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를 사양한 석탈해** - 석탈해는 신라 제2대 임금인 남해왕의 사위였습니다. 남해왕은 사위인 석탈해를 몹시 아꼈습니다. 석탈해의 인품이 어질고 지혜로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남해왕은 임종을 앞두고 자기 아들인 태자에게 석탈해를 임금으로 삼으라고 넌지시 일렀습니다. 태자는 그것이 곧 매부인 석탈해에게 왕위를 물리라는 뜻임을 알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자 했습니다. 남해왕이 세상을 뜨자, 태자는 석탈해를 왕위에 앉히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부는 현재 대보(大補 재상에 해당하는 벼슬)의 자리에 있으면서 나라에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품이 어질고 근실하여 임금 될 덕망을 갖추었으니, 마땅히 왕위를 맡으셔야 합니다." 태자가 권하니 석탈해는 펄쩍 뛰며 사양했습니다. "왕위는 거룩하고 존엄한 자리인데, 어찌 나 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를 수가 있겠습니까? 선왕의 뒤를 이어 태자가 그 자리를 잇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왕위를 놓고 이렇게 서로 사양 하기를 되풀이 하면서 어느 한쪽도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진심으로 상대를 왕위에 않히려는 마음이었고, 또 그래야 나라가 융성 하리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석탈해는 한 가지 꾀를 내어 말했습니다. "내가 듣건데, 옛부터 이(齒)가 많은 사람이 어질고 덕망이 높다고 하니, 우리중에 누가 이가 많은가를 세어 보기로 합시다." 그는 평소에 태자가 남보다 이가 많은것을 알고 있었는데 ,왕위를 사양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그런 제안을 생각해 낸것이었습니다. "오, 그래요? 그렇다면 한번 세어 봅시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각각 떡을 베어물고 그 잇자국을 세어 보았습니다. 예측한 대로 태자의 잇자국이 더 많아서 그가 왕위에 오르니 제3대 유리왕 입니다. 석탈해는 유리왕이 즉위한 후에도 남해왕 때와 마찬가지로 임금 곁에서 어진 정치를 하도록 도우니,유리왕은 몹시 믿음직 스럽게 여기는 한편 마음속으로 석탈해를 존경해 마지 않았습니다. 유리왕 에게는 두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리왕은 죽음을 맞아 공식으로 유언 했습니다. "석탈해는 우리 조정의 중신이요,왕가의 인척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동안 많은 공적을 쌓아온 덕이 높은 인물이다. 나에게 비록 두 왕자가 있으나, 나라의 앞날을 위하여 왕위를 석탈해에게 넘기고자 하노라." 이리하여 석탈해는 신라의 제4대 왕이 되었습니다. 그는 23년 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위해 휼륭한 정치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석탈해는 언제나 그 왕위가 그에게 올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유리왕의 태자에게 왕위를 물리니 그가 제5대 파사왕 입니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왕위를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일삼은 역사가 많으나, 유리왕과 석탈해의 일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왕위를 양보한 석탈해는 그 겸손으로 23년이나 왕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