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여 년 전, 팀원 3명 데리고서 월에 대졸 초임 연봉 만큼 벌었습니다. 당시 하던 일은 프랜차즈 가맹영업 대행,업종별 상권/입지 분석, 프랜차이즈 출점 컨설팅, 신규 매장 창업 컨설팅, 기존 매장 권리 양수도 계약 중개... 뭐 그런 일이였어요. 창업시장에서 돈 되는 건 다 했어요.
서울 경기권의 주요 상권은 약 200개입니다. 하루에 한 곳씩 매일 다른 곳으로 나가도 1년에 채 두 번을 못갑니다. 1일 2곳 씩 돈다해도 미팅,컨설팅 계약,잔금 진행과 임대차 계약 등이 수시로 있거든요. 새벽부터 나가서 상권 현장의 지리적 변화 체크하고서 유동인구와 동선 확인, 입점 예정지 주변 체크, 점심에 상권 체크, 미팅, 저녁 상권 체크, 미팅, 야간 상권 체크, 주점 사장님들 미팅과 인터뷰... 새벽 4시까지 미팅을 했어요. 남들 놀고 잘 때 일 했습니다. 손님들이 "니 같은 미친 놈은 처음 본다. 그래서 믿고 맡긴다." 그랬었죠. 하루 2시간, 것두 출퇴근 시간 아낄려고 찜질방에서 자는 날이 태반이였습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디비파고, 그래도 모르면 선배건 가게 사장님이건 프랜차이즈 영업맨이건 건물주건 만나서 가르쳐달라고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밀도를 높여 직간접 경험을 하며 10,000시간을 채우니 10년차 팀장보다 탁월해지더군요. 시간이 더 흐르면서 나름 업계에서 탑도 찍어보고 인정 받아서 경제채널,소상공인방송 등에도 패널로 종종 출연 했었죠. 근데 이게... 사람이 자신감이 넘치면 자만감이 되고 자만감이 넘치면 독립을 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하던 일은 어찌 보면 딱 사짜 일이였고, 잔금이 통장에 딱딱 꽂히는 건 짜릿했지만 그 일이 정말 즐겁진 않았어요.
나는 전문가인데 내 전문 지식을 더 보람있게 활용하질 못하고 결국은 사짜짓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업계 구조에서 현타가 왔습니다. 많이 버는 만큼 엄청나게 일 했구요. 결정적으로,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매 번 새로운 계약을 계속 끌어내야하는 단타성 수익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구조,수익모델로 시장을 개척하자고. 내 지식과 노하우를 다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박수 받고, 영업맨보단 전문가로 인정 받으며 더 보람 있고 뜻 깊은 일을 하자고. 마음이 맞는 동료 팀장들과 함께 독립을 했습니다. 강남역 사거리 인접한 큰 빌딩 한 층을 통으로 얻었습니다.
얘기 하자면 긴데... 그거 차리자마자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없는데 월 고정비만 3천이더군요. 명색이 이사인데 출퇴근 할 차비만 딸랑 들고 다녔어요. 뭐라도 하자고 상권 현장 나가는데 차도 팔고 버스비도 없어서 하루에 예닐곱 시간씩 걸어다녔습니다. 너무너무 배가 고픈데... 삼각김밥 하나로 때우기도 했습니다. 옆에서 컵라면 먹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하긴 삼각김밥도 못먹는 날이 있었으니...
그리고서 회사를 1년도 안되어서 정리 했습니다. 데리고 있던 직원들 앞길 마련해주고 인테리어 원상복구 해놓고. 보증금은 진작에 다 까먹어서 회수할 돈 한 푼 없고. 월에 3000 정도를 벌다가 모은 돈 털어넣어 동업으로 차린 회사를 정리하고... 사업자통장을 없애니, 은행에서 잔금이라며 70원을 주대요. 은행 나와서 한참을 멍하니 70원 바라보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엉엉 울었습니다...
다시 그 바닥으로 돌아가긴 싫었습니다. 당장 뭐라도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몇 날을 고민하다 원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바닥부터 시작할 것.
둘째,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곳에서 시작할 것.
셋째, 책상머리 말고 현장에서 시작할 것.
헌데 아직 감정까진 추스리지 못했고, 머리 복잡할 땐 몸 쓰는 일이 좋겠다... 마음건강부터 회복하고 뭐라도 하자... 그래서 다이소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 달 만에 몸무게가 20kg 넘게 빠지더군요... 그렇게 1년 가까이 하다가 지인의 도움과 제안으로 식당 매니져 일을 시작했습니다.
매니져로 근무하다가 뜻한 바가 있어서 일식을 배웠습니다. 나이 마흔을 넘겨서 주방 막내로 들어갔습니다. 조카뻘 되는 선임들의 한숨과 갈굼에도 웃고 버티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버티다보니 진급하고 경험이 늘고 경력도 쌓이더군요. 어차피 도망칠 곳도 물러날 곳도 숨을 곳도 없었거든요...
남들보다 일머리 없고 손 느려서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 했어요. 브레이크 타임도 없이 하루에 16시간씩 일 했네요. 그 시간들이 쌓여서 190만원으로 시작한 급여가 세후 300만원이 되고, 일 빡세서 하루 하고 다 도망가는 업장에서 5년 넘게 버텼습니다. 사장님 빼고 최장 근속자가 되었어요. 내 가게처럼 책임감 있게 하니 사장님이 좋게 봐주셔서 남들 몰래 월에 30~50씩 찔러주시더라고요.
재작년에 드디어 빚 다 털고, 작년 겨울에 아파트 청약 넣어서 당첨 되었습니다. 근데 워낙 몸 안보살피고 일해서 망가졌어요. 연초에 척추관협착증 판정나서 다시 병원비만 월에 150씩 나가더라구요. 보험 들 엄두도 못내고 한 푼이라도 더 갚고 모아야지 했는데... ㅠㅠ
너무 몸이 안좋아서 직장을 옮겼습니다. 전 매장은 코로나 시국에 일매출만 800~1400만 때리는 초대박집였거든요. 새로 옮기는 가게는 오픈매장이고 제가 월급사징이라 한 달간 하루도 안쉬고 인테리어 공사며 각종 사인물 제작 등을 챙겼습니다. 너무 바빠 재활치료도 못갔어요.
그랬더니... 다리에 마비가 와서 쩔뚝쩔뚝...
가게 오픈하고 한 달 있다가 결국 허리 수술을 했습니다. 석 달은 일도 못하고 요양하며 재활에 전념해야 해요. 그래도 예전으로 돌아갈지 어떨지 알 수 없습니다. 까딱하면 장애로 남을 수도 있구요. 지금도 하루의 상당 시간을 누워서 지냅니다. 1시간 이상 서있기도 어렵네요.
누워서 곰곰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는 빨리 돈 모으고 대출 받아서 식당을 차릴려고 했습니다. 크건 작건 형편 내에서 차려서 지역 대박집 만들 생각이였어요. 그건 자신 있거든요.
근데... 이제 전 곧 50이 됩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을테고요. 몸도 성치 않아서 재활을 한다해도 늘 컨디션에 주의해야 하겠죠. 결정적으로, 식당은 오너가 뛰는 만큼 성장 합니다. 오토 매장? 적어도 식당 중엔 그딴 거 없습니다. 그건 오토 매장이 아니라 천천히 죽어가는 중인 매장이에요. 오너가 악셀에서 발을 떼는 순간 가속도가 사라져서 결국은 폐점을 향해 가니까요.
그걸 아는 사장님이기에 저보다 빨리 출근하고 저보다 늦게 퇴근하시더니 저랑 같은 시기에 디스크가 왔어요. 전 병원이라도 다니는데 사장님은 병원도 못다니더라고요. 식당 장사란게 그래요... 잘 안되어도 문제, 너무 잘 되어도 문제. 내가 식당장사로 돈을 번다면 저 모습이 내 모습이 되겠구나...
자... 이제 내 인생의 로드맵이 콱 막혔는데 어째야 하나???
한 달을 고민하고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 해봐도 답답했습니다. 그 때. 바로 그 때!!! 아...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제게 '건물주가 된 직장인'을 보여주더군요. 채널을 보니 행크TV였어요. 꼬박 사흘을 동영상을 보고 예~전에 잠깐 호기심으로 알아봤던 경매 분야, 그 때 알라딘에서 구매하려던 '송사무장님의 경매 책'이 떠올랐습니다.
낼 모레면 나이 쉰인데.. 제겐 공사 중인 작은 아파트와 90%의 담보대출 예정액, 망가진 몸띵이, 모셔야 하는 어머니, 길에서 데려온 고양이 두 마리 뿐입니다. 예전엔 돈 버느라 바빠서 이후엔 빚 갚느라 바빠서 연애도 않고 결혼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팀플레이 하거나 서로 의지 할 와이프도 없어요. 아... 나중에 집 빼고 어머니와 분가 하면 보증금 2천은 나오겠네요. 지금 현금은 그냥 제로입니다. 돈도 못벌고 쉬는데 병원비만 월에 200씩 나오네요 허허허. 예전에 한참 벌 때 '이거 한 이삼년만 빡세게 일 하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는 사겠네' 했는데, 그 땐 사업소득만 생각해서 대출이나 전세 끼고 집 사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참 세상 물정 몰랐네요. =_=;;;
암튼, 제 고민의 답은 노동 수입 구조에서 월세 수입 구조로 바꾸자! 입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고 꼭 그래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쥐뿔도 개코도 땡전 한 푼 없지만,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마음 먹었으면 해야죠!
여러 선배님들, 동지들! 열심히 함 배우고 실천 해볼려니까요... 도와주십쇼, 응원 해주십쇼!
"질풍지경초", 세찬 바람이 불 때 굳센 풀이 눈에 띈다. 100세 시대, 인생 전반전의 시련을 양분 삼아 후반전에 뒤집어 볼랍니다. 모두모두 부자 되세요오오~
첫댓글 그래도 대단하다는 말만 나오네요.
건강해 지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건강부터 찾아야겠죠? 공부하면서 욜씸 재활 해야지요! ^^
저랑 연령대가 비슷한것 같은데 포기하지말고 화이팅 하세요
넵! 화이팅! 죽지 않아!!! -0-
건강챙기시고요
화이팅하세요
우리모두 화이팅입니다
넵! 건강 챙기고, 우리 모두 화이팅! ^^
질풍지경초라는 말 굉장히 멋잇네요....우선 건강 회복에 집중하시고 , 꼭 원하는 목표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완쾌하십쇼^^
읽어본 적은 없지만... '후한서'에 나오는 말이라네요. ^^ 재활치료 열심히 받으면서 공부 해야죠. 당장 꼼짝할 수 없을 땐 내공을 조금씩 쌓아야겠죠? ^^
흥복쓰님. 추후에 상황이 안정되서 음식점 하시게 된다면 사람들이랑 꼭 놀러갈게요.
앗 감사합니다! 근데... 식당 사장 하지 않고 돈을 벌 요량으로 이 쪽을 알아봐요. 돈 많~이 벌면 함 취미로 식당을...ㅎㅎㅎ ^^;;;;;
흥복쓰님 성공한 삶과 힘든 삶 두가지 다 경험하셨네요. 몸 관리 잘 하셔서 꼭 다시 성공하셨음 합니다~ 후반전 꼭 뒤집어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바닥 칠 때 설상가상으로 송사에도 휘말렸었는데... 절 좋게 봐주셨던 분의 조건 없는 도움으로 헤쳐나오기도 했죠. ㅠㅠ
후반전에 강한 놈이 진짜 센 놈! 으쌰!!! ^^
흥복쓰님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행크에서 원하시는 목표도 꼭 이루세요. 파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건강 되찾고 꼭 월세수입 구조를 만들어야죠. 어차피 이제 몸 쓰는 일은 점차 할 수 없거든요. ㅠㅠ 원하는 목표로 나아가야죠, 화이팅! ^^
힘내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하실겁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평균 이하로 느리지만 평균 이상으로 성실합니다ㅎㅎㅎ ^^ 우공이산. 마부작침. 멀리 보고 차근차근, 느리더라도 단단한 한 걸음씩 나아가야죠! ^^
건강만 있으면 뭐든 할수 있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꼭 뜻하시는바를 이루시길
응원 합니다.
넵! 건강!!! 뽜이팅 할람다! ^^
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중에는 성공담 들려주세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꼭 결과를 만들어서 들려드릴게요! ^^
이렇게 열심히 사셨는데 뭘 못하시겠어요.응원합니다. 정말 건강해야 뭐든 할수있으니 꼭 툭툭 털고 일어나 또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봐요~^^
오랜 기간 테니스,헬스,자전거로 체력을 유지했는데, 십 수 년을 먹고 사느라 안쉬고 관리 안하며 과로 했더니 건강이 나빠졌어요. 몸 아프니 모든 생활이 훅 가네요.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건강해야 한다는 말을 이제서야 체감 중입니다. 꼭 건강 되찾고 월세수입자 될랍니다! ^^
저도 부족하고 이제 안지 얼마안됏지만 감히 말씀드립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주문 했던 책들이 이제 왔네요. 힘 내서 뽜이팅! -0-
훙복쓰님 길지도 않게 쓰지도 않으셨는데 인생극장 한편을 본거같네요,
흥복쓰님의 의지와 실행력으로는 뭐든 이뤄 내시겟네요,,
저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꼭 같이 성공해요.~~
꼭 흥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덕담 고맙습니다. 훗날에 라떼 얘기하며 살자구요! ^^
글 읽다보니 힘들었지만 잘 견뎌내셨고 의지가 강한부분이 느껴집니다!
늦은 시작은 없습니다^^화이팅!
응원 고맙습니다! 기운 받습니다! ^^
백세시대에 남은절반 승승장구하세요~~!!!!
덕담 고맙습니다! ^^ 근데... 백제시대라 쓰신 줄 알고 깜짝... 눈이 침침한게 노안인가...부비적부비적... =_=
ㅎㅎㅎ
열심히 사신 만큼 좋은 결과가 오실거라 믿습니다. 건강이 최고니 잘 회복하십시오.
넵, 고맙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뭐라도 하겠죠? 재활 잘 해야죠! ^^
아직 젊으십니다...
재활치료 잘하시어 건강회복하시고 좋은분 만나셔서 단란한 가정도 꼭 꾸리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 여자 없이도 외로움 타질 않으니... 음, 이게 더 큰 문제군욯ㅎㅎ ^^ 재활 잘 해서 날아다닐 거에요! 슝슝~ ^^
직접 뵙진않았지만 글로만이라도 흥복쓰님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절실하게 살아왔는지 느껴집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줄에 '운이풀리는 말버릇'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이순간에도 내가 생각하는대로 소원은 이루어 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흥복쓰님 워낙 실행력과 열정이 대단하셔서 원하는대오 포기하지않고 생각과 실천만 하시면 무조건 전보다 훨씬 밝은 미래가 오실거라고 확신합니다!
요즘에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잘하고있나 하는 생각에 뒤숭숭하기도 했는데 흥복쓰님 글 읽으니 새롭게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살아야 겠디는 생각이들어요
좋은 글과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저 놀랐습니다. 아... 이런 저의 글에도 동기부여를 받는 분이 계시구나... 고맙습니다, 자존감이 10 up 되었습니다! 같은 곳에서 만나요! 먼저 가시면 따라 가겠습니다! ^^
홍복쓰님 글을 읽고 영화 한 편 본 듯 한 느낌이 들었고 제가 뭉클한 마음 한가득입니다… 눈물이 나올뻔 했어요…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듯 이 행크입문으로 꼭 성투하시길 바랄께요🙏🙏🙏
그리고 이프리님 사진이 가부끼?인가? 패왕별희인가? 했어요ㅋㅋ '운이 풀리는 말버릇' 좋은 책 인 것 같아요~^^
모든 분들 화이팅 입니다👍
같이 성공해요 우리! ^^ 제 꿈은 환갑 때 해골자켓에 징 박힌 부츠 신고 할리 데이비슨으로 투어링 다니는 거에요. 건강하고 돈 많은 '한량'이요.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