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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계 사 가는 길 목 에 서
투명한 가을 산의 정취가 그리워 팔공산으로 코스를 잡았는데 파계사 가는 길목에 묶여 긴 저녁을 다 보냈다. 계획대로 지난 금요일에 일으킨 거사였다. 이날 따라 하늘에 구름이 내려앉고 비까지 내릴 조짐이 있어 어차피 산행은 안될 일이었지만 구선희 동문이 일찌감치 파계사 입구에 좋은 식당을 예정해 놓아 별 생각 없이 그리로 갔다. 역시 밥맛도 좋았고 동동주도 감치는 맛이 있었다. 이차로 근처에 있는 이층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든 내밀한 역사가 2 차에서부터 이루어지듯이 우리는 창가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와인도 마시며 평소에 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간에 다들 태평성대를 살지는 못하고 나름대로 파란하고도 만장한 전사를 품고 있어 처음에는 위로의 언사가 조심스럽게 오갔다.
그러나 역시 동창 모임의 미덕이란 시계를 꺼꾸로 돌리고 청춘으로 돌아가는 퍼포먼스에 있다. 최진실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닐 만큼 현실은 팍팍하지만 그건 술 기운으로 잠시 덮어둘 수 있었고 늙은 육신의 외피도 룩스 낮은 조명 뒤에 감추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20대 청춘의 사건 사고들을 어제 일인 듯 추회했다. 그것도 한국과 독일을 넘나들며. 그 와중에 장시간 집중탐구에 들어간 주제는, 하늘의 뜻도 안다는 지천명의 나이에 일개 여자의 뜻도 몰라 아직 홀몸을 굴리고 있는 몇몇 동문들의 문제였다. 다각도록 분석이 되었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인들이 옆에 있었으면 많은 참조가 되었을 것이기에 아쉬움 적지 않았다.
하여간 오랫만에 동창들과 파계산 산 자락에서 보낸 하루 저녁,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다. 술을 꽤 마셨는데도 다음날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산의 정기 덕분이다. 이날 물심(이 경우 '물'에만 액센트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양면으로 모임을 뒷받침해 준 동유 선배님, 고맙습니다.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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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있는 밥도 먹고 좋아하는 인도식 밀크티도 마시고... 술술 풀리는 이야기 보따리들이 늘어갈수록 내 몸상태가 좋아져 진짜 놀랬어요. 동유형이 준 스칼라에너지 목걸이 때문인가 하이튼 그 예기치 못한 독감접종 부작용으로 조기귀가가 예상되었지만 희한하더군요. 시간이 갈수록 머리도 안 아프고 몸이 좋아지는 것이.....선배는 팔공산 정기덕이라지만 그건 순전히 그날 참석한 우리 엑기스들의 좋은 에너지 호환작용 덕이 아닐까요?
동유형... 우짜지요. 스칼라에너지 목걸이 자랑 다 해버려서.... 서로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다 풀어헤쳐질 수 있어서 참 가슴이 시원하기도 했고 따뜻하기도 했어요. 고마워요 불러주셔서....
다음에 참석하는 동문들에게는 모두 하나씩 건네주마, 또 한번 미끼를 던져보자,
역시 선배님의 하해 같은 마음. 전번에 어떤 모임(humana)에서 경미가 동창들에게 목걸이 효능을 하도 자랑하기에 제가 선배님 보호 차원에서 그 때 팔공산에서의 컨디션 호조는 양 사이드의 남자 정기도 한 몫했다고 했었는데, 다음엔 저도 하나 얻겠습니다. 기회를 노리겠습니다. lee
우와~ 경규선배... 정기 운운하기엔 두분 다 너무 노쇄하신 연세 아니신가... 일단은 접수해드리지요.^^
우리만 노쇄한게 아니고 , 다들 노쇄 했단다, 지난번 쓰고 남은거 아직도 남아 있는데..... 한번 더 보자
선배들만 노쇄했다고 잘난척하는 내게 "니도 늙었더라" 라는 말로 들려 심히 양심에 찔립니다. 두 분 다 진짜 마음은 아직 동방신기라고 느꼈어요.^^ 한번 더 언제 보까요?
선배님이 날짜와 장소를 말하면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제 입장을 말하자면 저는 여전히 자연을 선호합니다. 전 번의 파계사 회동은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실내에만 있어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소시적에 데이트하러 냉천 공원엘 자주 간적이 있는데,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최소한 이십년은 지난 일인데 단풍이 유난히 산뜻했고 산 위로 좀 올라가면 밤나무와 감나무가 많아 따로 밥 사먹을 필요가 없었지요. 지금은 허브힐즈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하고 인공의 냄새가 많이 난다지만 산을 다 어떻게 하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라 즐겨 무시당하겠습니다. 배우들이 좋으면 배경이 무신 상관이겠습니까. lee
경규선배, 냉천 허브힐즈는 유치원 초딩생들이 견학을 많이 가는 곳이고...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기엔 부적합하다고 사료됨. 예전에 아이들 데리고 천문과학전 비슷한 거 있었는데 상업적인 이벤트행사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더 많았어요. 우리 품격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