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영상이지만 이제서야 게시글로 옮깁니다.
1부만 텍스트화 했고 2부 인터뷰까지는 시간히 도저히 안되네요 ㅎㅎ
이영미 : 선수와 지도자 생활 통틀어 처음으로 우승을 경험했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상식 : '아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 너무 꿈만 같고 그러면서 믿겨지지도 않고 다시 평상시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런 감동이나 우승했을 때 그 기억이 생생하다. 와이프한테도 '이야 이런 일이 우리한테도 일어나는구나' 하며 말했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도 팀 맡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굉장히 많았다. '농구는 접자'까지 갔었고 그랬었는데 꿈만 같다.
이 우승은 KGC인삼공사 구단 입장에서는 V4, 즉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으나
김상식 감독, 최승태 코치, 조성민 코치의 프로 통산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이영미 : 사람들은 김상식 감독을 굉장히 엘리트코스만 밟은 농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남들이 모르는 아픔도 많았고 고생도 많이 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김상식 : 정말 많았다. 감독 대행만 4번을 했는데 대행이라는 것은 성적이 안좋고 팀이 안좋았기 때문에 맡는 건데 사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고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틀을 마련해 놓으면 다른 감독님이 오시고 저는 나가고 이런 게 계속 반복됐었다.
대표팀 감독도 오래하고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조금 내심 기대도 했는데 그게 다 안되다 보니까 '이제 농구는 접자' 와이프에게 얘기하고 제주도로 무작정 내려갔다. 가서 바람도 쐬고 산에도 올라가고 해안도로도 좀 걷고 혼자서 맛집도 찾아다녔다.
그렇게 열흘 정도 있었는데 안양KGC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정말 깜짝 놀랐고 기회를 잡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영미 : 와이어 투 와이어는 골프 아니면 지난시즌 프로야구 SSG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단어일 줄 알았는데 이번시즌 KGC인삼공사가 그걸 또 해냈다. 힘든 와중에 스케줄도 굉장히 빡빡했었기에 감독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을 거 같다.
김상식 : 사실 시즌 전에는 우려 속에 기자 분들도 많이 관심을 안 가져주셨다. 공식 인터뷰 때는 정해져 있는 인터뷰가 있으니까 하는데 개별 인터뷰에서는 테이블마다 앉아 있으면 와서 물어보시는데 저희 쪽으로는 거의 안 왔다. 관심이 없었다. 물론 워낙 강팀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해했다.
제가 생각을 했던 부분은 선수들한테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혼내고 이런 것 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는 방향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로 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 전성현 선수도 데이원으로 이적하고 전력 유출이 지속적으로 있어왔기에 다그치는 거 보다는 분위기를 바꿔보기로 했다.
모션오펜스를 시도했는데 컵대회 때 약간 실패를 했다. 왜냐하면 모션오펜스는 다섯 명이 다 움직여야 되는데 전성현이 있을 때는 전성현 위주로 스크린을 걸고 했었는데 컵대회 때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행히 점점 하면서 맞춰가는 걸 느끼고 1라운드에서 4승을 하고 KCC한테 1패를 했는데 '어? 이거 뭐지? 가능한가?' 생각하다가 또 이기고 나가고 하다가 마지막에 한 게임 차로 LG가 따라왔을 때 10연승을 했다. 그때부터 '이건 진짜 되겠다' 고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강팀이라는 자신감을 계속 주입하고 지더라도 다음에 또 이길 수 있다는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선수들 얘기도 많이 들어주고 코치들 얘기도 많이 듣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선수들을 계속 다독인 결과 정규리그 우승까지 도달하였다.
이영미 : KGC인삼공사의 감독 자리가 "저기는 어떤 감독이 가도 워낙 멤버가 좋으니까" 라는 얘기도 많았고 '당연히 우승해야지'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김상식 : 오세근과 양희종이 노쇠화되었고 주포 전성현이 이탈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평가가 박했다. 그런데 성적이 나니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긴 누가 가도 우승하겠지!" 이렇게 바뀐다. 트리플크라운 우승을 이룬 것으로 답을 해드리는 거로 하겠다.
이영미 : 사실 전성현이 워낙 역할이 컸던 선수였기에 팬들도 그 공백을 걱정했었습니다. 변준형 선수가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었을까요?
김상식 : 전성현이 평균 16점, 많이 넣을 때는 20~30점도 넣는 선수였는데 그 공백을 FA로 영입한 배병준, 정준원 두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득점이 분산되게 하면 충분히 그 자리를 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은 비시즌 때 연습 열심히 하고 그래서 배병준, 정준원이 잘 메워준 거 같다. 물론 변준형, 양희종, 오세근 등도 자기 역할을 잘 해줬다.
이영미 : 외국인선수의 역할도 컸습니다.
김상식 :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었다. 오마리 스펠맨에 대해서 저보다 팬들이 더 많이 아실 텐데 싸우기보다는 계속 괜찮다고 해줬다. 계속 달래가면서 시즌을 치렀다. 그렇게 하고 먼로와 계속 대화하고 먼저 얘기를 들어주고 그럼 내가 얘기하는 거 한번 들어 왔다갔다 했다. 처음에는 기싸움도 했지만 잘 들어줬다.
그리고 스펠맨의 어머니가 오셨을 때 저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어머니 드리라고 향수를 사다줬는데 스펠맨에게는 그게 엄청난 감동으로 느껴졌던 거 같다. 이제까지 살면서 선물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절대 감동시키려고 한 게 아니다!) 그 이후 감독님 말 잘 듣겠다고 했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오마리 스펠맨 부모님이 볼 때는 그 선수가 덩치는 크지만 자기 아들인 만큼 불안해할 수 있는데 "나 이렇게 이런 감독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고 보여줄 수 있고 "걱정 안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먼로 가족들 오면 아기들 신발 하나씩 사다주고 했다.
이영미 : 수석코치인 최승태 코치와는 인연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승태 코치를 수석코치로 임명했고 코치 경험이 전혀 없는 조성민 전 선수를 코치로 영입했습니다.
김상식 : 조성민은 경험은 없지만 대표팀 선수 출신이고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슈터였다. 슈팅이나 개인기적인 측면에서 잘 가르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고 수석코치는 경험이 많고 그래야 되는데 예전부터 최승태 코치는 자비로 미국으로 유학가서 대학에서 코치도 하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코치진을 구성하는데 친분이나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유학 출신에 미국 대학에서 코치까지 역임한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치를 생각하니까 최승태 코치가 수석코치가 된 거고 조성민 코치는 국가대표에서 오랫동안 같이 있었는데 얘기도 잘 통하고 농구에 대한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고 그리고 선수들과 같이 융화되면서 뭘 알려줬을 때 선수들이 잘 따르겠구나 슈팅이나 이런 거 알려주면 그래도 조선의 슈터인데 이 조합이 결과적으로 굉장히 잘 맞았다. 구단에서도 너무 좋아하시고 코치들 잘 뽑았다고 좋아하시고 보이게 안 보이게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 하시지만 코치 선임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줬다.
코치들이 중심 잘잡아주고 양희종과 오세근이 중심을 잡아주니까 선수들이 딱 뭉칠 수 있고 모난 선수들도 없었다.
이영미 : 성적이 올라갈수록 구단에서도 지원이 많았습니다.
김상식 : 성적이 높아질수록 조금 더 좋은 걸로 홍삼제품 수준이 올라갔다. 4강PO와 챔프전을 치를 때는 굉장히 좋은 제품을 주셨다. 다 그걸 먹고 경기에 임했고 그 힘이 굉장히 컸다.
경기 전 홍상제품 복용 중인 오마리 스펠맨.
홍삼파워는 KGC인삼공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큰 힘이 되었다.
(1차 위기 - 2023년 4월 17일(월) 4강PO 3차전)
(2차 위기 - 2023년 5월 5일(금) 챔피언결정전 6차전)
이영미 : KGC인삼공사는 전임 감독의 색깔이 굉장히 강한 팀이었습니다. 부담이 되진 않았나요?
김상식 : 솔직히 말하자면 승기하고 잘 아는 사이다. 김승기 감독과 전화하는 친분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친하다. 다만 김승기 감독과 저는 스타일이 정말 다른 거고 감독 스타일에 따라서 선수들도 느끼는 게 다를 것이다. 김승기 감독도 너무 잘했고 선수들 장악하거나 이런 스타일이 있지만 제가 이 팀을 맡았으니 그 스타일을 따라가는 건 아닌 거 같고 강하게 했던 감독도 만나봤으면 나 같은 감독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좋아했던 거 같다.
이영미 : 챔프전 상대 서울SK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합쳐 15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챔프전에 진출했습니다. 지난시즌 통합우승팀이기도 했는데 서울SK와의 챔프전을 돌아보면 어떠시나요?
김상식 : 1차전을 지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문성곤이 김선형을 전담 마크 하면서 2연승을 했다. 그때 잘되겠다 싶었는데 또 두 번을 연속으로 지고 6차전도 15점을 지고 있었다. 먼로 투입이 신의 한수가 되며 역전을 만들었었다. 사실 챔프전에서 큰 점수차를 역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쓰리가드로 바꾸고 먼로를 투입하면서 4쿼터에 말도 안되는 대역전승을 하고 또 끝나고는 7차전엔 자신감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6차전 3쿼터 막판에 투입된 대릴 먼로.
패색이 짙었던 KGC인삼공사의 역사에 남을 '반전 카드'로 남게 되었다.
이영미 : 7차전에 김선형 선수가 3쿼터 19점을 포함한 37점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당연히 감독으로서는 김선형을 막으려고 여러 가지 작전을 갖고 나오셨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뚫렸을까요?
김상식 : 김선형도 더 집중을 했을 것이다. 우리도 오마리와 먼로를 타이밍 적절하게 섞어가고 쓰리가드 썼다가 문성곤을 썼다가 하면서 그게 잘 맞아떨어졌다. 챔프전을 보셔서 알겠지만 7차전 연장전은 실력보다는 집중력 싸움이었다.
연장전 2점 뒤진 상황에서 모험수였던 스탭백 3점슛을 집중력있게 성공시킨 변준형.
비록 김선형의 활약상에 가려졌지만 변준형의 집중력은 KGC인삼공사의 우승의 발판이 되었다.
(풀영상 다시보기)
https://youtu.be/-4REZdeja2M
https://youtu.be/CYe0MVld0Uc
(트리플크라운 우승 후 김상식 감독의 소회와 각오)
과연 디펜딩챔피언 안양KGC인삼공사가 차기시즌에도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사과하는 KGC인삼공사 프런트)
죄송한 거 알아서 다행이네요 ㅎㅎ
첫댓글 우와, 직접 인터뷰 녹취 직접 다 따신 건가요? ㄷㄷㄷ
게시물이 너무 고퀄이라 정신 없이 읽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딴지 같지만, 김상식 감독 말고 팬들에게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했으면…어려운 시즌이 되겠지만 김상식 감독도 한단계 더 레벨업하길 기대합니다.
놀라운 수고와 내공이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김상식 감독의 마음 씀씀이 또한 놀랍습니다. 진정성이 특별하시네요. 올 시즌에도 KGC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깊은 사람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