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투스(invictus)는 라틴어
제가 졸역한 시, 하나 들려드립니다. ‘인빅투스’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인빅투스(invictus)는 라틴어로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이지요.
시야는 온통 어둠의 구렁텅이
나를 휘감고 있는 칠흑의 밤으로부터
나는 그가 어떤 신이든지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셨음에 감사드린다.
옥죄어 오는 어떤 무서운 상황에서도
나는 굴하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곤봉으로 얻어터지는 운명에 처해
머리에 피가 나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분노와 눈물로 범벅이 된 이곳 너머로
공포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도 짓눌림의 세월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태 두려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이 얼마나 좁은지, 운명의 두루마리가
얼마나 형벌로 채워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내 영혼의 선장이다.
인빅투스(invictus)는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가 쓴 시입니다.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스’는 고통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 지닌 영혼의 광휘가 빛납니다.
제가 오늘 ‘인빅투스’를 이 강론에서 나누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바로 타계하신 남아공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애송시였기 때문에 그를 추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 넬슨 만델라의 타계 소식을 들으며 큰 슬픔을 느꼈지만, 그가 이 시대에 보여준 정신이 우리 영혼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리라 믿으며 슬픔을 달랩니다. 그에 관한 영화, 인빅터스’를 바탕으로 그에 대해 나누며 이 대림 시기에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그는 진정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세례자 요한처럼 순교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진리를 외치다가 27 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한 사람입니다. 그는 세례자 요한처럼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짜가 아닌 진짜, 진짜 구루, 진짜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남아공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인종차별정책을 하던 나라였지요. 넬슨 만델라는 저항 운동의 지도자였고, 체포되어 27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흑인들의 저항을 받은 백인 지배층은 결국 1990년 인종차별 정책을 폐지하고,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흑인지도자를 석방해야 했습니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사 최초로 흑백 연합 정부가 수립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만델라는 참으로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진정한 승리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용서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영적 동반자였던 투투 대주교님의 영향이 거의 절대적입니다. 저는 넬슨 만델라를 투투 대주교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만델라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를 만들고, 그 책임자로 유명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성공회 대주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를 임명합니다.
지난 세월 동안 흑인을 탄압했던 백인들의 잘못에 대한 어떤 조치가 필요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참으로 지혜롭게 합니다. 투투 대주교는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면 민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과거사 청산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는 가해자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줌으로써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고, 놀랍도록 성공적으로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과거사 청산이 아무 문제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아니고, 이제 흑백 간의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도 아니지만, 잘못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면서도 응징이 아니라, 용서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의미입니다.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백인과 흑인이 하나 되는 남아공을 꿈꿉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인 흑백 갈등의 골은 너무나 깊었습니다. 오랜 갈등을 끝낼 통합의 길을 모색하던 만델라는 어느 날, 1995년 자국에서 열릴 예정인 럭비 월드컵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얻습니다. 영화 인빅터스에 만델라가 국가대표 럭비팀 주장을 불러 이 시, 인빅터스를 읽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영감으로 1년 후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지요. 럭비 우승으로 백인과 흑인이 하나 되는 화합의 물꼬를 터달라는 거의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입니다. 영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감은 시에서 옵니다.
저는 남아공의 대통령 만델라보다 그의 퇴임 후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서 느끼게 된 인간 만델라를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영화, ‘인빅터스’는 제가 좋아하는 그의 특유의 미소에 담긴 그의 온화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만델라는 대통령으로 당선은 되었지만, 참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요. 백인들에게는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로 알고 있던 만델라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은 대단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그 상황을 대통령 취임 첫날에 잘 보여줍니다. 백인 직원들은 보따리를 싸고 떠날 채비를 끝내 놓았습니다. 만델라는 이들을 집무실로 불러 말합니다.
“떠나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피부색, 언어, 이전 정부와 일했던 경력 때문에 떠나려 한다면 남아주십시오. 저는 여러분들이 필요합니다.”
만델라는 놀랍게도 당연히 흑인들로 구성될 줄 알았던 경호팀에 전에 일하던 백인들을 불러들입니다. 측근들의 항의에 만델라는 목숨이 달린 경호팀에 흑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득하지요. 두말할 필요 없이 대통령으로서 경호원은 자기의 생명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자리를 자기를 미워하는 줄 뻔히 아는 백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보통 영감으로는 불가능하지요. 흑백이 하나로 일하는 모습은 자기의 생명을 담보로 이루어내야 하는 막중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감이며 용기였습니다.
억압을 받았던 흑인들은 이제 자기들의 대통령 만델라가 멋진 복수를 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델라가 꿈 꾼 것은 그런 복수가 아닙니다. 아니, 진정한 복수는 바로 용서와 화해라는 것은 안 만델라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는 흑백 통합의 무지개 국가 즉 화해의 시대를 엽니다. 그 상징의 하나가 바로 경호팀이며, 또 하나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럭비팀입니다. 만델라는 흑백의 통합을 위해서 영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영감을 시, 특별히 ‘인빅터스’에서 얻은 그는 이제 스포츠라는 현대의 자극제에서 얻고자 합니다.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데는 스포츠만큼 힘을 지닌 것도 없습니다. 만델라는 흑백이 하나 되는 남아공, 무지개 국가를 건설하며 ‘희망의 아프리카’를 주도하기 위해 기존의 백인들 위주의 럭비팀, 스프링복스를 절묘하게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만델라가 보여주는 진실은 기존의 잘못된 상황이라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함, 통합을 통해서만 그것을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델라는 용서와 화해야말로 하나 되는 일치, 통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진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수아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정신, 영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럭비팀 주장 프랑수아는 만델라에게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그에게 애인이 묻습니다. 어떤 사람이냐고. 그가 답합니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그는 아마 달리 표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강한 인상을 받으면, 말은 힘을 잃게 마련이니까요.
영화에서 가장 깊이 남는 대사를 나눕니다.
프랑수아는 정말 궁금하여 만델라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27년간 가둔 자들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만델라가 그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합니다.
“용서는 영혼을 해방시키고 공포를 없애 준다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네.”
그렇습니다. 만델라의 말처럼 용서는 우리 영혼을 해방시켜 줍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이 바로 그것을 보여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가 시작되었고, 벌서 대림 2 주일입니다. 교회 전례력으로는 시작이지만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있는 대림 시기는 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돌아보는 때입니다. 이 때, 만델라의 타계를 계기로 살펴보게 되는 그의 삶은 우리를 깊은 성찰로 이끕니다.
첫댓글 용서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군요~~~~~^^ 누군가 아프게 하더라도 소리없이 그를 위해 기도해주는 진짜 사랑의 사람이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사랑하는 넬슨 만델라,
그 인자한 미소가 다시 그립습니다.
신부님의 글 속에서 지극히 존경했던 한 인물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힘을 주시는 사랑의 말씀...
항상 고맙습니다....^^
“용서는 영혼을 해방시키고 공포를 없애 준다네. 그래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