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걷기운동 하며 걷는 김에 보건소에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았다.
갑자기 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름이 퍼뜩 생각이 안 날 때도 있었지만 정말 치매가 걱정되어 간 게 아니고
작년에도 받았는데 달력과 라면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있는 우체국 유리창에 '달력배부 종료!' 라는 안내문을 보고 기회를 놓쳐 아차! 싶었다.
치매검사 센터에는 젊은 아가씨 직원들은 많은데 검사 받으러 온 노인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달력 받을 욕심으로 전화로 신청하자마자 바로 오라고 했다.
검사 내용은 별 거 아니고 유치원 수준의 그림 그리기 말한 문장 그대로 따라 하기 시킨 대로 행동하기 등등이었다.
과일, 야채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는데 한 스무 개 쯤 말했는데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는 것이었다.
백 점 받으면 상품이라도 준다고 했으면 더 말했을 텐데 별로 열심히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서 그랬는데
제한 시간이 지났는지 '아이구 아까바라! 하나만 더 말했으면 만점을 받았는데, 하는 것이었다.
다 마치고 나니 30점 만점에 27점이라고, 내 나이에 정상이 26점인데 정상이라고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달력은 안 보였고 라면도 없었다. 그냥 맨입에 보내나 했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작은 선물 하나 준다고....들고 온 건 케토크린 신신파스 한 봉지였다.
마치고 나와 보건소 본관 행정실에 가서 아첨 웃음을 지으며 보건소 달력이 좋아서 하나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하니 안 만들었는지, 배부가 끝났는지 '없습니다'! 했다.
바닷가에 내려가보면 수영 구청에는 돈이 엄청 많은 것 같던데....주말마다 구청 지원을 받고 하는 공연행사가 빠지지 않고
민락 회센터 앞 국화 축제 자리도 지금은 푸른 풀밭을 꾸며 놓고 꼬마 초가집 마루도 만들어 놓았는데.
며칠 전에는 술 끊는, 통합중독관리센터에서 여는 오손도손 희망 송연회에 참석했는데 전에는 2만 원짜리 부폐 밥을 줬는데
금년에는 대학병원 구내식당에서 직원들 식사를 주고 선물도 많이 줬는데 금년에는 금주 카렌더와 기념타월
한 짱뿐이었다. 예산을 팍! 줄인 모양이었다.
보건소를 나와 집에 오면서 혹시 달력 하나 주나 해서 홈플러스에 들러 전자사전 밧데리 수명이 다 돼 5200원짜리
트리플에이 밧데리를 하나 샀는데 달력 같은 건 없었다.
집에 다 와서 아파트 앞 마켓에 가서 음료수를 사는데 젊은 사장이 어디갔다 오십니까? 해서 보건소에 달력 얻으러 갔다
헛걸음 하고 오는 길이다, 하니 아이구, 아버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하면서 술 회사 달력을 하나 주었다.
[서울 장수, 장수 막걸리] 회사에서 나온 달력인데 12장 짜리로 메모도 할 수 있고 너무 크지도 않고 수영복 아가씨도 없고,
(손자가 오면 좀 거시기 해서)해서 벽걸이 달력으로는 딱 됐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