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혼용 말글살이는 일본 식민지 때 찌꺼기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리대로
지난해 10월 22일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회장 이한동)가 헌법재판소에 “국어기본법의 한글전용 정책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일이 있다. 이들은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진태하)와 함께 “초등학교부터 국어교육 시간에 한자를 가르치고 한자를 함께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을 도우려고 국회 박인숙(새누리당 송파갑) 의원은 김세연(새누리당 부산 금정)의원들과 함께 요즘 교육법개정안을 냈다. 모두 우리 말글살이와 교육을 어지럽히는 잘못된 주장들이다.
이들은 "국어사전에서 한자어가 거의 70%에 달하며, 그 가운데 약 25%나 되는 동음이의어를 한글로만 표기하면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국어는 새의 두 날개처럼 한글과 한자, 두 글자로 함께 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억지요 잘못된 소리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한문나라 중국문화 그늘에서 살았고, 일제 식민지가 되었을 때에 일본식 한자말과 한자혼용 말글살이에 길들어서 한자말이 많지만 실제로 오늘날 쓰는 한자말은 50%도 안 된다. 그리고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면 30%로 줄어든다. 그리고 한글과 한자를 새의 두 날개처럼 함께 써야 좋다고 했는데 한글이란 날개는 크고 힘이 세지만 한자란 날개는 조그맣고 힘이 적어서 함께 쓰면 새가 날아가지 못한다. 이 또한 억지로 꾸며서 견준 말이다. 귀로 들어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써서는 안 된다.
일찍이 1995년 미국 유명한 과학자 ‘제어드 다이아몬드’는 “한자와 일본 글자 ‘가타가나’를 섞어서 쓰는 일본이 가장 불편하고 미개한 말글살이를 하는 나라다. 한글은 가장 과학체계를 갖춘 으뜸 글자이고 한글만 쓰는 북한이 가장 편리한 말글살이를 하고 있다.”라고 유명한 학술지 ‘디스커버지’에 써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가 서울에 왔을 때 그가 세종호텔에서 한글모임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하려고 애쓰는 한국이 답답하다.”며 안타깝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오늘날 학교 교과서나 전문 서적에 나오는 한자말은 거의 일본 식민지시대 길들어진 일본식 한자말이고 이 한자말을 섞어서 쓰는 말글살이는 일본이 이 나라를 강제로 빼앗은 뒤에 식민 통치를 쉽게 하려고 길들인 일본식 말글살이다. 1886년 일본인 ‘이노우에 가쿠고’가 한문만 써서 내던 ‘한성순보’를 ‘한성주보’로 이름을 바꾸고 한자혼용신문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조선이 일본 식민지가 되었을 때에 “조선인들에게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 쓰는 말글살이에 길들여서 앞으로 조선을 쉽게 통치하려고 그렇게 했었다.”라고, 한성주보를 한자혼용으로 낸 까닭을 밝힌 일이 있다.
조선인 가운데 처음 한자혼용 책을 냈다는 유길준이 1895년에 쓴 ‘서유견문’은 일본 게이오대학을 설립하고 군국주의 명치유신 이론을 만들어 이 땅을 식민지로 만들게 한 일본 군국주의 창시자 ‘후쿠자와 유키치’가 쓴 ‘서양사정’이란 일본 한자혼용 책을 베껴 쓴 책이다. 유길준은 일본 유학시절 그를 따르고 우러러보아 그의 양아들이란 말까지 있다. 그리고 1906년 6월 6일 대한매일신보는 "한국 유년에게 일본식 한자혼용 교과서를 익히게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뇌수를 뚫고 일본의 혼을 주사하고자 함이다"라고 쓰고 있다.
이 모두 한자와 한글을 섞어서 쓰는 말글살이는 일본 군국 식민지 통치 찌꺼기로서,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하자는 것은 일본 식민 교육정신을 벗어나지 못해서 우리 말글독립과 정신독립을 가로막는 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처럼 한자 혼용으로 쓴 책들을 읽으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교과서에도 한자를 함께 쓰자는 자들 가운데 식민통치 앞잡이 양성소였던 경성제국대학 출신 학자의 제자가 많고, 일본 법률 문장을 그대로 베낀 우리 법전으로 공부한 판검사 출신과 친일 기업인이 많은 것이 그 까닭이다.
그리고 일본 글자 가나는 한글이나 로마자보다 뒤떨어지는 소리글자여서 제 글자만으로는 말글살이를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자란 뜻글자를 함께 쓸 수밖에 없는 절름발이 글자다. 그래서 일본은 유일하게 세계에서 두 글자를 쓰는 나라이며, 한자를 계속 많이 쓰고 배우는 것인데 완전한 한글을 가진 우리가 일본처럼 절름발이 국어생활을 하잔다.
더욱이 한글 때문에 온 국민이 모두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어 국민 수준이 높아지고 우리 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때에 한글을 더욱 빛내고 우리말을 바르게 써서 우리 자주 문화를 더욱 활짝 피울 생각은 안하고 일본 식민지 때처럼 한자혼용 하는 것이 “국어생활 정상화”라니 답답하다. 그것도 왜정 때 어쩔 수 없이 길들여진 일본 한자말과 일본식 말투로 계속 전문 서적과 교과서를 만들면서 그 책을 읽으려면 한자 더 가르치고 쓰자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 애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혀서 나라와 겨레를 망칠 일이다. 저들 말대로라면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는 알아들을 수 없다는 말이고, 텔레비전 방송도 한자 자막을 꼭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정부와 학자와 교육자들이 앞장서서 귀로 들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 한자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일에 더 힘쓰자. 일본이 물러간 지 70년이 다 되는 이제는 제 정신을 찾고 일본식 한자타령을 그만하자. [이 글은 참교육학부모회 신문에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