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때 - "크로노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지만 사람들은 각각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크로노스의 삶 속에서 카이로스를 열망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시간을 크로노스로만 받아들이면 시간의 노예로 수동적 삶을 살기 쉽다.
누가 능동적으로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움켜쥐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고대 그리스에는 시간을 뜻하는 두가지 단어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헬라어로 크로노스란 하느님과 전혀 관계없는 자신만을 위하는 시간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하느님과 관계있는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다시 말해 하느님 안에서 이뤄지는 창조적인 시간이라 할 수 있다.
크로노스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이며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통해 결정되는,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우라노스(하늘)와 가이아(땅)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지배권을 뺏기지 않으려 자식을 먹어치우는 그의 행위를 시간에 비유한다. 시간은 인간을 존재하게 하지만 죽음을 통해 다시 데려간다는 의미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기회의 신이다.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는 기회이자 결단의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근육질의 몸에 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지만 뒤쪽은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다. 석상에 그 이유가 적혀 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어깨와 발뒤꿈치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무엇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으면 없애 버릴 때가 있고,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제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셨다. 하느님의 때를 알면 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할 것이다.
1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2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3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4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5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6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7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8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9 그러니 일하는 사람에게 그 애쓴 보람이 무엇이겠는가?
10 나는 인간의 아들들이 고생하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을 보았다.
11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 의식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코헬렛 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