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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제는 선수 참여의 문제다. 지난 창원과 남양주의 K3 경기에서 창원이 선수 부족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한 일이 벌어졌다. 선수 부족을 이유로 경기를 포기한 것은 창원이 처음이지만 다른 클럽도 이런 상황을 맞을 수 있다. K3 선수들은 전업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프로가 아니다. 물론 단체생활을 하며 방위산업체 혜택을 받는 선수들도 있고 대학축구부의 저학년으로 구성된 클럽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회사원, 점원, 사업, 유소년 코치, 군인 등 각기 다른 직업을 가졌고 사는 곳도 다르다. 심지어 제주도에 살며 경기 때마다 섬을 벗어나는 이도 있다.
이렇듯 생업에 종사하며 겸업하는 선수가 많은 탓에 선수 구성이 쉽지 않다. 각 클럽은 엔트리의 두 배수에 가까운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모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홈경기 사정은 원정보다 그나마 나은 편이다. 특히 장거리 원정의 경우 엔트리 구성도 힘겨운 클럽이 많다. 경기가 토요일에 치러지기에 토요일에 일을 하는 선수들은 장거리 원정 참여는 생각도 못한다. 이러다 보니 골키퍼 없이 경기를 치르기도 하고 교체 선수 없이 떠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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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세미프로나 아마추어 리그는 지역리그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의 3부리그 Serie C는 기본적으로 지역 분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Serie C는 C1a, C1b로 나뉘는데 C1a는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C1b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구성이 된다. 물론 승강제가 이루어지기에 반드시 북부와 남부로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그렇게 나누어졌다.
아르헨티나 역시 하위리그는 지역리그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교포 최병수 변호사가 구단주로 있는 데포르티보 꼬레아노가 속한 아르헨티나 4부리그 역시 48개 클럽이 6개조로 나눠 경기를 가진다. 그들 역시 최대한 비슷한 지역끼리 클럽을 나눈다. 아르헨티나 역시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승강제가 시행되기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이동거리가 멀어지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나 더 작은 지역으로 쪼개는 6부리그의 경우 이동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K3도 충분히 지역리그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현재 크게 중부와 남부로 나눌 수 있다. 중부리그에 9개 클럽(화성, 용인, 서울, 남양주, 양주, 파발, 부천, 고양, 포천), 남부에 7개 클럽(광주, 전주, 천안, 전주, 아산, 경주, 창원)이 지역리그를 시행한다면 각 클럽은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중부와 남부의 클럽 수가 차이를 보이지만, 이는 조정을 거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물론 여전히 남부의 이동거리가 멀지만 수도권까지 들어오는 이동거리에 비하면 엄청난 단축이다. 지역리그가 된다면 400Km 정도의 무리한 이동거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리그를 나누고 중부는 중부끼리, 남부는 남부끼리 리그를 치러 통합챔피언을 만들어 주면 된다.
반가운 것은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지역리그를 생각한다는 점이다. K3 연맹의 구상은 중부와 남부가 아닌 수도권-충청, 경상도, 전라도 이렇게 3~4개 권역이 되기를 희망하는 눈치였다. 올해는 참가 클럽을 늘리느라 시행하지 못했지만 장기적으로 지역리그가 살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올해에도 지역리그 출범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했다. 이제 두 돌. K3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 그러나 클럽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제도의 개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 사진 출처 : 플라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