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관계적인 존재이다. 인생은 관계에서 시작해서 관계로 끝난다. 만남, 관계, 사랑 등은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이다. 오래전 배낭을 메고 성지순례를 5개국을 다녔다. 배낭여행과 단체여행은 장단점이 있다. 배낭 여행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보고 싶은 곳을 볼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단체여행은 시간은 절약되지만 보여 주는 것만 보고, 들려주는 것만 듣는다. 배낭여행을 마치고 여행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여행은 만남이다, 길을 걸으며 오늘의 사람을 만나고, 유적지를 방문하여 어제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일의 나를 만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역사가 일어나고,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란 영화가 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이다. 과거에는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감상했는데, 이번에는 상담자의 입장에서 상담기법과 연관하여 보았다. 상담에는 경청, 공감, 반영, 명료화, 직면, 해석 및 질문 등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영화속에서 숀 교수는 윌과 8번의 상담을 한다. 영화 속에서 숀 교수가 사용했던 상담기법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영화 내용
어린시절에 입양과 파양을 거듭하며 학대를 당한 천재 청년의 이야기다. 그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막노동을 하면서 MIT 대학에서 청소를 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MIT의 유명한 수학 교수 ‘제랄드 랭보’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천재적인 윌의 수학 실력을 보게 되었다. 랭보 교수는 천부적인 수학 재능을 가진 윌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윌의 성격은 야생마와 같았다.
윌의 행적을 찾던 중 폭력으로 실형을 선고를 받은 윌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그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판사는 윌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것과 랭보 교수가 규칙적으로 만나는 것을 조건으로 풀어주었다. 두 명의 상담자가 상담자가 윌을 만났다. 첫 번째 상담자는 윌의 말에 동조해 주는 것 같으면서도 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눈높이를 내담자에게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에서 그를 판단해 버렸다. 두 번째 상담자는 최면으로 윌의 무의식을 끓어 올려보려고 했으나 결국 그의 장난에 화가 나서 포기해 버렸다.
랭보 교수는 친구인 ‘숀 교수’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한다. 숀 교수는 윌과 비슷한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윌은 숀 교수를 만나면서 마음이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7번째 상담에서 숀 교수는 윌에게 같은 말을 10번이나 반복한다. “네 잘못 아냐”(It is not your fault). 윌도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도저히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문제를 직면하게 하는 숀 교수의 반복되는 말에 결국 윌은 숀 교수의 품에서 통곡을 하며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연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스 케슬러가 쓴 ‘인생 수업’이란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용서해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나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까지 자신을 용서해야 합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어도 스스로 용서해야 합니다.”
윌은 사랑했지만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 먼저 이별을 통보했던 첫사랑 ‘스카일라’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것으로 영화의 막을 내린다. 윌의 친구가 덩 빈 집 안을 바라보는 장면은 마치 윌의 마음을 대신하여 주는 것 같았다. 윌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곳을 향하여 떠난 것이다.
2. 8번의 상담과 상담기법
첫번째 상담
첫만남은 탐색의 시간을 갖는다. 경청하고 관찰해 가면서 차근차근 윌을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숀은 직접적으로 윌의 문제를 지적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윌의 문제를 찾을 수 있도록 취미와 관심사 등을 언급하면서 라포 형성을 위한 개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윌은 상담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지능적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숀의 감정을 건드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숀 교수는 윌의 멱살을 잡고 만다. 역전이가 일어난 것이다. 상담자가 상담 장면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역전이 현상을 보인 것은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이며 내담자와의 라포 형성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숀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번째 상담
숀 교수는 상담의 장소를 공원으로 옮겼다. 숀은 윌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직면하게 한다. 직면은 내담자의 사고나 감정, 행동에 있는 어떤 불일치가 도전하는 상담자의 반응이다. 직면을 통한 도전은 내담자에 관련되어 있으나 문제해결에 방해가 되는 모순, 불일치, 왜곡, 회피, 게임, 변명, 속임수, 연막치기, 각종 방어기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직면의 목적은 내담자의 성장에 방해하는 방어에 대한 도전으로 이끄는 것이다. 숀은 윌에게 어린 아이 같은 모습, 고아,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을 직면시킨다. 직면은 윌이 스스로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자신이 누군지 스스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나도 관심을 갖고 대해주마. 네가 선택해.” 이렇게 직설적인 직면은 윌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여지를 주었다.
직면은 내담자의 행동에서 모순이나 불일치를 지적하여 내담자가 스스로 통찰하고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기법이다. 내담자를 조건 없이 이해해주고, 공감을 표현해 주는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공감이 따뜻한 솜이불 같다면 직면은 날카로운 칼과도 같다. 내담자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경우 깊은 상처를 받아 상담자와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도 있고, 강하게 저항할 수도 있다.
세번째 상담
윌은 스스로 상담실을 찾아왔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숀 교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숀 교수는 윌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침묵, 기다림, 인내기법으로 윌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윌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며 함께 침묵을 했고, 숀 교수는 윌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열고 말을 할 수 있도록 오랜 침묵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침묵의 대화’만 하다가 시간이 되어 헤어졌다.
침묵이란 '아무 말없이 잠잠히 있음'을 뜻한다. 상담에서 침묵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느낌과 생각에 대한 동의 혹은 내담자의 자기탐색을 위한 상담자의 의도적인 침묵 행동 등의 침묵은 ‘말의 부재’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침묵은 강력한 언어기도 하다. 다문 입은 백 마디 말보다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네번째 상담
초반에 침묵이 흘렀다. 결국 윌이 숀 교수에게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윌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된 만남이다. 내담자의 사사로운 이야기 중에도 상담자는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숀은 자기노출을 통해서 신뢰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숀은 아내의 방귀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배꼽을 잡고 웃었다. 자기노출이란 상담자가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생각, 감정, 경험, 가치, 판단, 정보 등을 내담자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다섯 번째 상담
숀은 윌에게 야구와 아내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밤을 새워 어렵게 구한 표를 친구에게 건네고 술집에서 처음 만난 여자와의 데이트를 선택한 자신의 경험을 말해줌으로써 실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숀은 네번째 만남보다 더 많은 자기노출을 하면서 윌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담자에게 수치감을 감소시키기 이한 도움을 주거나 동일한 경험으로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을 나타내 줌으로 내담자에게 희망을 주거나 상담자가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되는 것이 상담자의 자기노출이다. 상담자가 자신의 경험이나 적절한 정보를 나눔으로 내담자로 하여금 더 열린 마음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기노출인데 잘못 남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지침과 유익성,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 번째 상담
숀은 윌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할 기회를 주지만 윌은 대답하지 못하고 자꾸 겉돈다. 숀은 윌에게 묻는다. “정말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청소부 일이 고귀하다는 윌에게 “왜 하필 세계최고의 MIT에서 청소부를 하는 거야? 청소부가 고귀한 직업이라서 그런 것 같지 않구나.”라며 문제를 직면시킨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라는 질문에 “양치기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자, 숀을 그를 꾸짖는다. “똑바로 눈뜨고 말해 넌 뭐가 되고 싶니? 그 놈의 헛소리, 넌 누구에게나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너는 간단한 질문에도 정식한 대답을 못하지. 왜냐하면 넌 너를 잘 모르기 때문이야” 질문기법을 통해 내담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에 대해 스스로 깨어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상담자는 질문을 할 때 개방적인 질문, 구체적인 질문, 비난조가 아닌 질문, 단일질문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내담자도 상담자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때,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질문을 존중하는 태도, 성실한 태도로 반응해야 한다. 질문 그 자체 내용보다는 그 질문의 이면에 깔린 의미와 속뜻을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곱 번째 상담
마침내 윌은 가슴 깊은 곳에 꾹 눌러 놓았던 감정을 터트린다. 어릴 때 의부에게 당했던 참담한 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윌은 자신 속에 분노, 자괴감, 억울함 등의 수많은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숀 교수는 윌이 두려움 가운데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였던 아동학대의 경험을 자기경험에 비추어 진실된 마음으로 공감해준다. 숀 교수는 “It’s not your fault.”라고 10번에 걸쳐 반복함으로써, 윌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오열하는 윌이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오열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공감(empathy)과 동정(sympathy)이란 말이 있다. 공감은 '안에서 고통'(em+pathy)을 느끼는 것이며, 동정은 '함께 고통' (sym+pathy)을 느끼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공감과 동정은 상대방의 고통에 대해서 알아가려고 하지만, 그 고통을 이해하는 위치가 어디인가에 따라 공감과 동정이 다르다. 숀 교수는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기에 ‘Sympathy’가 아닌 ‘Empathy’를 할 수 있었다.
여덟 번째 상담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는 윌에게 “네 마음을 따라 가렴. 그러면 괜찮을 거야.”라며 윌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며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포옹을 하면서 “환자와 의사가 이래도 되는 거냐?”는 윌의 질문에 “내 엉덩이만 넘보지 않으면 괜찮아.”라며 상담의 끝을 유머로 상담을 마무리한다.
영화를 보고 “상담이란 무엇이며, 상담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를 아래와 같이 내렸다. 상담은 상담자가 거울이 되어 내담자가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라 백조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다. 우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이고 거룩한 나라요 주님의 소유된 백성입니다. 하나님은 “너는 내 것이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말씀하셨다. 위대한 상담자이신 예수님은 우리도 좋은 상담자가 되기를 원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