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겨운 하루의 일과를 끝 마치고, 음료수 한 캔을
사들고서는 조금씩 홀짝이며 지하철 역으로 걸어 들어 갔습
니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텅빈 회색빛 대리석의 공간이 너무
나도 쓸쓸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그 고독함을 잊으려, 떨
쳐 버리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 나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한줄기 희망의 밧줄과도 같은 지하철위로 몸을 실었
습니다.
하지만 폐쇄된 그 공간이 오히려 더 쓸쓸해 보이더군요...
자그마한 웅성거림도 없는 고요함이, 침묵이, 그 고독함이
어색한 듯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람들을 보며 저 또한 고독감
을 이겨내려 어느샌가 비어버린 캔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
거나 찌그러뜨렸죠.
그러다 문득, 이 찌그러지고 텅 비어있는 캔의 모습이 저와
닮아 보였습니다. 아니, 저 자신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대부
분의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죠.
텅 비어있는 모습이, 홀로 쓸쓸히 남아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나도 닮아 보였거든요...
사람의 마음은 마치 빈 캔처럼 텅 비어있는것 같습니다. 텅
비어서 쉽게 찌그러지는 캔처럼 허무한 고독에 쉽게 상처 받
으니까요...
그래서, 상처 받기가 싫어서 서로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고독을, 상처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자신의 텅 비어있는 캔이 누군가의 따스한 음료수로 채워지길 바
라며 서로서로 부대끼는것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저는 오늘도 노력한답니다.
텅 비어버린 저의 찌그러진 캔을 누군가의 따듯하고 달콤한 음료
수로 채우기 위해서...
첫댓글 동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