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AI의 일자리 역습… 기술 대전환기 실직사태 대비해야
입력 2023-12-28 00:12업데이트 2023-12-28 08:43
크게보기리시 수낵(왼쪽)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비즈니스 커넥트' 행사에 참석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대담하고 있다. 머스크는 "인공지능(AI)이 있는 미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아닌 '보편적 고소득'의 풍요로운 시대가 될 것"이라며 "로봇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지만 우려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3.11.03. 런던=AP/뉴시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닥치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사람이 하던 일을 AI에 맡기고 직원을 줄이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AI 혁명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경우 어두워진 고용 현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구글은 조만간 광고판매 조직 직원 3만 명가량을 재배치, 감원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글 검색엔진과 유튜브에 붙는 광고는 이 회사 전체 매출의 58%를 차지하는 주 수입원인데, 광고 판매 업무에 AI 시스템을 적용한 뒤 사람 할 일이 대폭 줄었다. X(옛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도 불법 콘텐츠 등을 걸러내는 검수 업무를 AI에 맡기면서 해당 부서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했다고 한다.
인력 구조조정이 까다로운 한국에선 아직 대량해고 사태가 없지만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회사 콜센터 직원의 상담 업무를 챗봇이 대신하면서 관련 일자리가 줄고 있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AI를 접목한 IT서비스의 등장으로 보고서, 발표자료 작성 등 젊은 직원들이 맡던 일상 업무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래픽디자인, 코딩 등 사람이 몇 시간, 며칠씩 할 작업을 AI가 단 몇 초 안에 처리하는 바람에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불안해한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사무직 업무를 AI가 우선적으로 잠식하는 건 큰 문제다. AI 활용으로 젊은 직원들이 맡던 업무가 줄면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비싼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대신 ‘닭 튀기는 로봇’ 등을 들여놓으면서 청년층의 파트타임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AI 혁명은 인류의 일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선 벌써 청년들 사이에서 AI가 대체하기 힘든 블루칼라 일자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 중 가장 경직적인 한국의 노동제도, 갈등적 노사관계로는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다. 청년 실직자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하고, 중장년층 실직자는 재교육을 통해 기술 변화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도록 노동 시스템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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