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처음 나올때부터, 비디오가 아닌 극장에서 꼭
보리라 별러왔 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았습니다.언감생심 마눌의 반대로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그제
마눌이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마시고 들어 오는것을 눈감아주는 '딜'을 하여 모처럼 오붓하고 마음편하게 잘
만 들어진 영화 한편을 감상할수 있었습니다.혼자 감상하는 영화는 스토 리에 몰입이 잘되고 좀 더 넓고 입체적으로 볼수있어 좋은것 같습니다 ^^
살인의 추억,정말 대단한 수작이라는 생각입니다.내
나이 스무살경때 부터 시작된 화성의 연쇄 살인사건은
꼭 잊어버릴만 하면 새로운 희생 자를 만들면서 매스컴을 장식하던 그 지긋지긋하던 연쇄살인의 기억..
살인의 추억은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이 돗보이는 영화였습니다.주연 배우들은 말할것도 없고 조연,단역 심지어 엑스트라들도 리얼한 연기 력을 보여주어 감독의
치밀한 캐스팅,연기지도를 짐작할수 있었습니다.또한
80년대 후반의 소규모 농촌 마을을 실감나게 재현하였으며 카메라 앵글에 잡힌 아주 사소한 부분도 세밀하게 배치하여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습니다.그리고
카메라를 들고서 배우들과 함께 뛰 면서 촬영한듯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이 시종 영화를 생동감 넘치게 해
주었습니다.전체적으로 작가주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었다고 보여집니다.
배우들의 대사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한 맛을 주었습니다. 조금도 오버하지 않는 절제의 미덕을
보여주었으며 실소,또는 폭소 를 자아내는 촌철살인의
대사를 곳곳에 장치하여 분명 스릴러 영화 임에도 어설픈 코미디 영화보다 자주 웃음을 터뜨리게 하여 지루할 새가 없었습니다.그리고 극 전개상 필요할때는
대사 한마디로 일순간 에 긴장속으로 몰아넣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한 배우가 특정 작품에서 너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잔상이 무척 오래 간다는 느낌을 이번에도 받았습니다.이는 취화선에서 보여주었 던 최민식의 연기에서도
느꼈던 것인데요,취화선에서 최민식은 조선 말기 예술가이자 중하층 계급이면서 다소 복잡한 정체성을 품고
살았 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원 장승업을 연기하면서
전작 파이란의 삼류 양아치였던 이강재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많이 차용함으로 화원 장승업이라는 캐릭터 창조에 실패한것으로 보였습니다.송강호는 그정 도는 아니었으나 대개 지역출신의 토박이들이 근무하는
시골 경찰서 (경기도 화성)의 형사 역할을 하면서 No3에서 보여주었던 불사파 두 목 조필의 경상도 어투를
많이 보여주어 조금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송강호의 짝으로 나왔던 김상경의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제법 과학 적인 수사를 한다고 자부하던 한 형사가 도무지 꼬리를 잡을수 없는 희대의 살인마에게 끊임없이 농락당하면서 심리적으로 말려가는 과정 을 잘
연기해준것 같습니다.영화가 끝나갈 즈음 자신이 범인으로 확신 하였던 용의자가 무혐의로 밝혀지자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총 으로 쏴 죽이려고 하던 신들린듯한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종반무렵,이런 장면이 나옵니다.화성읍내의 조그만 식당.티브이 에서는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의 가해자였던 문귀동이에 대한 성고문 유죄판결을 보도하는
뉴스가 나옵니다.그 식당에는 화성시내의 사건 용의자들을 닥치는 대로 군화발로 찍어대는 또 다른 고문경찰 송강호 의 부하가 술을 마시고 있고 그 옆자리에는
대학생들로 보이는 남녀 젊은이들이 있습니다.젊은이들이 뉴스를 보다가 "저런놈은 좆을 짤라 버려야 한다"고 말하자 옆에서 술을 먹다 꼭지가 돌아버린 악질
고문 경찰인 송강호의 부하가 예의 군화발로 그 젊은이들을 발로 차고 찍 고 식당을 모두 엎어버립니다.그러나 자랑스러운 우리의 열혈 청년들 은 굴하지 않고
고문경찰과 죽기살기로 맞서 싸우는 대견한 투지를 보여줍니다.자랑스러운 우리들의 선배들 동지들이 그러했듯이..
감독이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인의 추억은 스릴러물 인듯 싶지만 사실은 군사독재 시절,국가 공권력의 가공할 폭력성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사회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국가 공 권력의
제일 하빠리 조직인 시골 경찰서의 말단 형사가 눈꼽만한 혐의만 있어도 시민들을 잡아다가 무자비하게 저지르는 가공할 인권 유린은 그야말로 끔찍합니다.공식적인 기록으로도 남아있지만 경찰서 에서 정식으로 조사받은 용의자만도 수천명에 이르는데 그들이 끌려 가서 '공권력'에게 당했을 인권유린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갔습니다.
군화의 앞코에 헝겁쪼가리를 씌어서(맞은 사람한테서
군화자국이 안 나오게 하려고)이단 옆차기를 하면서 퍼부어대는 무지막지한 폭력은 동생이 중앙정보부의 고위직으로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고문끝에 죽어 간 최종길 교수,박종철 열사,권인숙씨등을 기억의 저편에서
불러내는 아픔도 함께 줍니다... 살인의 추억.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나고 사회적 시사성도 뛰어난 근래
보기드문 수작이라는 생각입니다.아직 안 보신분들께
강추합니다^^ 지금 흐르는 음악은 살인의 추억 OST입니다..
첫댓글 상섭님! 인제 영화평론가로 진출하셔도 되겠습니다. 요즈음 알록달록한 그림도 잘 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