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처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제 몸을 찍어 넘기는 도끼 날에
향을 흠뻑 묻혀 주는 향나무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 고백 / 최문자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있는 사람은 한명씩 있다
너무 쉽게 잊기엔 아쉽고
다시 다가가기엔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 얼음의 온도 / 허연
쓰라리지만
소금물로 상처를 씻는 것은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눈물이 타서 굳은
숯덩이, 소금은
슬픔을 아는 까닭에
남의 상처를 아무릴 줄 안다
큰 파도가 작은 파도를 안아 올리듯
작은 슬픔은
큰 아픔이 위로하는 것
그러므로 비록 쓰라리지만
우리
상처는 비누로 씻지 말고
소금물로 씻자
비누는
쾌락의 때를 벗기는 데
써야 한다
- 상처 / 오세영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 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 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 고백 / 남진우
당신의 상처를 더듬네,
사랑이 크는 만큼
슬픔이 커 오듯이
당신을 아는 만큼
더 크게
다가오는 당신의 아픔
그 상처,
내 마음에 들어와
내 비린 육신에 들어와
투명한 슬픔으로 자라나느니
나,
어느새 내게서 잊혀져 가고
저 혼자 자꾸 커가는
당신의 상처,
황홀한 사랑의 상처,
당신의 상처를 어루만지네
사랑이 커가면,
슬픔도 기쁨으로 자라나느니
- 그리운 상처 / 홍수희
이별할 때에는 발끝으로 서는 버릇
당신이 무대에서 혼란과 열정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계의 몰락을 아주 조금 늦추는 나의 작법입니다
- 마지막 뮤즈 中 / 최예슬
당신 생각으로만
살겠어요
당신 이름으로만
살겠어요
꽃잎 지우는
바람의 아픔까지도
복장 속
찬연한 노래로 부르며
당신 사랑으로만
살겠어요
- 시인의 고백 / 강대실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내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 잎마저 시들어가는 고난의 길입니다
그대 음성이 들리지 않으면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라는 별이 없다면 나는 어디를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어 내 목소리는 자꾸 약해집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대 냄새 좇아
희미한 그대 흔적을 더듬어봅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돼
나에게서 끝납니다
- 그대가 없다면 / 미겔 에르난데스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나의 마음에 자라거늘
그리운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문을 열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랑의 뜻을 배우니
그리운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 그대 있음에 / 김남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마음이 푸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사귀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마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은 이 한마디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갈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 황홀한 거짓말 / 유안진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 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맏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다
- 사랑은 / 조병화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살아가노라
그대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고
그대를 위하여 시를 쓰고
다시 오는 봄을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존재하노라
그대를 위하여 아침을 부르고
그대를 위하여 커피를 마시고
그대를 위하여 창문을 열고
쓸쓸함을 달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꿈을 꾼다
그대를 위하여 촛불을 켜고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람소리에
가슴 설레고
그대를 위하여 사철 피고지는 꽃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하얀 밤을 지새우고
그대를 위하여 눈물을 배우고
그대를 위하여 위대한 아침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오직 그대만을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낙조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해 봄비가 되고
가을이 되고, 사막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를 위하여
오로지 그대만을 위한 하늘이 되어간다
- 사랑하는 사람아 / 김천우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평화를
아름답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
- 아름다운 사람 / 김재진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이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달이 높이 뜬 날은
별들은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얼어붙은 강을 보며 고개 숙인
아름다운 사람아
- 아름다운 사람 / 박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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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다ㅠㅠㅍ개인블로그에 가져가도되나.....? ㅎㅅㅎ..
아 좋다ㅠㅠㅠㅠ
너무좋아ㅜㅜ...ㅠㅠ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