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업무개시명령 ‘마구잡이’…손으로 쓴 명령서 사진 찍어, 문자로
장현은입력 2022. 11. 30. 17:50수정 2022. 11. 30. 19:25 댓글5개
[화물연대 파업]시멘트 화물기사 “강제노동 단호히 거부”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서 생산 차질로 인한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시멘트 운송 화물기사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명령서가 효력이 없는 문자메시지로 도착하거나 대상이 아닌 화물기사에게 잘못 전달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시멘트 화물기사들은 업무복귀를 거부한 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전날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 총 201곳 중 69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화물차주 350명을 대상으로 명령서를 현장교부했다”고 밝혔다. 현장교부란 업무개시 명령을 송달해야 할 화물차주를 만날 수 없어 행정절차법(14조2항)에 따라 운송업체에 명령서를 전달했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350명 가운데 20명에게는 우편 송달도 완료했다”며 “나머지 330명에게도 순차적으로 우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이날 업무개시명령서를 교부한 350명은 업무개시명령 대상인 시멘트 운송기사(2500명)의 14% 수준이다. 정부는 파업참가자 특정과 이들의 주소지 파악에 나섰지만, 상당수의 운송업체가 차주의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장조사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물연대 한 조합원이 문자로 전달받은 업무개시 명령서 사진. 화물연대 제공
이렇게 교부된 명령서도 화물기사의 이름과 차량번호가 수기로 작성된 채 문자메시지로 전달돼 효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운수사들은 업무개시명령서를 사진으로 찍어 문자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대상 종사자의 이름과 차량번호 등은 볼펜으로 적혀 있어 공식 문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당사자 또는 동거인 등이 등기우편으로 정식 수령하고, 이를 수령했다는 것이 확인돼야 정식으로 효력이 인정된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중요한 처분서인데 왜 수기로 적은 건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국토부 등)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서 적법하게 집행이 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개시 대상이 아닌 화물기사에게 명령서가 전달돼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인천지역본부 레미탈지회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29일 운송사로부터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받았다. 운송사에 시멘트가 아닌 레미탈인데 왜 명령서가 온거냐 물었더니, (운송사에서) 오늘 오전 명령 취소 문자를 보냈다”며 “운송개시명령을 누구한테 보내야할지 정리가 안돼 혼란스러운게 그대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미탈은 시멘트와 모래가 섞인 건축 재료다.
현재까지 화물연대는 조합원 가운데 직접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은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조합원이 국토부 조사관에게 사전 동의 없이 문자 송달한 것에 대해 항의하니 이런 식의 문자통보는 효력이 없음을 인정하며 등기 발송 전 확인차 보낸 거라고 했다”며 “복귀일이 30일 24시인데 이를 다시 등기로 보내서 어떻게 30일까지 복귀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멘트 화물운송 기사들은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남준 화물연대 비시티(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분과장은 이날 인천한라시멘트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하라는 것”이라며 “화물연대는 강제노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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