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글을 뒤적이다가 1936년 당시 조선일보에서 근무하며 평론으로 한 시절을 풍미하던 이원조(이육사 시인 동생)의 인터뷰가 짓궂고 재미나서 옮긴다. 아내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다. 1955년 이원조가 북쪽에서 숙청되면서 아내 이해순도 강계고무공장 노동자로 추방되었다는 뒷이야기를 따로 접하니 조금 웃다가 약간 쓸쓸해진다 (이동훈 시인)
나는 내 남편의 어느 점이 좋은가 / 이해순
나쁜 것을 쓰라시면 마치 진열장의 상품 늘어놓듯이 많이 쓸 수 있습니다만 하필 좋은 데를 물으시니 매우 난처한 노릇입니다. 그러나 음식과 의복의 태없는 것만은 황송하오나 물으심의 좋은 데라 할까요?
나는 내 아내의 어느 점이 좋은가 / 이원조
물으심에 대답은 하겠습니다만은 속담에 자식 자랑하는 건 반미치광이고 계집 자랑하는 것은 온미치광이라고 하였으니 내가 내 아내의 좋은 데를 공개함으로써 미치광이가 된다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태어 말하라시면 늘 집안을 청결하게 하려는 것이 좋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