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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펴낸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4〉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올해 인류의 최대의 위협으로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전문가 1490명에게 2024년에 닥쳐올 34가지 지구적 위험 가운데 복수로 선택하게 한 결과 66%가 극한의 날씨를 꼽은 것이다. 향후 10년 내 인류가 직면할 글로벌 위험에 대한 예측에서도 기상이변을 1위로 꼽은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전 세계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를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1
이렇게 기후 위기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사실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정,2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등을 통해 이미 경고된 바 있지만, 안타깝게도 전 세계 대응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작년에 발표한 〈2023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에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이 지금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8도나 상승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3 또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최소한 1.5°C 이상 상승할 확률이 66%라는 전망을 밝혔는데,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4 이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이 곧 무너진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고에서 기후 위기 상황과 원인을 살펴본 후, 한국 교회가 생태 목회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 목회 과제는 무엇인지 다섯 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 위기의 실태
최근의 기상이변 상황을 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3년 7월, 이제 지구촌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5고 한 말이 실감난다. 2023년의 기상이변 상황을 살펴보자.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지구는 “12만 5천 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였다. 2023년은 사상 최악의 산불이 전 세계를 덮친 해이기도 했고, 전례 없는 폭염, 폭설과 한파,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겪은 해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 재난 통계 자료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2023년 전 세계 기후 재난은 249건 발생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최소 1만 2천 명이 홍수, 산불, 사이클론, 폭풍,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중략) 이중 폭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 대비 340% 증가했으며,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79%,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대부분 지난 9월 폭풍 다니엘로 홍수가 발생하며 리비아에서 기록적인 사망자 수(약 6천 명 사망, 9천여 명 실종)가 나타난 것에 따른 결과다. 이처럼 기후 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이변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심각해지고 있다.”6
이러한 기상이변 현상은 금년 초부터 또다시 전 세계를 강타했다. 연합뉴스 보도를 살펴보자.7 “새해 첫 주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은 수일간 이어진 폭우로 물난리가 났고 북유럽에는 25년 만에 기록적 한파가 닥쳐왔다. 1월 5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전날부터 밤새 쏟아진 폭우로 이날 오전 기준 전역에 300여 건의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중략) 이로 인해 영국 각지에서 기차 운행이 멈췄으며 런던에서는 4일 길이 물에 잠겨 최소 50여 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는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우로 댐이 일부 범람해 마을과 농지가 잠기는 일이 벌어졌다. 북유럽에는 기온이 영하 40℃ 아래로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노르웨이 기상청에 따르면 5일 오전 노르웨이 북부 카우토카이노 지역 기온은 영하 43.5℃로, 25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스웨덴 북부는 이보다 더 추워 이날 영하 43.8℃까지 내려갔다. 이는 1999년 이래 가장 추운 1월 날씨다. 북유럽 국가들은 지난주 내내 불어닥친 한파로 주요 도로가 결빙으로 폐쇄되고 교통이 마비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기후 위기의 원인IPCC는 2021년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 그룹 보고서〉를 통해 “대기와 해양, 육지 온난화가 인간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8고 했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인간의 영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첫째로,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 때문이다. IPCC 주장대로 기후 위기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체제의 토대 위에서 등장한 시장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때문이고, 구체적으로는 자본주의 기업 때문이다.9 무한한 경쟁과 끊임없는 성장을 특징으로 하며, 더 많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자본주의(기업)는 그동안 자연을 상품 생산을 위한 자원의 무한한 공급원으로 또는 자연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여기면서 번영을 누려 왔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기업)는 지구의 생물과 무생물 자원을 착취하고,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대기와 물의 오염, 토양의 황폐화, 삼림 남벌, 생태 다양성의 파괴를 초래하면서 이윤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 자본주의(기업)는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10
셋째로, 기후 위기는 만물의 중심과 모든 가치의 중심에 인간을 두는 인간중심주의와 인간을 서로 분리된 그리고 지구로부터 고립된 존재, 고립된 개인으로 보는 개인주의적 인간관에서 비롯됐다. 인간중심주의는 지구의 다른 존재들을 인간의 이득을 위해 사용될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11
넷째로, 기후 위기는 이원론적 지배 의식에서 비롯됐다. 데카르트 이래 사유의 주체가 객체와 분리되는 이원론적 사고는 실재를 영혼/육체, 남성/여성, 인간/자연, 백인/유색인, 부유한 자/가난한 자, 문명/자연, 문화인/야만인, 선진국/후진국 등으로 나눈 후 양자 관계를 우월과 열등의 관계로 보고, 후자에 대한 전자의 지배를 정당화한다.12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러한 이원론적 지배 의식에 의해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가 초래됐다.13
다섯째로, 기후 위기는 기계론적 자연관에서 비롯됐다. 기계론적 자연관은 자연을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이는 물질로 바라보고, 자연을 인간의 필요와 쾌락을 위해 이용될 물건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이다. 이렇게 기계적 세계관은 자연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기계로 다룸으로써 생태계 파괴 결과를 초래했다.14
여섯째로, 기후 위기는 소비주의에서 비롯됐다. 소비주의란 인간의 욕망을 무한히 충족되어야 할 인간 본성으로 간주하며, 소비를 통한 욕망 충족의 결과로 자신의 정체감,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행복함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가치 체계를 말한다.15 이러한 소비주의 문화에 사로잡힌 소비지향적 인간은 쓰고 버리는 생활양식을 당연시하고, 새로운 상품을 갈망하는 노예가 돼 한계를 모르는 소비 생활을 함으로써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한국 교회가 생태 목회를 해야 하는 이유생태 목회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녹색의 가치, 생태적 가치를 가지고 지구 돌봄의 책임, 생태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목회를 말한다. 한국 교회가 생태 목회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첫째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 생태계가 하나님을 계시하는 하나님의 창조물(롬 1:20)이기 때문이다. 지구 세계는 하나님이 거하시는 하나님의 집(엡 4:6)이다. 둘째로 그리스도인이 수행해야 하는 최고 계명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계명이기 때문이다(마 22:37-40). 우리가 하나님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창조물이고 하나님의 계시의 증거물이요, 하나님의 집인 지구 세계가 파괴되는 걸 보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면 우리의 후손과 우리 이웃의 생명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는 걸 보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요한계시록 11:18에서 이십사 장로들은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실 때로소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지구 돌봄의 책임을 맡은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누구보다 하나님의 집인 지구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 목회의 과제
1. 녹색 교회 형성의 과제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 생태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생태 목회는 무엇보다 우리의 교회를 녹색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 녹색 교회를 정의하기 전에 먼저 녹색의 의미를 살펴보자. 색상 심리학에서 녹색은 균형과 조화의 색상이고, 성장의 색상이다. 또 그것은 머리와 가슴, 가슴과 정서의 균형을 잡아 주는 색상이고, 사랑과 양육의 능력을 주는 색상이다. 녹색은 고갈된 에너지를 갱신하고 회복한다.
그것은 현대인의 삶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행복감을 회복시켜 주는 성소다. 하나님이 지구를 녹색으로 채우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녹색은 자연 사랑, 이웃 사랑을 증진시키는 색상이며, 관대하고, 친절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색상이기도 하다.16 이런 상징적 의미에 바탕을 두고 생태학적 위기 상황 에서 나온 말들이 바로 녹색 가치, 녹색 운동, 녹색 정치, 녹색 경제, 녹색 교회, 녹색 신앙, 녹색 영성 등이다. 이 용어들은 모두 생태 위기를 인지한 사람들이 그 위기를 만들어 낸 잘못된 사고 체계와 사회 체제를 거부하며, 새로운 사고 체제와 새로운 사회 체제 형성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녹색 교회란 무엇인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녹색 교회란 생명, 생태, 성장, 사랑, 양육, 회복, 치유, 새롭게 함, 다시 태어남, 관대함, 조화, 균형 등의 녹색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생태적 책임, 지구 돌봄의 책임을 다하려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신학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하나님 사랑, 생명 사랑(생명 존중), 이웃 사랑, 자연 사랑의 정신을 가지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라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녹색 교회 운동은 곧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2. 성경적 생태 의식 고취의 과제
생태 목회는 성경적 토대 위에서 생태 의식을 고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생태학자 가운데는 성경이 생태계 위기를 낳은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성경의 잘못된 해석으로 기독교가 생태계 파괴 등을 부추기고 정당화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역사 속 기독교가 여러 면에서 성경을 편협하고 잘못되게 해석해 온 오류, 예를 들면, 원주민 학살, 제국주의, 노예제도, 불의한 권력 지지, 여성 차별, 자연 파괴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잘못된 성서 해석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올바른 성서 해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성경이 자연 적대적인 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연을 인간 마음대로 훼손하거나 파괴해도 된다는 사고는 성경 어디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서의 자연관을 보면, 성경 안에서 자연은 하나님을 증거하는 매개물로 나타난다. 시편 19:1-4를 비롯해 성경의 여러 구절에서 자연은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을 증거하는 놀라운 역할이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또 자연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존재이고(시 148:3-13), 자연은 하나님이 즐기시는 대상이며(잠 8:30-31), 자연은 모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자원이다.17 그리고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지구 동산을 돌보는 정원사로 부름받은 자로 규정한다.
이런 점에서 성경은 자연 적대적인 책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 친화적인 생태학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는 그리스도인이 지구 정원사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생태 의식을 고취시키고, 생태학적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감사, 겸손, 경청, 공감, 공생, 공존, 희망, 균형, 나눔, 멈춤, 분별력, 비움, 창조성, 사랑, 풍성함, 필요, 아름다움, 용기, 정의, 지혜, 책임감, 평화, 내면적 성숙, 배려, 봉사, 신뢰’ 등을 생태학적 가치들로 제시한다.18
3. 생태 영성 추구의 과제
생태 목회는 생태 영성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생태 영성이 없이는 생태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기와 의미를 부여하는 추진력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19 잘못된 인간관, 잘못된 자연관,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삶의 방식이 지구의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사실로 인해 생태학은 곧 영성 문제일 수밖에 없다.
생태 영성이란 무엇인가? 첫째로, 생태 영성이란 생태학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영성을 말한다. 즉 생명 파괴적인 죽임의 현실을 자각하는 죽음 자각의 영성이요, 동시에 죽임의 세력에 저항하는 생명의 영성이다.
둘째로, 생태 영성은 생명 사랑의 영성이다. 몰트만의 지적대로 참된 영성이란 충만하고 나누어지지 않는 생명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다.20 몰트만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하나님을 사랑할 때, 나는 육체의 아름다움과 율동의 리듬, 눈빛, 포옹, 이 오색찬란한 창조 세계의 온갖 느낌, 향기, 소리를 사랑합니다. 나의 하나님,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 나는 모든 것을 포옹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창조 세계 안에서 내 모든 감각으로써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처럼 생태 영성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창조 세계를 사랑하는 생명 사랑의 영성이다.
셋째로, 생태 영성은 인간과 자연의 영성을 아우르는 통전적 영성이다.21 전통적 신학과 영성은 하나님의 구원을 주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만 찾았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자연을 결여했고, 자연은 하나님을 결여하게 됐다. 자연 영역이 구원 영역에서 배제된 것이다. 그 결과 오랫동안 기독교는 자연을 인간이 지배해야 할 대상이지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자 구원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을 못 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의 계시와 구원은 결코 자연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틴 루터는 말한다.22 “하나님은 단지 성경책에만 복음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또한 무한한 나무와 꽃과 구름과 별 위에 복음을 기록하였습니다. (중략) 모든 창조 세계는 가장 아름다운 성경입니다. 그 안에서 하나님은 당신 자신을 묘사하였고 그리셨습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생태 영성을 회복함으로써 모든 만물의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관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과 모든 피조물 역시 하나님을 찬양하는 동료 피조물이며, 구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지구 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4. 생태 예배 회복의 과제
생태 목회는 생태 예배 회복의 과제가 있다. 우리의 예배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예배면서 동시에 구속주 하나님에 대한 예배여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예배를 보면 주로 구속주 하나님에 대한 예배였다. 루터에 따르면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말은 내적 혹은 외적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즉 하나님의 은혜를 인정하면서 그에게 감사하는 것이다.”23 다시 말해 예배란 하나님의 은혜, 즉 구속의 은혜뿐 아니라 창조의 은혜에도 감사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의 예배는 주로 구속의 은혜만 강조했지 창조 역시 하나님의 은혜의 행위임을 인정하며 감사하고 영광을 돌리는 데는 소홀했다. 따라서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창조 세계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지구 돌봄의 책임을 일깨우는 생태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 맥퀘리가 말한 대로 예배란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행위와 실천으로 생명력 있게 이어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24
5. 생태적 삶 실천의 과제
생태 목회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과제가 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산업 사회 안에서의 삶(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소비지향적인 삶-필자 삽입)의 방식은 우리의 세계를 위협하는 생태학적 재앙의 근본 원인”25이 됐다. 따라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탐욕적이고 소비지향적인 삶의 방식을 지구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생태적 삶이란 생태계의 모든 것이 상호 연결, 상호의존, 상생, 공존하도록 창조된 것임을 인식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삶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절약 생활화, 재생에너지 설치 적극 동참, 과도한 소비 절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 자제, 육류보다 야채 위주의 식단 선호, 대중교통 이용, 전기차 구입 등을 말한다.
나가는 말
최근 기후 위기가 인류 최대의 위협인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현재 나타나는 기후 재난은 생물과 인간을 포함한 지구 공동체 멸종의 서막을 보여 주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구의 파멸을 향해 가는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긴급한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류 생존의 터전이고 하나님의 창조물인 지구 공동체를 살리는 일일 것이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과 지구 돌봄의 명령을 받은 한국 교회가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잘 수행함으로써 탄식하는 지구 세계와 점점 힘들어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의 메신저로 거듭나는 역사가 일어나길 희망한다.
註
1)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 1125263.html
2)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함.
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3839
4)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32611
5) https://www.sc.or.kr/news/noticeView.do?NO=72106
6) https://www.sc.or.kr/news/noticeView.do?NO=72106
7) https://www.yna.co.kr/view/AKR20240106036900009?site=mapping_related
8) https://m.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 202108091700001#c2b
9) 놈 촘스키·로버트 폴린, 《기후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 이종민 옮김(현암사, 2021), p. 41; 조너선 닐,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김종환 옮김(책갈피, 2020), pp. 259-268.
10) 놈 촘스키·로버트 폴린, 앞의 책, p. 41.
11) 토마스 베리,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 이영숙 옮김(대화문화아카데미, 2009), pp. 16, 110, 144.
12) 한국기독교연구소 편, 《생태계의 위기와 기독교의 대응》(한국기독교연구소, 2000), p. 381.
13) 샐리 맥페이그, 《풍성한 생명》, 장윤재·장양미 옮김(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8), pp. 86, 223.
14) 샐리 맥페이그,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 김준우 옮김(한국기독교연구소, 2008), p. 208
15) 정원범, 《교회다운 교회》(동연, 2021), p. 306.
16) http://www.empower-yourself-with-color-psychology.com/color-green.html
17) 정원범, 《신학적 윤리와 현실》(쿰란출판사, 2004), pp. 157-161.
18) 기독교교육센터 살림 편,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도서출판 동연, 2021)
19) 프란치스코, 《찬미받으소서》, 박동호 옮김(한국천주교주교회의), p. 177.
20) 앞의 책, p. 115.
21) Stanley J. Grenz, Revisioning Evangelical Theology: A Fresh Agenda for 21st Century (Intervarsity Press, 1993), pp. 45-55; 사이몬 찬, 《영성신학》, 김병오 옮김(IVP, 2002), pp. 28-29.
22) 총회한국교회연구원 편, 《지구 생명체의 위기와 기독교의 복음》(도서출판 나눔사, 2019), pp. 209-210.
23) 마틴 루터, 《루터 신학 개요》, 김영한 옮김(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출판국, 1991), p. 198 재인용.
24) 존 멕퀘리, 《영성에의 길》, 장기천 옮김(전망사, 1986), pp. 24, 28.
25) 위르겐 몰트만, 《희망의 윤리》, 곽혜원 옮김(대한기독교서회, 2017), p. 271.
첫댓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