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EY of HUMANITY
인류의 여정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경제 격차는 수천 년간 이어진 여러 과정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효율적인 개혁이라도 빈곤의 늪에 빠진 국가를 하루아침에 선진 경제로 탈바꿈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먼 과거에 생긴 제도적. 문화적. 지리적, 사회적 특성은 문명이 저마다 다른 역사적 경로를 걷도록 추동하며, 국가 간 부의 격차가 더 벌어지도록 조장했다. 불평등의 뿌리에서 표층에 있는 것은 세계화와 식민지화가 낳은 비대칭적 효과다. 이 두 가지 과정은 서유럽 국가가 더욱 빠르게 산업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했지만, 저개발 사회가 빈곤의 덫에서 탈출하는 것을 지연시켰다.
현재 인류의 생활 조건의 격차는 너무 크다. 사회 양극단의 모습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2017년 발전한 국가의 기대수명은 80세가 넘고, 유아사망률은 1,000명당 5명을 밑돈다. 발전이 늦은 국가 기대수명은 62세가 안 되고, 유아사망률은 60명이 넘는다. 전체인구의 19.4%가 영양실조이고 인터넷은 인구 1%의 1/10이 쓴다. 그리고 필자는 뇌리에 떠나지 않는다는 사진을 소개한다. 한반도를 야간에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한국인은 불을 밝힌 도로를 운전하고 귀가하여 불빛이 쏟아지는 레스토랑과 쇼핑몰, 문화센터에서 즐거운 저녁을 보내거나, 환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중일 것이란다. 북한은 어둠이 삼켜버렸다.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 중일 것이란다. 이 나라는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해서 수도 평양만 전력망이 가동할 뿐 정도란다.
착취적인 정치제도가 경제 발전의 모든 단계에서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독재자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해 주요한 개혁을 이끈다. 다음 한국과 북한의 사례를 보자. 한국은 1987년까지 민주주의의 이행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그 전 30년은 인상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동안 북한은 저개발 상태로 남았다. 처음은 남북한 모두 독재 체제 아래 있었고, 이들이 근본 차이는 경제적 신조에 있다. 서울의 독재자는 정치와 경제를 분산시킨 광범위한 농지개혁을 시행했고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제도를 채택했지만, 평양의 경쟁자는 토지를 국유화하고 집중적 의사 결정 체제를 채택했다. 이 제도적 차이가 한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크게 앞선 것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먼저 시작한 이유는, 이보다 일찍 제도적 개혁이 있어서이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영국제도의 거주자 40%가 죽었다. 따라서 노동자가 부족해지자 농노의 협상력이 커졌고, 귀족은 소작농의 도시 이주를 막기 위해 임금을 올렸다. 그러니 흑사병이 정치제도를 바꾼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한반도에서 38도 선을 따라 국가를 분단한 것처럼 자의적인 정치적 결정이 지리적, 문화적 환경이 같은 민족의 두 집단을 완전히 다른 경제적 운명으로 내몰기도 한다. 식민지가 아닌 지역에서 검토할 요인이 문화적 사회적 지리적 요인이다. 예로 2020년 1인당 소득이 1만 7,676달러인 그리스부터 5만 1,126달러인 스웨덴, 8만 6,602달러인 스위스, 11만 5,874달러인 룩셈부르크까지 서유럽의 국가 간 커다란 격차를 검토하면 정치적 설명력은 한계에 이른다.
아프리카의 동쪽 해안에서 서쪽으로 넓은 띠 모양으로 뻗친 땅은 가축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이곳은 인구가 대대로 적었고, 기술 발전과 정치제도의 편익을 누리지 못했다. 가축이 없는 이유는 곤충인 파리 때문이다. 이 파리는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산다. 가축에겐 ‘나가나 병’, 사람에겐 ‘수면병’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기생충이다. 이 지역은 농업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도 다른 지역보다 발전이 뒤진 상태로 남았던 것이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도 전염병이 경제 성장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는 감소했지만, 말라리아는 치료제가 있을 뿐 효과적인 백신은 없다. 바다와 강을 낀 나라는 발전했다. 내륙국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같은 나라는 번영했지만, 절대다수는 빈곤했다. 지리적 요인은 화석연료와 광물 같은 자연 자원의 이용 여부에 크게 작용한다.
유럽의 기적은 자연지리가 경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지난 2천 년간 중국은 단일 문자 체제를 바탕으로 하나의 언어로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살았다. 하지만, 유럽은 오랜 시간 수많은 국가로 쪼개져 국가와 언어의 모자이크를 이뤘다. 이런 정치적 분열은 국가 간 경쟁을 부추겨 제도와 기술, 과학의 발전을 자극했다. 정중함과 배움을 고양하는 데 상업과 정책으로 가깝게 연결된 다수의 독립 국가보다 더 유리한 환경은 없다. 인접국과 벌이는 경쟁이 향상의 원칙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콜럼버스는 처음엔 포르투갈 왕 ‘주왕 2세’에 항해자금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그러나 스페인 왕 ‘이사벨라 1세’와 그녀의 남편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드 2세’를 찾아가 동쪽으로 가는 항로를 연다고 설득해 자금과 장래 이익의 일부를 받는 몫을 허락받아 상업적 성공도 거둔다. 유럽은 권력이 분산되면서 경쟁이 벌어지는 데 왜 아시아는 거대 제국이 통치했을까? 유럽의 농업은 강우에 의존하는 천수답이지만, 중국은 댐과 운하로 복잡한 연결망을 개발해 강우에 의존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조동사를 쓰는 미래 시제가 장기적으로 사고하며 미래의 행동을 결의하는 성향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문구를 쓰는 사회일수록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강한 특징을 보인다, 이런 사회는 저축을 더 많이 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흡연율과 비만율이 낮고, 더 높은 1인당 소득을 누린다.
지리적 특성은 문화와 제도 생산성을 진화시키는 궁극적 힘 가운데 일부다. 인류의 여정을 추동하는 변화의 톱니바퀴에도 영향을 준, 이 뿌리 깊은 요인은 어떤 지역에서는 성장 체제의 출현을 촉진하고 다른 곳에서는 오히려 지연시켰다. 또한 문화적. 제도적 특성과 함께, 산업혁명의 폭발적 기술 발전이 일어나는 시기와 장소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인구변천이 시작되도록 했다. 그렇게 오는 날, 국가 간 부의 격차로 이어진 뿌리 가운데 일부를 드러내며, 우리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유라시아 땅덩어리는 동서로 펼쳐졌다. 이 수평축을 따라 뻗어나가므로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위도다. 그러니 유사한 기후 조건 아래 있으며, 그 덕분에 농업 혁명 기간에 광대한 지역에 동식물과 더불어 농사 관행까지 펴질 수 있었다. 대조적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남북 축으로 뻗어나갔다. 열대 우림 같은 지리적 장애물뿐 아니라 기후와 토양의 차이가 있다. 농작물과 농사 관행이 대륙 내에 각 지역으로 전파되는 속도가 더 느렸다.
농업이 발전되는 단계에서는 세금을 곡물로 냈다.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작물이 널리 보급된다. 감자나 고구마 같은 줄기나 뿌리 식물보다는 곡물을 기반으로 했다. 곡물은 측정과 운반, 저장이 쉬워 과세가 편리했다. 곡물을 수확하는 데 적합한 토양을 가진 지역이 복잡한 위계질서를 갖춘 사회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았다. 인류문명의 요람인 중국과 인도는 요즘은 번영의 첨단을 달리지 못한다. 1인당 소득은 몇천 년이나 늦게 신석기 문명을 거친 한국과 일본보다 낮다. 달리 말하면 농업을 일찍 시작한 데 따른 이점은 해가 갈수록 희미해져서 그것 자체로는 오늘날 국가 간, 부의 불평등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최근 몇십 년간 격차가 벌어진 한국과 북한의 사례가 보여 주듯이, 더 심층적 기원을 추적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제도적. 문화적 변화가 사회 발전에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실제로 무작위적이거나 우연히 전개된 사건이 인쇄기 발명을 몇 세기 늦추거나, 중국 황제의 해국이 아메리카를 탐험하도록 부추겼을 수도 있다.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산업혁명에 불을 붙이거나, 혹은 19세기 일본에서 메이지유신을 좌절시켰을지도 모른다. 제도와 문화의 변화는 수십 년, 수 세기에 걸쳐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지라도 그런 것이 인류의 여정 전체 진행 과정에서 핵심을 차지하거나, 국가 간의 부를 결정하는 궁극적인 요인일 가능성은 낮다. 그 변화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 극적이거나 중대한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수천 년이나 수십만 년으로 넓혀 보면 대부분 대단치 않고 대개 일시적이고 지역적인 요인이라 필자는 주장한다.
2023,05.11
The JOURNEY of HUMANITY
ODED GALOR지음
장경덕 옮김
시공사 간행
첫댓글
인류의 삶의 여정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