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탐방의 일정으로 들렀던 음식점,강촌쌈밥집의 음식이 깔끔하고 맛깔스러워,오늘 다시 찾았습니다.
그 날은 전문 가이드가 예약한 곳이라 그냥 따라갔는데,음식점 외부가 너무 허술해 보여서 과연 음식맛이 좋을지 미심쩍었는데,막상 맛을 보니,생각외로 맛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네요.
수육은 쫄깃하면서도 잡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삼겹살부분이라 지방층이 꽤 있는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각종 유기농 쌈채소는 큰 쟁반에 수북이 놓이고,모듬장아찌는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있었고,멸치볶음도 레시피와 조리방법을 물어보고 싶을만큼 맛깔스러웠습니다.
김치도,나물도,치커리 초무침도 간이 맞고 맛있었습니다.
영양돌솥밥도 알맞게 뜸이 들고 검은 쌀을 섞고, 드문드문 섞인 콩이 씹히는 맛도 구수했습니다.
앞앞이 주는 된장찌개도 알맞은 양에 깊은맛이 있었습니다.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내는 깨끗했고,입구의 신발장이 특이했습니다.
대부분 음식점엔 신발을 얹을 신발장만 있고,'신발 분실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란 팻말만 있기 마련인데,
이 집은 목욕탕 신발장처럼 신발을 넣고는 잠글 수 있는 장치가 되어있었습니다.
비싼 신발 잊어버릴가 봐서 전전긍긍하며 식사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친구가 미국에서 산 SAS신발을 음식점에서 잃어버린 사건이 생각납니다.
그리 좁지 않은 실내지만,계속해서 들어오는 손님으로 빈 자리가 없었고,심지어는 번호표를 나눠줘서 기다리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우리는 미리 예약한 덕분에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요.
음식의 맛이 있고없고는 손님수를 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강촌쌈밥집은 손님이 끊이질 않고 들어오고,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나가고 있었습니다.
성북동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고,차도 사람도 빈번하게 다니는 길이 아닌데도,쌈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음식맛은 있고 가격을 저렴하니 우리처럼 먼데서도 찾아오니까요.
오늘은 동네 친구내외랑 함께 점심을 예약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11시에 지하철 역에서 만나,충무로에서 환승하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출구로 나왔습니다.
계속 직진,약 2km쯤 가다 길을 건느면 됩니다.
강촌쌈밥집 바로 앞이 버스 1111번 종점입니다.
12시에 예약했는데 15분 지각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걸어오는 시간이 꽤 많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미 실내에는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안내하는 자리에 앉자 음식을 내왔고,친구와 나는 한 번 먹어본 음식이지만,두 남자는 처음입니다.
우리가 맜있다고 권유해서 오게 된 것입니다.
혹시 이 걸 먹으려고 이렇게 먼곳까지 오게 했느냐고 할가 봐서 약간 긴장이 되었습니다만,기우였습니다.
"맛 있지요?"
친구와 내가 동시에 물었더니 기대에 맞게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아주 맛있다'고 해서 우린 마주보며
'거 봐요,우리 말이 맞죠?'라는 의미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주 맛있게, 반찬은 몇 번을 더 리필해 달라고 해서 깨끗하게 빈접시로 내놓았습니다.
친구내외와 함께 만나 식사하는 자리는 언제나 남자,여자 편을 나누는 것처럼 자리도 그렇게 앉고 대화도 완전히 다릅니다.
두 남자는 키도 비슷하고, 경상도 출신으로 성격과 정서도 비슷하여 만나면 할 이야기가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우린 우리대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으니 서로 죽이 잘 맞는 셈입니다.
성격 급한 두 사람은 저 멀리 걸어가고 우린 뒤에서 천천히 따라 갑니다.
길거리에서 기름냄새를 진하게 풍기면서 호떡 굽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호떡 드시고 가세요"
교회에서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떡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우린 고소한 호떡냄새에 이끌려 서 있었더니 종이컵에 금방 구워낸 따끈한 호떡을 한 개씩 담아 손에 쥐어주면서,'교회에 나오세요'라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엉거주춤 어색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갖구운 호떡은 배가 부른데도 맛이 있었습니다.
나 혼자였다면 감히 길에서 호떡을 받지도, 먹지도 못했을텐데,친구와 둘이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둘이서 마주보며 웃으며 아이들처럼 호떡을 먹으며 천천히 걸어오니, 두 남자는 역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네 친구내외랑 우리 내외가 가끔씩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이 대단합니다.
식사비는 딱히 순서는 없지만, 한 번씩 내고있습니다.
적은 비용 대비 큰 호사를 누리는, 이런 만남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강남에서 강북까지 멀리 간다면 위에 글처럼 음식맛이 보통 아닌것을 짐작하겠어요.
강촌 쌈밥집 기억에 두고 갈 기회를 마련해야겠어요
가시면 후회 안하실 거예요.
음식맛이 개인차가 심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우리 입맛엔 딱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늦깍기 부부동반 친구가 되어 화기애애한 식사 장면 두번째 읽게 되네
남편끼리 투합하기는 어려운데 좋은 이웃 친구 되어 기쁘겠어요.
강촌 집 주소나 전화 번호 좀 줘요.
전화 : 02-766-2557오후 9시30분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279-1
휴무일 : 첫째주, 둘째주, 넷째주 금요일
영업시간 : 오전 10시
인기메뉴 : 쌈밥정식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