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 즉 공군 1호기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뜻한다. 핵무기 충격에도 견딜 수 있으며 첨단 방어·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상 백악관이 테러를 당할 땐 지휘본부인 모바일 커맨드 센터(mobile command center)로도 활용되며 공중급유가 가능해 한번 날면 일주일 이상 비행할 수 있다.
1986년부터 보잉사 747-2B 2대를 VC-25A란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명칭은 대한민국 공군 1호기이며, ‘코드 원’이라 한다. 기종은 보잉 747-400으로 2020년 4월까지 대한항공에서 장기 임차해 쓰고 있다.
테러리스트들과 美대통령의 대결
미 대통령 전용기를 공중 납치한 테러리스트들과 미 대통령 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가 ‘에어 포스 원’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테러리즘과 싸운다는 설정은 다소 사실성이 떨어지지만 슈퍼 영웅 이야기로는 제격이다. 총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비행기의 내부 구조를 모르는 테러리스트와는 달리, 기내 구조와 배치를 잘 아는 대통령의 액션이 신출귀몰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 대통령 제임스 마셜(해리슨 포드)은 미식축구 광팬이며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테러리스트를 향해 맨손 액션을 과감하게 펼친다. 일대일 격투에도 능하다. 또 그는 ‘알고 보니 공군 출신’이었고 수많은 인명을 구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명예훈장도 받았다.
외형상 그의 모습(해리슨 포드의 모습이긴 하지만)은 갈색 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남자답다. 체격은 185㎝의 큰 키에 몸무게 85㎏ 이상은 될 듯하다. 이 정도면 현재 트럼프 미 대통령(192㎝)보다는 작지만 오히려 테러리스트를 직접 상대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군 출신 대통령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
대통령 마셜은 테러리스트에겐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군인정신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군인 출신답게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임을 암시한다. 특히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단연코 반대하는 입장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다.
마셜은 가까스로 테러리스트를 제압하고 지상의 백악관에서 테러리스트 대책을 협의하는 부통령(글렌 클로즈)과 통화하면서 “쥐에게 과자를 주면…”이라고 한다. 그러자 부통령은 “우유까지 달라고 하겠죠”라며 테러리스트의 실체를 지적하고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어 마셜은 전용기를 착륙시켜야겠다며 부통령에게 미사일 공격을 명령한다.
영화 끝 부분, 마셜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비행사 경력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슈퍼 영웅임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추락하는 전용기에서 승무원과 직원을 탈출시키고 마지막까지 남아 국가 지도자의 덕목인 희생정신을 실천해 보인다.
마셜은 대통령 이전에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도 선사한다. 그는 테러리스트 두목(게리 올드먼)이 자신의 지도자인 ‘독재자 라덱’을 석방하라고 위협하면서 딸을 처형하려 하자 “너와 난 군인이다. 날 죽여라. 넌 (군인으로서) 명예도 모르나”라고 소리치지만 끝내 석방을 지시해 일단 딸을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낸다.
해리슨 포드, ‘훌륭한 대통령 연기’ 1위
영화는 ‘이상적인 대통령’을 그리려는 나머지 지나치게 대통령을 영웅화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관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강한 대통령을 연기한 해리슨 포드는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 중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트’의 설문조사에서 지구 멸망의 순간 의연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딥 임팩트’의 모건 프리먼을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감독인 볼프강 페터슨은 독일 출신으로 ‘특전 유보트’ ‘사선에서’ ‘트로이’ ‘포세이돈’을 연출해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고 예술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감독은 테러라는 긴박한 재난 상황에도 종횡무진 활약하는 미 대통령에 방점을 두면서, 테러와 맞선 정부 관료들의 고민과 서로 협력해 가는 과정을 균형감 있게 그려냈다. 전용기 공중급유와 공중구출작전 등 스릴 넘치는 화면이 압권이다.
리더십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
우린 불행하게도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테러집단과 대치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 대부분은 군 최고통수권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바라고 있다. 영화 ‘에어 포스 원’은 심각하게 접근하진 않았지만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