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567m의 靈山인 태백산 雪산행을 갈려고 하니 왠지 이른 새벽부터 마음이 설레며,
4시가 조금 지나서 기상이다.
산행준비를 하여 압구정역에 도착하니 6시 반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동트는 새벽에 주차장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7시경 출발하여 버스에서 이강봉(72, 중문과)대장의 산행안내와
이동형(72, 재료공학과) 동기의 시산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각자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지면서 영월을 지나 차창 밖으로 펼쳐진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는 사이 태백 시내를 가로질러 11시경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이다.
시산제를 올리기 위한 제수(祭需)를 챙겨서 등산길로 접어드니 주위가 온통 눈밭이다.
아이젠을 하고 흰 눈으로 뒤덮인 태백산의 중후한 웅장함과
주목군락의 설경을 감상하면서 일행은 천제단으로 향한다.
-태백산 등산로 입구-
황량한 겨울 산을 폼 나게 해주는 고사목과 주목에 핀 눈꽃들을 즐감하며 산을 오른다.
유일사를 지나서 가파른 능선 길을 오르니 장군봉이 보인다.
태백산을 품은 저 멀리 내다보이는 백두대간 자락도 순백의 물결이 일렁인다.
눈앞에 펼쳐진 청량한 겨울하늘과 은빛 물결, 순백의 눈꽃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겉보기에는 웅장하지만 산세는 완만하다.
동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세찬바람이 볼따구니를 얼게 만든다.
정상부근에 넓게 자리한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고 서있는 주목에
어우러진 설경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더해준다.
눈꽃을 가득피운 나무들과 신비로운 형상의 주목의 향연이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첩첩의 산들이 아늑하도록 퍼져나가며
저 멀리 보이는 함백산과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一望無際한
백두대간의 능선이 장관을 이루며 비너스의 늘씬한 각선미를 연상케 한다.
-천제단 정상 가는 길-
장군봉을 지나 천제단이 눈에 들어온다.
천제단은 옛사람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설치한 제단으로
삼국사기 등 기록에 의하면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三山五岳중의 하나인 北岳이라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靈山이다.
자연석을 쌓아 만든 천제단에서 시산제를 올린다.
돼지머리와 시루떡과 준비해온 제수를 올려놓고, 전하경회장(70학번, 철학과)선배님이 초헌을 그리고 60년대 학번 선배님부터
차례대로 올 한해 무사산행과 두루 만사형통을 기원하며 잔을 올린다.
이동형 동기의 축문낭독이 이어진다.
‘維歲次 戊子 1月 丁丑朔 17日 癸巳
虎文山岳會 一同 敢昭告于
開川生民 施化天尊 檀帝神祖 月旣改建
日以上吉 謹以酒果 式陳明湮 尙饗‘
차례를 기다리는 山客들 때문에 발원기도문도 생략한 채
서둘러 시산제를 마무리하고 태백산 표지석 인근에서
시루떡과 막걸리를 마시며 시장기를 달랜다.
겨울바람이 매섭고 추위 때문에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龍井이라는 샘터를 지나 망경사에서 점심도 생략하고 하산을 재촉한다.
단군성전을 지나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바위절벽이 신비롭다.
산길 노점에서 파는 오뎅을 안주삼아 배창섭(63학번, 불문과) 선배님이 가져온
보온병에 담아온 따끈한 정종과 소주로 추위를 녹인다.
4시경 당골 입구에 뒤풀이 장소인 장수촌에 도착한다.
맛있는 오리탕과 술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여흥의 시간을 가지고
6시반경 서울로 향하고 신사역에 11시 조금 지나 도착한다.
산행은 고통이며 동시에 축제다.
고통 속에는 기쁨이 있고 그리고 항상 아름다움이 뒤따른다.
하늘 가까이 가는 길, 천제단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 빛은 雪花로 가득하고,
시나브로 지상으로 발을 뻗은 순백의 산길위에는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말없는 雪山의 침묵과 자태는 더 깊은 빛이 나고,
세속을 떠난 천상계를 연상케 하며,
초연한 삶의 경지를 일깨워 준다.
청량한 산 공기를 들이쉬며, 눈 쌓인 겨울 산을 즐긴 맑은 여운이 남는 즐거운
테마 산행이다.
後記: 15년전 2008년 2월에 모교 호문산악회 시산제를 태백산에서 지낸 산행기입니다.
10여년전 50대 후반에 72산악회, 고대 경제인회 & 통일/호문산악회를 다니면서,
여러 선후배 & 72동기분들과 전국 명산을 다녀 봤지만
겨울 雪山행, 특히 태백산 雪原을 누비던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 합니다.
영하 20-30도의 칼바람에 망사 셔츠 입고 등산한 동기,
祭需와 시루떡을 정상까지 짊어지고 나른 동기 etc.
-가을하늘 뜬 구름처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지나고 보면
그 실체가 없음을 알게된다.
화려함을 뽐내던 형형색색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나뒹글다
아스라져 갈 것이다.
(滿空스님 1871-1946)
-산천은 의구한데 人傑은 간데 없다. (야은 吉再 1353-1419)
첫댓글 이종기 동기 망사옷이
이때부터 였나요.
금년 72산악회 시산제는
2월 3토 아차산에서 합니다.
금년 눈 산행 하고픈 사람
호문산악회 1월28일 선자령.
72산악회 함백산 번개
2월1일.
갑니다.
10여년전 추운 겨울에 망사 셔츠를 걸치고 雪산행을 한 이 종기 동기 사진입니다.
이번 주말 모교 통일산악회 선자령 산행이 있읍니다.
44인승 관광버스에 좌석 여유가 있으니 참석하실 동기분께서는 연락바랍니다.
(김 안호 010 2510 8815)
만남: 1/28일 (토) 오전 8시. 3호선 압구정역 6번출구 현대백화점 주차장
회비: 3만냥
Wow,
멋진 시산제를 가지셨군요!
태백산 천제단 시산제에서 읊조린 차원이 다른 祝文!
시산제의 품격을 upgrade 시킨 요새는 보기 힘든
축문 誦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