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대청도에도 포격하면 면접 못보나 가슴 졸였죠" 밤에 귀가하면 가게 나가 몸 불편한 부모 돕는 효자
10일 오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백진성(17·대청고 3)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 꿈만 같아요. 꿈에 그리던 서울대에 합격해서 정말 행복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북한 땅이 보이는 인천옹진군 대청도에 사는 백군은 10일 발표된 2011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기회균형선발모집 특별전형으로 교육학과에 합격했다. 백군은 서해 5도는 물론이고 옹진군 출신으로도 첫 서울대생이 됐다.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울대는 190명을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뽑았고 경쟁률은 6.65대1이나 됐다.
백군은 대청도 면사무소 앞에서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살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섬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사교육 한번 받지 않았지만 이번 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 1등급(백분위 99%), 수리 2등급(95%), 외국어 1등급(99%)을 받았다.
▲ 10일 발표된 2011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해 서해5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대청도 대청고 3학년 백진성(17)군. /연합뉴스
백군은 지난달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아찔했다고 한다. 그는 "혹시 대청도까지 공격해서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며 "다행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아 12월 4일 면접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면접을 무사히 치른 백군은 전교생이 22명밖에 안 되는 작은 섬 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백군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는 "토요일마다 해병대 병사들이 가르치는 주말학교에 찾아가 국어·영어·수학을 배웠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청도에서는 고학력 해병대 병사들이 섬 학생들을 위해 과외 봉사를 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는 건 부럽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며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는 게 부러웠어요. 내 옆에 도시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백군이 섬에 들어온 것은 두 돌이 되기 한 달 전인 1995년 3월이었다. 인천에 살던 백군의 부모님이 백군을 태우고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백군 아버지 백영민(43)씨는 "앞에서 달려오던 승용차와 충돌해서 나와 집사람은 크게 다쳤는데 다행히 진성이는 다치지 않았다"며 "우리 부부가 1년 반 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진성이를 대청도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양쪽 다리 인대가 끊어지고 무릎관절이 깨진 큰 사고였다. 그 후유증으로 백씨는 양쪽 다리를 조금씩 절게 됐고, 육지에서 일을 할 수 없어 섬으로 들어왔다. 백군의 어머니 류석자(44)씨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불편한 몸으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키운 외아들은 효자였다. 밤 10시에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와 함께 선착장에 나가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가게 앞에 내놓은 박스와 쓰레기를 치웠다. 백군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저를 키우려고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 돕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라고 했다. 그런 아들에게 부모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아버지 백씨는 "섬에 데리고 들어와서 그 흔한 학원 한번 못 보냈는데 몸이 불편한 부모 돕는다고 나서는 아들이 참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는 아들은 부모의 자랑이자 기쁨이었다. 백군의 3학년 담임인 권태룡(50)씨는 "3학년에 올라와 본 모의고사에서 언어·수리·외국어는 언제나 1등급이었다"며 "진성이는 공부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백군은 클라리넷, 첼로, 오카리나, 가야금도 다룰 줄 안다. 백군의 꿈은 훌륭한 교육학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입시지옥'이라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저는 마음껏 독서도 하고 악기도 배우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다른 학생들도 저처럼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게 좋은 제도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첫댓글 백진성군의 서울대 합격을 축하하고, 그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발전 있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백군의 꿈대로 훌륭한 교육학자가 되어서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바꿔 주기를 소망합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부모님께 효도하고 훌륭한 교육학자가 되어주세요^0^
열심히 사는 모습 지켜볼께요 축하합니다^^
<희망이고 싶다> 의 또 한명 주인공이 추가되는 순간이네요. 아~ 남의 자식이래도 어찌 이리 대견하냐...
꼭 꿈을 이뤄 꺼지지않는 희망으로 영원하길.. 바랍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