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돈이다.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는 지독하게도 돈을 공략한다. 영화의 배경은 우리 시대 가장 자극적인 쾌락의 현장인 호스트바나 룸사롱 혹은 안마시술소이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밤문화이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육체적 거래가 등장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돈에 대한 화두가 깔려 있다. 쾌락이 아니다. 돈이다. 바로 이것이 [비스티 보이즈]의 지향점이다. 성적 쾌락을 위한 섹스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밤의 호스트바나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는 일반 사람들보다, [비스티 보이즈]가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호스트와 호스테스들이다. 실제로 호스트바의 주 고객층으로 알려진 호스테스들은 남자들의 술 시중을 들며 그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호스트바에 와서 푼다. 일반인들과의 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호스트와 호스테스들이 서로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고, 그들이 이런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다는 감독의 인식 때문이다.
승우(윤계상 분)는 호스트바 최고의 에이스다. 호스트바의 마담인 재현(하정우 분)은 승우의 누나인 한별(이승민 분)과 동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친구에게서 빌린 5천만원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비스티 보이즈]의 도입부는 호스트바 마담과 에이스인 재현과 승우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신형 BMW를 몰고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골프연습장에서 호쾌한 샷을 날리는 그들은, 밤이 되면 영업을 할 준비를 한다. 전문 미용사에게 머리를 매만지고 화저장을 하며 영업준비를 마치면, 새벽 2시. [어지러운 세상, 파이팅하자] 재현은 휘하의 호스트들을 다독거린다. 여성 고객들이 기다리는 방으로 선수들이 입장하고 마담인 재현의 화려한 입담이 펼쳐진다. 고객들은 대부분 호스테스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텐프로에서 일한다고 말하지만 실제와는 다르다.
[비스티 보이즈]의 큰 축인 승우와 재현의 캐릭터는 각각 다르다. 승우는 조금 차가우면서도 과묵한 귀족적인 이미지이고 재현은 능수능란한 화술로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펼쳐놓는다. 승우는 호스트바에 친구랑 함께 놀러온온 호스테스 지원(윤진서 분)과 눈이 맞아서 동거를 시작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과연 그들을 맺어주는 것이 사랑일까? 영화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들을 맺어주는 것도 헤어지게 하는 것도 모두 돈이다. 그들이 일하는 이유도, 술을 팔고 웃음을 팔며 몸을 파는 이유도 모두 돈 때문이다.
대부분 돈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 청춘들은, 돈의 유혹 때문에 성매매에 나서지만 실제로 돈을 만지지는 못한다. 밤의 향락산업은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모순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쾌락의 현장 이면에는 절박한 돈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윤종빈 감독의 인식이다. 그러나 [비스티 보이즈]의 문제는, 매우 선정적인 소재가 갖는 상업성의 유혹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치열하게 작가적 고민을 파고들지도 못한 채, 그 중간 자리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자극적인 이소재를 더 치열하게 요리했어야 했다.
승우의 사랑이 무너지는 것도 사실은 돈 때문이고, 재현이 동거하는 한별과 헤어지게 된 것도 돈 때문이다. 5천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재현은 한별 몰래 돈많은 다른 호스테스에게 작업을 건다. 야비하고 치사하기까지 한 재현의 작업과정은 돈의 노예가 되어가면서 변질되어가는 인간존재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반면에 승우는 지나치게 로맨티스트로 그려져 있다. 호스트바의 에이스인 승우가 순정남처럼 사랑에 목매다는 것은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한다.
상업적 야심에 비해 [비스티 보이즈]가 거둔 실적은 만족할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이 영화가 쾌락의 추구를 맹종하지 않고 있다는 점, 욕망의 하수구로 일컬어지며 천민자본주의의 전시장으로 생각되는 강남문화, 그중에서도 가장 선정적 소재인 호스트바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