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253
조정과 중재
동봉
'조정調停'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자로 고를 조調에 머무를 정停입니다
다른 말로 '중재仲裁'라고도 하는데
역시 버금 중仲에 마를 재裁 자를 씁니다
이에 담긴 뜻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 마디로 줄이고 또 줄이면
분쟁 중간에 서서 양쪽을 화해시킴입니다
이 조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임의 조정任意調停'이고
둘째는 '강제 조정强制調停'입니다
임의任意란 '뜻意에 맡긴任다'는 의미고
강제強制란 '강強한 제재制로'의 뜻입니다
조정/중재란 민사民事거나
가정 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정자/중재자 또는 그 위원회가
당사자當事者 양 쪽을 잘 설득하여
양 쪽의 양해를 부드럽게 잘 이끌어낸 뒤
합의로 원만하게 화해시키는 일이며
또는 그 절차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조정調停을 영어로 표기하면
1)mediation
2)arbitration
3)intercession
4)intervention
5)peacemaking이 될 것입니다
강제조정은compulsory arbitration이고
임의조정은voluntary arbitration입니다
중재仲裁의 영어표기도 조정과 같습니다
1)mediation
2)arbitration
3)intervention
4)intercession
5)peacemaking
강제중재는 compulsory arbitration이고
임의중재는 voluntary] arbitration입니다
다만 '조정'과 '중재'를 한자로 표기할 경우
뉘앙스를 약간 다르게 느낄 수 있지요
조정중재調停仲裁에서
첫째 고를 조調 자는 총15획으로
'꼴소리문자形聲文字'에 해당합니다
부수 말씀언변言에
소릿값 두루 주周 자를 붙였는데
이에 담긴 뜻은 하루 종일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뜻을 표현해 주면 좋겠다고요?
고르다, 조절하다, 어울리다, 길들이다
꼭 맞다, 적합하다, 지키다, 보호하다
비웃다, 조롱하다, 속이다, 기만하다
뽑히다, 선임되다, 부르다, 불러내다
걷다, 징발하다, 조사하다, 옮다, 전근하다
곡식을 내다, 악기로 연주하다, 갖추다
준비하다, 헤아리다, 살피다, 부드럽다
온갖 세납을 통틀어 이르던 말로 구실
가락, 음률, 취향, 운치 따위입니다
말言이 공간적으로 아주 먼곳까지
시간적으로 매우 오래도록
그 영향이 두루周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모니調和를 이루어야 합니다
시로 음악으로 조화의 예술성을 더했을 때
내용은 널리 퍼지고
오래도록 퍼질 것입니다
바로 이 뜻이 담긴 게 조調의 역할입니다
둘째 머무를 정停 자는 총11획이며
역시 가장 흔한 꼴소리문자입니다
사람인변亻부수部首에
소릿값으로 정자 정亭 자를 놓았습니다
정자는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경치 좋은 곳에 우뚝高하게 세웁丁니다
가령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보자면
서울京을 으뜸으로 치지 않을까요
그래서 높을 고高 자와 서울 경京 자를
이란성 쌍둥이로 보기도 합니다
부모가 같고 생일이 같은 쌍둥이입니다
정자는 조형미 있는 쉼터를 가리킵니다
'사람들人'이 많이 '모이는亭 곳'에서
머무를 정停 자로 표현하였듯이
정停은 조화調의 궁극停을 뜻합니다
길지만 머무를 정停자에 담긴 뜻을 볼까요
머무르다, 멎다, 멈추다, 정지하다
중지하다, 서다, 정거하다, 정박하다
밀리다, 막히다, 지체하다, 정해지다
고정하다, 정비하다, 끝내다, 완비하다
묵다, 체재하다, 체류하다, 쉬다, 휴식하다
말리다, 만류하다 따위와
몫, 할, 분 따위가 담겨 있습니다
셋째 버금 중仲 자는 총6획이며
역시 꼴소리문자입니다
으뜸의 바로 아래인 버금의 뜻을 비롯하여
첫째 다음으로 둘째를 가리킵니다
또는 가운데나 중간을 가리키기도 하지요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부수와
소릿값 가운데 중中으로 되어 있습니다
곧 맏이와 막내 사이에 태어난 아이입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버금 아/누를 압亞 자를 비롯하여
버금 부/쪼갤 복/쪼갤 핍副 자와
버금 차/머뭇거릴 차次 자 등이 있습니다
넷째 마를 재/옷마름 재裁 자입니다
총12획으로 역시 흔한 꼴소리문자입니다
부수 옷 의衣가 의미소意味素며
재裁 자에서 부수衣를 뺀 나머지 글자가
소릿값에 해당하는데 '재'로 읽습니다
담긴 뜻을 볼까요?
옷을 마르다, 치수에 맞게 자르다, 자르다
옷을 짓다, 만들다, 글을 짓다, 교육하다
결단하다, 결정하다, 분별하다, 식별하다
헤아리다, 절제하다, 제어하다
깎다, 삭감하다, 자살하다 따위와
헝겊, 체재體裁, 격식
피륙을 세는 단위로서 필
간신히, 가까스로, 겨우의 의미 따위입니다
마를 재裁 자는 재주 재才 자와
발음發音ronunciation이 같습니다
발음이 같으면 뜻도 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재주 재才 자는 솜씨를 뜻하는 글자지요
우뚝 서있는 나무木에서
오른 쪽 가지乀를 예술적으로 잘라
한 발을 앞으로 내딛어 꼰 상태의 사람을
예술적으로 표현才하였기에 솜씨입니다
그래서 '자르다' '마르다' '마름질하다'와
같이 쓰이게 된 것이지요
이처럼 예술적인 재능에
창, 칼, 무기를 뜻하는 창 과戈 자를 통해
끊다, 자르다, 오리다 따위와 만나고
여기에 옷 의衣 자를 의미소로 붙여
옷을 '재단裁斷하다' 마르다
마름질하다로 점차 옮겨온 것입니다
따라서 '재판裁判'이란 뜻도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거친 끝에
옷을 마름질design하듯 판단判하는 것이지요
요즘 나는 쌩뚱맞게도
조정과 중재에 대해 공부중입니다
어제 저녁은 진통제를 먹어가면서까지
조정에 대해 강의를 들었습니다
대각사로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서
한자에 담긴 '조정중재'를 생각해 봤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더 재미있겠지만
나머지는 살짜기 미뤄두는 것도
나름대로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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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6월21일(음5월8일)은
용성진종 대조사 탄신 154주년입니다
대각사에서는 대덕스님들과
내외귀빈을 비롯하여 불자님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다례제를 봉행하오니
함께 오셔서 봉축하시기 바랍니다
마침 그날이 하짓날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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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