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학 동기생이자 주말 등산반인 조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집에 20년 이상 보관해 온 조니 워커가 있는데 내 한테 선물로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게 변하는 사람이다.
"내게 주는 것은 좋지만 등산갈 때 가져 가면 되잖아!"했더니 지하창고를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꺼내서
지하철을 타고 우리집으로 갖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용량도 아주 큰 4.5L짜리라고 했다.
우리가 젊을 때 양주의 대명사가 조니 워커였다. 조니 워커에도 레드 말고 블핵과 블루가 있다는 사실은
뒤에 송출선 배를 타고 나가서였다. 70년대 중반 배를 타면서 조니 워커 레드레이벌이 3불이 채 안되었다.
그래도 달러 한 푼이라도 아끼너라 조니 워커는 못 마시고 싼 맥주만 마셨고 블랙은 언감생심이었다.
78년 일본 산꼬기센회사에서 LPG선을 탔다. 당시 1등기관사를 맡고 있었는데 최신MO선으로 야간에는
기관실당직을 서지 않는 자동화선이었다.
기관부원중에서 제일 높은 직책이 No.1 Oiler이다. 그는 묵묵히 시키는 일만 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기관부원 한 명이 우연히 그의 방에 들어가봤더니 쓰레기통에 조니 워커 빈병이 나오더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일을 마치고 난 다음 자기방에서 매일 조니 워커 반병씩을 마신다는 것이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마신다니 매달 빈 병이 15개가 나왔다. 그의 건강을 생각해서 '술에 장사 없다'고 하면서
절주할 것을 종용했지만 우이독경이었다. 나도 년가 때문에 귀국해야 했으므로 그와는 헤어지게 되었는데
나중에 지인을 통해서 알아보았더니 2년후 시력울 완전히 잃었다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