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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막내가 백일을 며칠 앞두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축복받아 마땅한
우리 아이들의 백일잔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릴까 합니다
육아 선배님들 고수님들 많이 계셔서 이미 너무 잘 아시겠지만
다 아는데? 안 봐도 알겠는데? 그다지 흥미 없는데?라는 닫힌 마음보다는
폭넓은 아량과 우리의 전통 풍습을 한번 더 알아보는 마음으로 봐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유아사망률이 낮아 백일잔치를 크게 하지 않는 추세이지만
과거에는 의술이 많이 발달하지 못하여 유아사망률이 높은 탓에
아기가 백일을 무사히 넘긴 것을 기뻐하며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떡을 돌리고 백일상을 차려 잔치를 벌였습니다
생명의 탄생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줍니다
탄생 자체가 커다란 승리요 기적이지요
아기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 달을 채워 태반이 돌아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참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동양에서는 태아가 어머니의 태속에 자리 잡는 순간부터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나야 한살로 치는데
우리나라는 태어나자마자 한살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백일은 말 그대로 백일이기도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자리 잡고 있던 약 9개월가량을 포함하면
약 1년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백일상은 삼신상(三神床)이라고도 합니다
아기를 점지해 주고 백일까지 보호해 준 삼신할머니에게 보답하며 아기의 복을 빌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이름이 삼신인 줄 알았는데 삼신은 세 명의 신을 지칭하기도 하네요
신생아의 등 또는 엉덩이에 생기는 푸르스름한 몽고반점은
삼신할머니가 이제 그만 나가라고 엉덩이를 찰싹 쳐서 멍든 것이라는 속설이 있는데요
의사가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려고 엉덩이를 때려서 파래졌다는 재미난 표현도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배아 발생 초기에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 세포가
진피에 머물러 생긴 자국으로 몸 어디에도 생길 수 있는 것인데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출생 2세까지 가장 진하며
7~10세에는 서서히 사라진다고 합니다
간혹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몽고반점은 인종과 관계없이 나타나는데 유독 아시아인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는 멜라닌 세포가 백인보다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백인의 5%만이 가지고 있다 보니 이것을 잘 모르는 서양에서는
이를 아동학대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어 곤욕을 치르는
교민분들이 심심찮게 있다고 합니다
훈육과 체벌과의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비교적 엄격한 한국 훈육법이 자칫 오해를 살 수가 있는데
이에 관련한 내용을 조만간 다룰 예정입니다
백일상은 흰밥과 미역국, 푸른색의 나물과 복숭아를 제외한 제철 과일 등이 오르며
떡으로는 백설기, 붉은 팥고물, 찰수수 경단, 오색 송편 등이 오릅니다
잔치에 참석한 손님들이 선물한 돈, 국수 등도 함께 올렸다고 하네요
백설기(꿀 설기)는 흰무리라고도 합니다
멥쌀가루를 하얗게 쪄낸 떡으로 티 없이 깨끗하고 신성한 음식이라는 뜻에서
어린이의 삼칠일/백일/첫돌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백 명에게 나누어주어야만 백 살까지 산다고 백설기라 부른다기도 합니다
수수팥떡은 아이에게 액운이 찾아오지 못하게 해주고
아이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 좋은 잡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붉은색의 수수와 팥을 가지고 만들어
열 살이 될 때까지 매 생일마다 먹였다고 합니다
무지개떡은 소원 성취를 바라고
인절미는 찹쌀로 만들어 차지고 단단하며 끈기 있게 살라는 의미이며
오색송편은 추석 때 만드는 송편과 달리 5가지 색을 물들여 작고 예쁘게 만드는데
오색은 오행, 오덕, 오미와 같은 뜻을 담아 만물의 조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합니다
또한 속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두 가지를 따로 만들었는데
속을 넣은 것은 속이 꽉꽉 찬 사람이 되라는 의미이며
속을 넣지 않은 것은 속이 넓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라네요
첫째도 둘째도 상에 백설기만 올렸지 다른 떡들을 준비해서
올리지 않은 게 문득 미안하고 마음이 쓰입니다
이왕이면 의미를 잘 알고 마음을 담아 축하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막내 백일은 제대로 차려줄 생각이에요
그런데 백일동안 힘들게 키운 엄마들을 위한 상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지 급 불만이 생깁니다 ㅎㅎ
돌잔치 때 돌잡이로 잡은 물건을 보고 아기의 장래를 점치기도 했는데요
돌 잔치며 돌 잡이며 백일이며
모든 사물이 활성화되는 사시(오전 9시~11시)에
떡을 나눠 먹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백일전까지는 흰옷만 입히고 백일 날 처음으로 색동옷을 입힌 것도 그렇거니와
디테일까지 신경 썼던 선조들의 정성이 무릇 대단해 보입니다
돌잡이 물건의 뜻
마패: 공무원이나 높은 관직에 오른다
붓과 벼루: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한다
명주실: 무병장수한다
오색 한지나 마이크: 재주가 뛰어나며 화려하게 산다
주사기: 훌륭한 의료인이 된다
망치나 판사봉: 정의로운 법조인이 된다
실패나 반짇고리: 손재주가 좋고 다재다능한 사람이 된다
엽전이나 지폐: 재물을 많이 모으고 부유하게 산다
활이나 공: 훌륭한 스포츠 선수가 된다
서책: 학문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다
백일잔치뿐 아니라 백일 사진을 찍어 기념하곤 했는데요
왜 남자 아기들은 아랫도리를 벗기고 찍었을까요
오랫동안 자리 잡은 남아 선호 사상 때문인데요
고려 말기에 잦은 전쟁으로 남자들이 징병되어 많이 죽게 되고
조선 초기 유교를 받아들이면서 대를 이을 수 있는 남아를 더욱 선호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남아를 증명하기 위하여 아랫도리를 벗겨
중요한 부분을 노출시킨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고 하네요
오늘 백일의 모든 것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가 앞으로 꽃길만 걷길 바라는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겁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오늘도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주면서 양육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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