업
-한국DMZ평화생명동산
행순환의 집 원장 역임
-생기마을 건강수련회 공동 운영
-(주)우리밀 대표이사 역임
출처 강원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