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29년 경남 고성군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창원의 엄격한 유교 집안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1년에 제사를 열두 번이나 지내는 시댁에는 집안 어른들이 자주 오셨기 때문에 제사 음식을 장만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 많았는데, 부유한 친정집에서 곱게만 자란 저에게 집안일은 무척 고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부엌에서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 생활이 10년 넘게 계속되자 30대의 젊은 나이에 관절염을 앓게 되었습니다.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면서 다리를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였으며, 심하게 아플 때는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밤새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렇게 아파도 엄한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다 보니 힘든 내색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침도 맞으러 다니고 약쑥으로 뜸을 뜨는 등 좋다는 방법은 다 해 보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늘 아파했습니다.
그러던 중 1962년 마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그분은 마산전도관에 다니는 박말임 권사님(고 박말임 승사)이었습니다. 저는 전도관 교인들이 어느 한집에 모여 심방예배를 드릴 때면 박 권사님을 따라 가끔씩 참석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 권사님이 "전도관에 다니면 약을 안 먹어도 병이 낫는다."라면서, 제가 마산전도관에 다니면 관절염이 깨끗이 나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갖은 약을 써 보아도 전혀 차도가 없던 저는 그 말에 솔깃해져서 전도관에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유교 사상이 철저한 시아버님께서 교회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실까 걱정하며 말씀을 드렸는데, 뜻밖에도 "네 병만 낫는다면 전도관에 다녀라." 하시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마산전도관에 다니면서 새벽예배와 주일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제 나이 서른네 살 되던 해였습니다.
마산제단에서 예배를 드리다 보면 가끔씩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단 안에 비가 내릴 리도 없는데 이슬 같은 것이 뽀얗게 내려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또 어느 때는 세상에서 맡아 보지 못했던 좋은 향기가 진동하곤 했는데 그러면 제 마음은 훌훌 날아갈 것처럼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그 이슬이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는 이슬성신이며, 좋은 향기는 향취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1962년 가을, 저는 부산 서면제단에서 처음으로 안찰을 받았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이 안찰받는 것을 보니, 어떤 사람은 하나님께서 손을 살짝 대시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저는 '얼마나 아프기에 저럴까?' 하는 생각에 간이 콩알만 해져서 안찰을 받았는데, 눈이 조금 아픈 것 말고는 별다른 통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안찰을 받은 후로 저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몇 년 동안 계속되었던 무릎의 통증이 점차 사라지면서 아주 멀쩡하게 된 것입니다. 힘든 집안일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관절염이 언제 나았는지도 모르게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병에 시달리며 괴로웠던 마음도 어느새 편안하고 고요해졌습니다. 갖은 방법을 써도 낫지 않았던 병이 말끔히 낫게 되고,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고 깊이 감사를 드렸습니다.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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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