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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라
글쓴이 이기영 / 등록일 2023-05-09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리포트(World Happiness Report) 2022’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 중 36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핀란드가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상위 20개국 중 15개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훨씬 상회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세계적인 K팝 그룹 BTS는 물론 아카데미상 영화 ‘기생충’과 에미상을 휩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문화강국인데 왜 국민들이 이토록 불행하게 살까? 이는 한국정치가 사익을 추구하는 지나친 무한경쟁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으로 생각되며 소선거구제 대통령 중심제 정치 체제가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에서 들어온 유물론적 기계론에 근거한 극한 좌우 이념대립으로 강대국들의 대리전인 6.25동란으로 44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지금도 휴전상태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세대별로 생각이 달라 가족이 붕괴되고 지방도 동서 영호남으로 갈라져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세계 정상의 행복국가들은 대부분 북유럽에 위치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이다. 따라서 이젠 단 0.1%만 높아도 모든 권력을 싹쓸이해 사표가 절반이나 나오는 소선거구제를 퇴출시키고 사표를 줄이고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 국정을 펼쳐 나가야 되는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확대·강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요즘 동창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덜컹 겁부터 난다. 많은 친구들이 가족이 붕괴되거나 파산해 도움을 요청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여럿 있고, 믿음직한 정부와 투명경영으로 유지되는 기업들, 그리고 사람들의 안전과 개인적 자유가 잘 보장되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서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로 부패, 무관용, 취약한 사회적 지원, 낮은 자율성을 꼽았다. 물론 이는 좌우 정치적 갈등이 불씨가 된 치열한 경쟁과 양극화, 취업난, 불안한 노후, 높은 집값이 주요 원인이다. 이는 역대 한국 정부가 오로지 경제발전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기업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의 지나친 희생을 강요해 왔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현재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대통령제가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한국 사회에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생각된다. 독일은 비례대표 명단을 16개 주별로 작성해 어느 주든 특정 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선거 결과는 안 나온다. 따라서 득표율대로 정당의 의석을 배분하는 표의 등가성이 보장돼 지역 일당 지배체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다수당도 과반수를 넘기 어려워 다른 정당들과 연정을 해야 효율적이고 안정된 정권을 만들 수 있다. 두 해 전 퇴임한 기민당 메르켈이 이끌던 대연립 정부는 80%가 넘은 지지율로 18년 동안이나 안정된 정권을 유지해왔다가 사민당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의 지지를 받던 독재자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식 대통령제를 더 강화해 세계에 유래없는 총통제에 가까운 제왕적 대통령제를 만들었다. 4.19혁명 직후 잠시 내각제를 실시했지만 내각제로 혼란한 정국을 구실로 삼아 쿠데타로 장기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권이 잘못된 홍보를 해서인지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가 내각제를 채택해도 한국에서는 좌파나 우파 모두 대통령제를 유일무이한 제도로 숭배해 왔다. 한국인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내각제 하면 일본만 떠올리는데 이미 우리 국민들의 의식은 아시아 최고의 민주화 정치경험을 통해 매우 역동적이어서 결코 일본처럼 일당 장기집권으로 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식, 영국식 내각제도 있는데 우리나라엔 국왕 제도가 없으므로 독일식이 더 가까울 것이다. 독일 내각제엔 대통령이 있지만 명예직이고 실권은 모두 총리가 행사한다. 요즘 한국처럼 국민이 철저히 배제되고 대통령이 모든 실권을 행사해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언어가 세계적 가십거리가 되는 해괴한 일은 독일식 내각제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온 국민과 정당들이 서로 장기간의 토론과 숙의를 통해 국정현안을 결정하므로 혼란스럽지도 않다.
요즘 다가오는 총선의 선거법 개정 시한을 앞두고 각 당과 의원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가 선거법 개정안이 올라오자 개혁성향이 강한 초선의원 모임이 제대로 된 선거법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국은 지금 지역구가 253석이고 비례대표가 47석밖에 안 돼 300석으론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다. 그럼에도 국힘당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의원수 증원을 막고 대구?경북 지역을 싹쓸이 하기 쉬운 최악의 소선거구제만 주장하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지역구를 200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자고 주장한 바 있다. 2명 내지 3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도 거대 정당이 나눠 가지거나 영호남에서는 한 당이 다 독식해버리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제도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법을 내리고 독일식 다당제 연정을 선언했던 민주당은 윤대통령의 방일망언으로 국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총선 지형이 유리해지자 당론을 발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무려 180석까지 갔던 의원수로도 파벌싸움에 매몰돼 지금까지 개혁다운 개혁을 거의 못해 국정 지지율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다수의석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명동선언으로 위성정당법도 내리고 의원총회를 열어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우린 헬지옥에서 오징어 게임하는 극한 대립으로 생긴 이 불행한 세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다수의석에만 연연하지 말고 역사에 길이 남는 행복한 나라를 만든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버리지 마시라. 지금은 우리나라가 ‘비례대표제 다당제 연정’으로 나라를 평화롭게 바꿀 절호의 기회이다. 우리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듯 국회 결정만 기다리지 말고 비례대표제와 직접민주주의를 확대 논의하기 위한 ‘시민의회’를 만들어 보자.
글쓴이 / 이기영 (호서대학교 명예교수, 노래하는 환경운동가, 전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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