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와이저' 등의 광고를 제작했던 CF 감독 출신 데이비드 맥낼리의 영화 데뷔작 '코요테 어글리'(2000년)는 감각적 영상으로 사랑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작곡가를 꿈꾸는 여주인공 바이올렛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담은 데모 테이프를 들고 음반사에 가지만 번번이 문전박대 당한다. 결국 영화는 바이올렛이 음반사가 아닌 작곡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만약 이 영화가 현재 시점에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바이올렛이 직접 음반사 문을 두드리며 발품 파는 장면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동영상이나 오디오 파일을 만들어 음반사에 이메일로 보내는 방법이 현실적일테니 말이다. 아니,어쩌면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블로그나 미니 홈피에 올리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2006년의 키워드 중 하나였던 UCC(사용자 창작 콘텐츠)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어느 청년이 기타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한 장면을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려 국내외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뉴스에까지 보도된 바 있었다. 음악 파일의 불법 유통 도구로 사용되는 바람에 음악인들의 공적이 되기도 한 인터넷이지만 무명의 음악가들에게는 과거엔 꿈도 꾸지 못했던 손쉬운 홍보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음반사와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킨 신인 여성 싱어 송라이터의 이야기가 화제다. '21세기형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포크 음악인 샌디 톰(24).
그녀가 택한 방법은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자신의 연주 실황을 중계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기타를 들고 처음 공연을 시작하던 2006년 2월 24일 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는 불과 70여 명이었지만 3주 동안 공연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접속자 수가 무려 10만 명으로 불어났다. 결국 이 인터넷 스타는 메이저 음반사 RCA/SONY BMG와 무려 100만 파운드(한화 약 18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해서 2005년 봄 영국에서 선보인 데뷔 앨범 'Smile…It Confuses People'은 영국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풍자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을 담은 이 음반의 첫 싱글 'I Wish I Was A Punk Rocker' 역시 차트 1위에 오르며 화려한 스타 탄생을 알렸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지만 14살 때부터 10년간 밴드 활동한 내공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의 음반은 지난 12월 말 뒤늦게 우리나라에도 발매되어 음악 팬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