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은 나의 인생입니다. 17년 동안의 선수생활 동안 행복과 기쁨, 좌절과 슬픔을 팀과 함께 경험하며 인생을 배웠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책임감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 여정, 다가오는 플레이오프까지 농구선수 ‘양희종’답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은퇴 소감문 中-
원석연 :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어떠셨나요?
양희종 : 평생 기억에 남을 시리즈였다. 나는 사실 벤치에서 후배들을 지켜보고 아니 농구를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한다고? KBL이 이렇게 재밌다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 KBL 정말 대박났다.
원석연 : 시리즈 내내 팬분들의 함성, 데시벨이 정말 엄청났습니다. 여기서 농구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양희종 : 챔피언결정전을 이번까지 5번을 치러봤는데 진짜 데시벨이 너무 높아가지고 선수들이 옆에서 얘기하는 게 안들릴 정도로 이 정도의 응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중략)
(대충 감독님,코치님들이 잠을 설치면서 경기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
원석연 : 챔피언결정전 7차전 경기종료 3.4초를 남기고 투입이 됐습니다. 약속이 된 상황이었나요? 중계화면에 잡힐 때는 뒤늦게 부랴부랴 깁스를 푸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양희종 : 사실 6차전을 치르기 전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희종아,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진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지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승부가 기울게 되면 마지막은 너를 코트에 세우고 싶다. 출전 준비를 해다오" 라고 하셨다. 다만 7차전이 남아있고 6차전 당시는 상태가 더 안 좋았기에 일단 6차전은 건너뛰고 7차전에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께서는 먼저 저를 배려하기 위해 말씀을 꺼내주셨고 저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7차전이 너무 박빙이었고 트랜지션이 너무 빨라 7차전 종료 직전까지 저도 그런 상황을 놓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3.4초 남기고 저희 공격권이 되면서 감독님께서 빨리 코트로 들어가라고 재촉하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저기 끝에 가있어" 하시더라. (웃음)
원석연 : 상대편에서 본 김선형 선수는 어땠나요?
양희종 : 사실 시리즈 내내 선형이에게 "선형아, 이번 시리즈 끝나고 형 안볼거야?(웃음) 형 인마 라스트디펜스야" 이랬더니 "아 형, 열심히 해아죠" 이러는데 진짜 그 나이에 농구를 20대 시절보다 더 잘할 수 있나 이제는 구력에 기술까지 업그레이드 되면서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원석연 : 그렇다면 시리즈를 치르면서 가장 KGC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던 슛이나 플레이는 뭐가 있을까요?
양희종 : 사실 저는 6차전의 변준형의 스탭백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바로 이어서 터진 오세근의 쐐기 3점포도 기억에 남는다. 분위기가 안양으로 넘어왔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6차전 3쿼터 막판부터 투입된 대릴 먼로가 분위기 반전을 너무 잘해줬다. 존 보고서 딱딱딱 골밑에다가 몇 개 찔러주는데 공격이 잘 풀렸다.
이렇게 되면 다음 7차전이 예상되는데 오마리 스펠맨이 나오면 존, 대릴 먼로가 나오면 맨투맨, 이렇게 나올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오마리에게 얘기했다. "오마리 너가 나오면 무조건 상대는 존 설거야. 그러니까 니가 들어가서 존을 깨줘야돼" 아니나다를까 시작하자마자 존디펜스로 나오더라.
6차전에서 스펠맨이 많이 부진해서 화가 많이 났었다. 6차전 끝나고 다음날 스펠맨에게 얘기했다. "야, 오마리! 나 정말 마지막으로 너한테 한마디만 해도 되냐?" 라고 물으니 얘기해보라고 했다.
"너가 용병 생활을 하고 커리어가 NBA리거고 이런 거 너무 좋다. 근데 너가 용병생활을 향후에도 계속 해야 할거고 KBL이 아니더라도 다른 리그에서 뛸 때도 마찬가지다. 우승을 시킨 용병과 못 시킨 용병은 거기서 급이 나뉜다."
"너 작년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1년 전에 SK에게 패배하고 펑펑 울고 나랑 약속한 거 기억나냐? 꼭 복수하겠다고 나랑 약속한 거 기억나냐?" 스펠맨은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럼 그거 입증해. 너 지금 화나고 짜증나는 그런 감정들 워니한테 가서 다 풀어" 라고 했는데 7차전에서 미친 놈처럼 34점을 폭격하더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복수를 다짐한 오마리 스펠맨)
경기 끝나고 스펠맨에게 "넌 진짜 미친놈이다. 고맙다" 라고 얘기해줬는데 스펠맨도 저에게 한마디했다. "너가 나의 캡틴이어서 고맙다" 라고. 거기서 또 울컥했다.
원석연 :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양희종 : KGC인삼공사의 정규리그 성적을 라운드별로 분류하면 승수가 점점점점 내려온다. 즉, 정규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에 쌓아놓은 승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계속 버텼던 것이다.
특히, EASL 다녀와서가 위기였다. 우승을 하고 왔기에 분위기가 산만하고 선수들이 전부 들떠있었다. 이미 정규리그도 우승한 느낌이랄까? 결국 EASL 우승 후 다시 돌아왔을 때 6라운드를 3연패로 출발했다. 심지어 진 경기도 점수차가 3점차, 1점차, 1점차였다. 허일영한테 공격리바운드 뺏겨서 버저비터 맞고, 아반도는 경기종료 직전 레이업을 놓치고 등등. 완전 애들이 맨탈이 나갔다.
어찌어찌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너무 불안했다. 데이원에게도 질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와 데이원의 6강PO가 5차전이 아닌 3차전에서 끝났다면 KGC인삼공사는 결승에 못 올라갈 수도 있었다. 5차전까지 치른 게 정말 다행이었다.
원석연 : 4강PO 2차전에서 결국 데이원에게 패했습니다. 당시 팀분위기는 어땠나요?
양희종 : 최악이었다. 모두가 스윕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진 것이다. 심지어 접전이 예상되었던 반대쪽 대진은 SK가 LG를 상대로 스윕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급한 쪽은 우리가 된 것이었다.
데이원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쓰는 것으로 그려지며 KGC인삼공사는 슬램덩크에 나오는 '산왕'이 되어 있었다. 데이원은 '북산'이고. 주인공은 데이원이었다.
원석연 : 4강PO 3차전도 경기 초반 끌려가면서 시작했습니다.
양희종 : 1쿼터 시작하자마자 15대0까지 벌어졌었다. 작전타임을 불렀는데 감독,코치님들도 당황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다. 5명 전부 교체해야 한다. 정신 나갔다. 애들 다 멘탈 나갔다. 다 바꿔야 한다. 근데 감독님이 그걸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교체되어 들어간 선수 5명은 투입되자마자 올코트프레스로 붙었다. 시키지도 않았다. 위기 상황이 오니까 올코트프레스로 붙으며 체력전으로 전개한 것이다. 벤치에서 그걸 본 주전 선수들도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다시 투입되자 올코트프레스로 밀어붙였다. 그래가지고 결국에는 체력전으로 4쿼터까지 끌고가서 4점 차로 승리했다.
그날 졌으면 무슨 뭐 명예로운 은퇴고 뭐고 얼굴 가리고 도망가야 했을 거다.
원석연 : 양희종 선수의 은퇴식은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서 가장 화려하고 멋있는 은퇴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가수로 강승윤씨가 오는 것을 알고 있으셨나요?
양희종 : 전혀 몰랐다. 다만 KGC인삼공사에서 "우리 회사에서도 희종이를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 있어" 라고 얘기하긴 했는데 단순한 금일봉 정도를 예상했었다. 사실 강승윤씨도 이렇게 한 곡만 부르러 오시는 분이 아니다. 그런데 캡틴이라는 노래를 만들면서 이런 순간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무보수로 오신 것이다. 스타일리스트와 코디의 거마비만 챙겨달라고 요청하셨고 그냥 오셔서 노래 한 곡만 부르고 가신 것이다. 거기서도 너무 감동을 받았다.
은퇴식 이후 좀 더 KGC인삼공사에 대한 애착이 강해졌다. 선수들을 대신해서 사무국과 의견을 조율하며 "이렇게 좀더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이걸 왜 못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은퇴식 이후 "우리 구단 일 잘하네"(웃음)
(원석연 : 사무국 가다가도 영구결번 보고 돌아서게 될 거 같다.)
원석연 : 그동안 쉼없이 달려오느라 고생 많으셨고 제2의 인생도 응원하겠습니다.
(장소 : 안양실내체육관 앞 막비어)
안양의 레전드로 영원히 기억될 양희종 선수의 인터뷰를 텍스트화했습니다.
다음 주 22일(토)에는 양희종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식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은퇴 후 양희종 선수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풀영상 다시보기)
https://youtu.be/POvZCH4zV2o
첫댓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구 인삼팬(오사자 따라 슼으로 이동)으로 저런 비하인드와 디테일은 아주 재밌죠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오세근이 다시 안양으로 돌아오면 홈매홈매홈매트 님도 돌아와주실거라고 믿습니다!
fa얘기는 안나왔나요...??
영상 속의 이 좋은 분위기에 굳이 FA 얘기를 할 필요가 없죠 ㅎㅎ 맥주 마시면서 죽인다 외치면서 즐겁게 회포를 푸는 영상인데~
텍스트화 정성 대단하시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15 10:5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16 17:16
Kbl 최고의 선수는 아니였지만 kbl에서 가장 멋있게 은퇴한 선수라 하면 양희종 뽑고싶네요. 고생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