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bert " Death and the maiden" 2악장- Esme Quartet -
내가 런던을 가끔 들렸던 이유는 그리 중요한 일은 없더라도 신세 질 곳이 있어, 경비 차원에서
그리 큰 부담이 없다는 점과 런던이라는 곳이 나 사는 암스테르담보다는 큰 도시이기에
볼거리, 술 한잔 할 곳이 많기 때문이었다.
신세 지는 곳은 피터라는 흔한 이름을 가진 오십 중반의,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큰 부자는 아니지만 전문직으로, 자기 밥벌이는 충분히 하는, 그런 사내의 집이다.
그의 집을 아무 부담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음은 그 또한 나 있는 곳에 들리면 내 집에서 신세를 지기에
“기브 엔드 테이크” 원칙에 의거 우리는 그리 친하지 않으면서도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어느 해였던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나,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화창한 봄 날이였다.
런던에 도착, 벨을 누르니 나 말고 딴 손님, 방문객이 와 있다는 것을 현관 입구에서야 언질을 주는
피터의 우둔함에 약간 신경질이 난 이유는 그 방문객이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같은 동향 사람을 만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으나 응접실에 들어서니,
육십은 넘었을 체격이 왜소한 사내와 그의 부인인 듯한 여인이 그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그들과의 대화 속에 끼어들게 된 바, 이 한국 손님들은 다름 아닌
피터가 속해 있는 영국 식물학회 회원이어서 서로 알게 된 지가 꽤 되었고, 목련화를 특히 좋아하며
한국의 저 남쪽 어딘가에 식물원을 준비 중이라는, 대화가 주로 꽃, 식물에 관한 것이어
나로서는 다소 지루한 시간 속에서도 이 들의 식물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아마추어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나로서는 특별했다.
근처에 호텔을 잡아 두었다며, 그리 오랜 시간을 앉아있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다 말고
현관에서 무언가 망설이더니 갑자기 나에게 자기네들의 런던 일정에 동참했으면 하는 의향을 비쳐
피터를 쳐다보니 같이 시간을 보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표정이기에
나도 오랜만에 한국말을 하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아 승락 하게 되어
애당초 계획에 없던 네 사람의 런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곳저곳을 같이 다니며 식사도 같이한 탓이던가 시간이 갈수록 생면부지라 생각했던
한국에서 남편과 동행한 여인의 얼굴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언젠가 한 번 만났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서서히 들었고, 심지어는 나를 처음 보는 순간, 그녀의 눈망울이 잠시
번쩍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어
이 사람도 나를 알고 있는가? 나를 본 적이 있는가? 잠시 안개 속을 헤매며
이리저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없어 혼자 답답해하던 중,
갑자기 그녀가 넌지시 한마디 던지는 말에 나는 잠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 백목련 흐트러져 피어있던 그 공원을 기억하세요-
나중에야 잊힌 기억으로 치부했지만, 제가 그 목련꽃 아래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
그 공원, 목련꽃 아래에서 나를 기다렸다, 기다렸다.
아! 서서히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한 장면, 그 속에 그녀가 있었다.
살아가며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지니고 있을, 그 많은 기억, 그중 하나인,
하찮은 기억 중의 하나일 터인 그를,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의 한마디에
끄집어낼 수 있다니, 그것도 다 그놈의 목련, 그 부풀어 터질 것 같은, 목련꽃 때문일 터이다.
첫댓글
한참 재미가 나서 숨죽이고서...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한스님과는 어떤 관계일까?
하는 찰나에,
목련이
하얀 목련이
그 부풀어 터질 것 같은 목련이....
우찌했다는 것일까요.^^
오래전의 이야기인데 관계되는 사람들이
혹시 글을 읽으면 거북한 사태가 있을 것 같기도 해
망설이다가 글을 시작했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질 것 같아 둘로 나누고
다음 편 교정 본 후에 올리겠습니다. ㅎ
편히 쉬세요.
한스님 끊기 신공이시네요.
여기서 끊으시면
연재글 보러 다시 와야 하잖아요ㅋ
벌써 다음편이 궁금해 집니다.
제라님, 반갑습니다.
수줍은 여인이었지요,
정의롭고 가족사랑이 듬뿍했습니다.
언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냥 세월이 흘렀습니다.
여기서라도 만나니,
반가워 했던 옛날이 그립네요.
쓰다 보니 길어져 2편으로 ㅎ
다듬은 후에 올리겠습니다.
어줍잖은 글 기다리시니 고맙습니다.
댓글 고맙고 건강하세요.
그여인은 한스님과 젊은 시절에 관련이 있는 분 인거 같습니다
과거의 여인과의 만남 은 엄청나게 아름답습디다
후속편이 기대가 됩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조금 글 다듬은 다음
후속 편 올리겠습니다.
사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쓰기 망설이다가 올리는 데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ㅎ
건강하세요.
ㅎㅎㅎ
위에 분이 끊기 신공이라네요.
저도 후속편이 벌써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47년전..덕수궁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갑작스런 일이 생겨 못 만나게된 그녀.....아~~~아프도다..ㅎ
조금 길어질 것 같아 부득이 2 편으로 ㅎ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고 혹시 글에 관계되는 당사자가 읽으면
곤란할 것 같기도 해 망설이다 한 번 써 보는 겁니다.
댓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글속에 빛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그렇고
백목련의 꽃말이 바탕이 되어 주제가 될것 같은 예감ㅡ
젊어서 사랑한 색을 찾아가시지만
빛나는 펜으로 글을 사랑하시는 분,ㅡㅋ
저만의 느낌이겠지만요.
제가 말을 억지로 만들어 흥얼거림을 용서하시구요.
가까이 계시는 평화를 사랑하시고
늘, 행복하십시요.
지극히 개인적인 어찌보면 수필방에
어우러지지 않는 글에
격려의 댓글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세요.
머나먼 이국땅에서 그것도 오랜세월 전의
여인과 상봉할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스럽
기도 합니다.
씨애틀에서 는 거의가 자목련 이어서 하얀목련
이 그립기도 하였지요.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며 기다려 집니다.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우연인지
인연인지, 저도 놀랬습니다.
가끔 생각나는 만남이였지요.
늦은 시각 좋은 꿈 꾸세요.
우리가 살며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다 기적 같은 것인데, 그 기적에 사연까지 더해지면 더 놀랍지요.
저도 다음편 줄 서있겠습니다. ㅎ
가끔가다 그런 만남이 있더군요.
전혀 의외의 생각치도 않던,
알고서도 서로 모른 척 하는 경우도 혹 있으니
안간관계는 단순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안전 운행 하세요.
우연이라고 하기애는 쉽지 않을 일이라
자세히 읽어 보게 됩니다
절묘한 시점에 글이 중단되어 다음 글이 기대되구요
아고오~ 무슨 이런 기막힌 인연이 다 있노
한스 주인공인 영화 한편 입니다 ~
세상에는 간혹 이상한 일도 벌어지더군요.
우리 힘이 아닌 어떤 힘이 작용하는 듯,
혹자는 그걸 ' 무언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비치는 빛 같은 '
종교인은 그걸 신의 뜻이라 지칭하고 ㅎ
타국에서 잘 지내세요.
세상에~
그런 우연은 진짜 흔하지 않은
일일 텐데요
저도 그런 우연의 만남을 기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같은 한국땅에 살면서도 사십년이
넘도록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죽기 전에 한번 만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건만요
그때가 목련꽃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면 더 좋겠고요
다음 글 기다리며
잘 읽고갑니다
그 분 만나게 되면 좋으련만,
우리 마음대로 세상일이 안되지요. ㅎ
댓글 감사 드리며 즐겁게 지내세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군요.
목련곷 아래서 만나는 낭만적인 장면....
멋진 인연입니다.
ㅎ 현실은 그렇치만도 않습니다.
더위가 조금 풀린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궁금해서 답글은 짧게 ㅎㅎㅎ
좋은 사연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