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옥중도>란 영화를 아십니까?
홍콩배우 로레가 주인공으로 나온 중국 무술영화 제목입니다.
떠돌이 고수 로레.
시대는 원 나라가 송 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중원의 패자가 막 되었을 무렵.
지사들이 모여 송 복원 운동을 벌이고 그 지사들을 돕는 여 주인공과 나라의 흥망성쇠에는 관심 없이 첫눈에 반한 여주인공이 좋아 곁을 돌며 도움을 주는 떠돌이 고수의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옥에서 탈출시키고 기력이 다한 자신은 미쳐 탈출할 여유가 없어, 받치고 있던 엄청 두꺼운 옥문에 깔려 죽으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에게 웃음을 보내던 그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뉴멕시코 주를 거쳐 콜로라도를 다녀오는 길 중에 잠시 쉬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 제비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휴게소 처마 밑에 제비집들이 여러 개 있고 집집마다 새끼들이 가득 차 있었어요. 물론 어른 제비들은 연신 먹을 것을 물고 와 새끼들 먹이기에 바빠 보였습니다.
외가 처마에 집 짓고 살던 제비들 기억이 떠오르자 외할머니 외숙모 생각도 나고, 마당에 떨어진 새끼 제비 구하겠다고 짹짹 울어대며 제 새끼를 떨어뜨린 저를 탓하던 어미 제비 생각도 났습니다.
그 기억의 끝에 <옥중도>와 문조가 있었습니다.
남도극장을 나오는 우리 동네 친구들 다섯은 아주 뿌듯한 웃음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날의 우연한 횡재가 기대도 하지 않은 아주 재미난 영화까지 보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우리는 드디어 기다리던 첫 출정을 떠났습니다. 성과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꿈 많고 모험심 가득한 소년들이었으므로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출정을 했습니다.
출정을 앞둔 며칠 동안 우리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세우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었습니다.
10발 중에 8발 이상 맞아야 통과.
과녁은 연탄재.
거리는 우리들 걸음으로 10보.
무기는 새총.
첫 출정지는 수도산에 위치한 우리들의 국민학교. 드디어 주말 아침 새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새 사냥에 나선 우리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참새들이 많은 시절이라 목표물은 쉽게 발견되는데, 참새들이 얼마나 날쌘지 그동안 우리들의 연습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요.
한 마리도 못 잡고 거의 기운이 다 빠졌을 무렵...
"어! 새다~ 이뿐 새다!"
가까이 있던 나무에 하얀 몸뚱이의 새 한 마리가 허둥지둥 날아들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나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고 멀리 날지도 못했습니다. 새 기운이 솟은 우리들은 갑자기 그 새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신 새총을 쏘아대며 그 새를 추적하니 그 새는 당황한 듯 푸드덕푸드덕 허둥대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잡았습니다.
새총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날기에 지친 새는 그만 허둥대다 가지에서 떨어졌고 뒤따르던 우리는 쉽게 손으로 그 새를 잡은 것이죠.
약간은 분홍빛이 감도는 흰색 깃털에 크기는 참새만 한데 부리가 연주황색인 새는 작아도 귀해 보였습니다. 발목을 감싼 작은 비닐고리가 있는 걸 보니 어쩌다 새장에서 뛰쳐나온 호기심 많은 관상용 새 같았습니다.
키울 거냐... 팔 거냐...?
쉽게 결론이 났습니다.
팔자~
그때 우리는 목이 많이 말라있었거든요.
학교에서 한 10분쯤 걸어가면 새를 대량으로 키워 팔던 집이 있었습니다.
물론 걷지 않고 뛰어갔지요.
얼마쯤 쳐주실까...?
50원이면 아이스깨끼가 도대체 몇 개야?
우리들 머릿속에는 각자의 셈들이 오가고, 골목대장인 제 머릿속에는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할까 하는 생각 하나가 더 보태졌습니다.
"아저씨. 우리 새 한 마리 잡았는데예... 팔 수 있어예?"
"어데... 함 보자~"
새를 넘겨받아 살펴보던 아저씨...
"문조네. 얼마 쳐주꼬?"
"......"
말없이 기대에 가득 찬 눈 열개가 아저씨 입으로 모였습니다.
"이백.. 칠십 원 주께... 팔라면 팔고 말라면 가라~"
"이백 칠십 원!!!"
물론 모두 마음속으로만 꿀꺽 삼킨 외침이었습니다.
그 집 문을 나서며 덜덜 떨며 돈을 거머쥐고 있던 제 손.
"야호!!!"
서로를 얼싸안으며 우리들의 횡재를 자축했습니다.
마침 가까이에 영화 안내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공평하고도 쉬운 분배. 한 명에 50원. 다섯 명이 다 보고도 20원이 남는다...
영화를 보자~
아무런 반대 없이 곧바로 달려가 모두 함께 본 영화.
<옥중도>
문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선물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우리들은 새총을 들고 모함을 떠났지만 그날 같은 행운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비를 만나고 난 후 한동안 옛 추억에 빠져 피곤함도 잊어버리고 햇볕 쨍쨍한 25번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첫댓글
개구쟁이 시절을 잊지 못하고
간직하시는 마음자리님은,
영원히 순진무구한
소년자리에 머무는 분이십니다.
문조의 몸값으로
영화 옥중도를 보게 되었네요.
어린시절 부터 거래를 알았으니,
사업으로 나갔을텐데,
길 위를 달리고 계시니
꿈을 싣고 넓은 세상
대지를 달리는 가 싶네요.
그 당시 알던 새는 참새 제비 까치 까마귀 독수리 등이었는데, 문조라는 새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게 값 나가는 새인 줄도 모르고 갔다가 횡재를 했던 추억이라 지금도 그때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문조 새 이야기
이야기를 어쩜 그리도 슬슬 잘 풀어내신까 몰라~~감탄입니다
글에 홀딱 빠졌습니다
5명의 소년들의. 기대에. 찬 눈빛이 보이는 글 속으로♡♡♡
직접 경험한 추억이라 쉽게 이야기가 풀렸나 봅니다. ㅎㅎ
옥중도
새삼스럽게 이영화 기억이 납니다
나라를 지키는 충렬지사들이 옥중에서 탈출하는 영화 입니다
왕우와 로례
그당시 중국 무협 영화의 주인공 들이었는데?
로례는 자기는 악역 전문이었구 왕우는 선한 역 전문이었다고 한탄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아마 마스크의 차이 때문 아닌가 싶습니당
중국 무협 영화의 지나간 주인공들 중의 하나 이었지용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 영화 보셨군요.
왕우는 그래서 흰옷을 입고 로레는 주로 검은 옷을 입곤 했어요.
그 외에도 홍콩배우 깡따위도 참 좋아했었습니다.
나는 옥중도 라는 영화는 기억에 없는데 ㅎ
이어지는 추억담이 재미 있습니다.
어린시절 구수한 이야기 자주 들려 주세요.
건강하시고..
제가 남들보다 어릴 적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나보다 하고 안 것이 마흔 무렵 글쓰기를 시작하고부터 였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추억이야기 올려 놓겠습니다 ㅎㅎ
어찌 그리도
기억을 잘하십니까
오늘 저를 좋아하는
이웃 아우를 만나서
하루 잘 보내고
그 아우가 부추를 주길래
새콤달콤 양념 해놓고
콩나물 밥을 뜸들이며
남편,퇴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쁜 시간 사는게
최고 좋은것
행복한 시간 되세요.
대구에선 부추를 정구지라 했습니다. ㅎㅎ 제가 정구지 김치 아주 좋아하는데 지금도 한인마트에서 자주 사먹습니다.
콩나물도 국이든 밥이든 무침이든 다 좋아합니다.
남편분 돌아오시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제비 둥지를 보니 색갈이 다를뿐 한국의 제비
들과 집모양이나 모습도 같아보입니다.
아마도 멕시코아래 남미지역 으로 날아갔다가.남가주 지역으로 오는것 같으네요.
저는 지금도 새총을 쏘곤 합니다.
옥중도 .. 중학교 나이 쯤에 저또한 50원 정도
주고 본것 같습니다.
삼류극장 이었지요.
고교때 유성호접검..을 보고서 중국검술 영화에
매료 되어서 지금도 유투브에서 중국검술 영화를 즐겨 봅니다.
집모양도 그렇고 날렵하게 나는 모습도 한국에서 본 제비들과 똑같아 보였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ㅎㅎ
저도 중국 무술영화 좋아해서 많이도 보았습니다. 유성호접검도 본 기억이 납니다.
제비와 문조가 가져다 준 행운으로 옥중도 홍콩 영화를 감명깊게 보셨군요.
이번에도 그런 행운이 마음자리님에게 오길 바랍니다.
영웅을 찾던 어린 마음에 그 배우가 영웅처럼 멋져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온 후, 우리가 놀던 골목에는 한동안 칼싸움 놀이가 유행했었습니다. ㅎㅎ
길 오고감이 저에겐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마음자리님.
'옥중도'라는 무협영화 나중에 구경하겠습니다.
그리고 크나 큰 새집 가게 주인 말이에요.
너무 맘에 안들어요.
다섯이면 3백원이지 원 참 270원,
30원이 더 주면 뭐시 덧나나요?
산수 못하는 나도 알겠구만
오 일은 오, 오 이 십, 오 삼 십오 .....오 륙 삼십ㅡ ㅋ
행복한 유년의 마음자리님,
구경 잘 했습니다.
그 정도 돈도 어린 저희들에겐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큰 돈이었지요. ㅎㅎ
돌아보니 3자에게 다 이로운 일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잡히지 않았으면 곧 죽었을 관상용 문조가 새 가게에 넘겨져서 생명을 구했고,
우리는 돈 벌어 영화 보니 좋았고,
새 가게 주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을 테니 행복하셨을 것이고...
일거삼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